너는 위로금 받아? 나는 휴가도 못 가...

송정윤
2021-05-14

“친할머니 상을 당하면

경조사비와 유급 휴가를 받는데

외할머니 상이면 연차에서 까야 하고

경조사비도 없대요. 

이거 차별 아닌가요?” 


20년 전 이야기를 왜 하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2019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10대 대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조부모 경조사 처우에 차별을 두었다고 합니다.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성별 고정관념에 따른 차별이라고 했지만,

'혁신'을 앞세우는 대기업들도

사내 복지는 조선 시대를 지향하는 것 같습니다..


한편 이런 사례도 있죠. 


“저는 동성 파트너와 결혼했을 때

돈도 못받고 휴가도 못받았어요. 

저희 회사는 배우자 부모의

회갑이나 칠순에도 축하금을 받는데, 

저는 하나도 못 받았고요.” 

성소수자 친화적 직장을 만들기 위한 다양성가이드라인, 2018


성소수자들은

파트너와 아무리 오랜 기간을 함께 해도

법률상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종 복지 혜택에서 제외됩니다.

이건 결혼하지 않기로 선택한 이성 커플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겠죠.


경조사를 비롯해 기업의 복리후생제도가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 제도 안에 성차별이 남아 있고
  • 1인 가구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며
  • 비혼, 성소수자, 한부모 등 구성원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육아정책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코로나19 상황에서 남성의 14.3%, 여성의 27%가 

가족돌봄휴가를 썼다고 합니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가사 노동과 돌봄의 책임이 주로 여성들에게 맡겨져 있고, 

성별 임금 격차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이 가족돌봄휴가를 선택한다기보다

선택하길 요구받는 현실인 거죠.


그나마 이런 휴가도 

비혼은 돌볼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못쓰고,

한부모 노동자는 불이익을 받을까봐 안쓰고, 

동거 커플, 동성 커플은 법률상 가족이 아니라서

제외됩니다.


사회가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 

  •  2018년,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성의 비율 22.4%
  • 2020년, 전국의 1인 가구 비율 39.2%
  • 2020년, "혼인이나 혈연 관계가 아니어도 생계, 주거 공유하면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비율 69.7%


옆자리에서 일하는 동료가 결혼했거나 결혼할 것이고

자녀가 있거나 있을 것인 이성애자일  확률이

이제 얼마나 될까요? 

 

“비혼이라고 어떠한 혜택도 받지 못한다면, 

회사에 싱글세 내는 것과 다를게 없어요.”


같은 직장에서 똑같이 일하는데?

등본에 올라있는 배우자나 자녀들한테만 필요한 것도 아닌데?

결혼한 이성애자 직원에게만

특별휴가나 자녀교육비, 주택자금 대출 등을 지원하면,

직장 내에서 차별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점점 많아질 겁니다.


게다가 1인가구는 신혼부부나 다자녀 가구를 우대하는

공공 임대 주택, 전세자금 대출 등

공공 정책에서도 뒤로 밀려나 있으니까요..


 “애 낳고 키워보세요. 돈과 시간이 얼마나 드는지..”


비혼이나 1인 중심의 복지를 주장하면

이런 설전이 오고 간다고 하는데요. 


결국엔 이런 차별의 결과가

아무 잘못도 없는 구성원 사이의 갈등과 

좁힐 수 없는 거리감을 남기는 것, 

회사가 이것을 방치하는 게 가장 큰 문제는 아닐까요? 

이런 환경에서 일할 때, 

애사심이나 소속감은 뚝뚝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기업이 복리후생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는

직원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업무 몰입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생산성과 이익을 높이고자 함일 겁니다. 


그렇다면 법적인 테두리를 고수하거나

구성원 각자의 생애주기를 무시하는 

천편일률의 복지 제도를 유지하는 건

이런 목적과 별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바뀌어야 할 제도에 정답은 없고, 

꼭 휴가일수나 지원금의  문제만도 아닐 겁니다. 

누군가에겐 자기의 정체성과 가족 상황, 

또는 신념을 숨기지 않고도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더 중요할 수 있죠.


직장인들은 어느 순간에

회사에 대한 만족감과 소속감을 느낄까요? 


어떤 제도 안에서 회사가 자신을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로 여긴다고 생각할까요? 


이런 질문에 답하고 있는 기업들이

국내에도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다양성과 포용에 주목하는 기업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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