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성, 얼마나 지키고 있나요?

송정윤
2021-04-21

저는 재단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합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어제 내보낸 글의 반응은 어떤지, 홈페이지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왔는지, 오늘은 어떤 분이 뉴스레터 구독자가 되었는지 살피는 것이 습관이 되었죠. 그런데 이런 글을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은 여전히 어색합니다. 제가 활용하는 모든 자료들은 장애 인권을 포함해, 인권 활동이 필요한 이유와 활동의 성과들을 담고 있는 것인데도 말이죠. 


고백하자면  접근성에 관한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서울인권영화제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저의 접근성 실천 지수가 매우 낮은 편이라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공익 활동을 하거나 이런 활동과 연결되어 있는 분들 가운데, 저와 비슷한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입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중요해요”


인터뷰에 참여한 활동가들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인정할 수 있다면, 이제부터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있다는 거죠. 오늘의 주제는 "최소한 이정도는 알아보자" 입니다.


접근성(accessability) 이란?


접근성 혹은 접근권은 장애인등의편의법,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서 규정되어 있는데요, 핵심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완전한 참여를 보장받을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접근성을 법으로 보장하게 된 계기인 1993년 세계인권대회의 ‘비엔나 선언과 행동계획’을 보면,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나고 생명과 복지, 교육과 노동, 독립적인 삶과 사회의 모든 측면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에 대하여 똑같은 권리를 가진다." 


고 되어 있습니다. 접근성은 어떤 서비스를 더 좋게 하기 위한 개념이라기 보다는, 모두의 권리이기 때문에 지키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죠.  교육을 듣고, 영화관을 가고, 버스를 탈 때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사용하거나 화상회의에 참여하는 등 모든 순간에서 접근성이 어느 수준인지 파악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은 그래서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접근성을 특히 장애인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접근성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 같은 비대면 환경에서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시각장애인만이 아닙니다. 노인도, 어린이도, 키가 작은 사람도, 손을 다친 사람도 그렇죠. 사회가 비장애인/성인/남성 중심의 환경을 구축하고 그 틀 안에서 편리한 도구를 만들어 낼 때, 권리를 제약당하는 사람은 장애인만이 아닙니다.


까치발 들어서 키오스크 누르는 박막례 할머니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에게도 키오스크 주문은 어렵습니다. 



웹 접근성, 온라인 접근성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접근성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실현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설 이용에 관한 문제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컴퓨터로 각종 사이트에 접근하고, 모바일 웹으로 이메일을 열고, 앱으로 문서 제작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화상 회의와 행사도 빠르게 늘어나면서 접근성의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선 네이버의 접근성 가이드에는 이렇게 웹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 쉽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구글에서는 "모든 사람이 읽을 수 있는 문서 또는 프레젠테이션 만들기"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가장 기본적인 것 두 가지만 살펴 보겠습니다.


1. 이미지에 대체 텍스트 넣기


웹 사이트나 블로그에 이미지를 올릴 때에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사람들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대체 텍스트'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면 화면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스크린 리더를 사용해 이미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이폰에는 '보이스 오버(Voice Over)'라는 모바일 스크린 리더가 있는 것을 아시나요? 이런 기능이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도구 중에 하나입니다.  


1) 우선, 여러분이 사용하는 웹사이트, 블로그, 뉴스레터 서비스에서 대체 텍스트 삽입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게시물을 작성하는 단계에서 쉽게 삽입할 수 있습니다. 


2) 별도의 대체 텍스트 삽입 기능이 없는 경우에는 게시물을 HTML 형식으로 보면서, 다음과 같은 이미지 태그를 찾고, 그 옆에 alt 태그를 추가하면 됩니다.

예 : <img src="https://abcde.jpg" alt="까치발 들어서 키오스크 누르는 박막례 할머니">


3) 이것이 어렵다면,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업로드할 이미지 파일 제목에라도 간단한 정보를 제공하고 (예: 박막례 할머니.jpg), 이미지 아래에 설명을 추가합니다.


4) 이해를 돕는데 사용되지 않는 장식적인 이미지는 아래처럼 스크린 리더가 읽지 않도록 숨깁니다. 

예 : <img src="https://abcde.jpg" alt="">


대체텍스트는 구구절절 쓰지 않고 간결하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을 넣습니다. 어렵다면 앞뒤의 글을 읽어보면서 대체 텍스트가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읽히는지 테스트해 봅니다.


무엇보다 평소에 텍스트를 대신해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보세요. 디자인을 이유로, 혹은 배포가 간편하다는 이유로 텍스트로 가득찬 이미지를 제작해 사용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2. 영상에는 자막과 수어 포함하기


아래의 동영상은 한국어 문자 통역과 수어통역이 함께 포함된 온라인 행사의 예시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서울인권영화제 인터뷰 글에서 참고해 보새요.


우선 귀로 듣기 어려운 사람은 자막과 수어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상에 한글 자막을 포함하는 것에는 많은 분들이 익숙할 것 같은데요, 자막과 수어통역을함께 포함하면 아래와 같은 이유로 보다 동등한 이해 수준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자막만 포함할 경우 : 자막에선 같은 표현이라도 소리로 전달되는 뉘앙스와 강조점이 다른 때가 있습니다. 농인들이 사용하는 수어는 영상을 더 보기 편하게 할 뿐 아니라, 자막만으로는 부족한 맥락을 보충해 줄 수 있습니다. 


수어만 포함할 경우 : 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수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수어는 손동작은 같아도 표정에 따라 다른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자막이 있다면 더 정확한 맥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화상으로 실시간  토론회 등을 진행할 때는 수어통역, 문자통역 등을 제공하는 지 사전에 공지하고, 이에 따라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대상을 명확히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제한적으로만 참여할 수 있거나, 참여를 보장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행사가 끝난 뒤라도 모두읽거나 볼 수 있도록 2차로 가공된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어떠신가요? 제가 자료를 찾고, 인터뷰를 하며 느낀 바는  1)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인데도,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고  2) 어떤 것은 지키려는 습관이 중요한 것이기도 하며  3) 어떤 기술을 알고 있느냐의 문제 보다는 소통하려는 의지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한 달에 한 가지씩이라도 제 손이 닿는 부분부터 개선해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아직 실천하지 못했다면, 이번 기회에 하나씩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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