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충전]기립근을 세운 저는 다시 행복한 활동가가 될 수 있을까요?

이현담
2023-11-09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활동가의 이미지는 집회 현장이나 기자회견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유튜브 담당인 나는 사무직에 가깝다. 1초 단위로 영상을 편집한 지 3년이 지나면 어느 날 친구가 "너 거북목 왜 이렇게 심해졌어?"라며 놀라는 장면을 마주할 수 있다. 거북목? 컴퓨터 화면과 내 얼굴은 집중도가 높아질수록 가까워지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보기엔 별로지만 아프지 않다면 오케이였다. 하지만 올해 초부턴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허리가 아파본 적이 없는데.. 이러다 말겠지 싶었지만, 몇 개월이 지나니 의자에 앉는 게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출근이 싫어졌다. 생각해 보니 내 평생 이렇게 오랫동안 앉아서 생활한 적이 없었다. 사실 하루에 8시간씩 앉아있는 생활이 건강에 좋을 리 없다. 다들 어떻게 살고 있는 거야?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이야기가 떠올랐다. 허리뼈 주위에는 기립근이라는 근육이 있는데 이 근육을 키우면 허리가 안 아프다고. 프로젝트 ‘이현담 기립근 바로 세우기’ 돌입. 최대한 많이 걷고, 유튜버답게 유튜브에 있는 허리운동들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근데.. 더 아팠다. 허리운동은 유튜브 보고 따라 하는 거 아니라는 지인들의 말을 무시한 대가다. 그렇게 기립근을 세우기 위해서는 돈을 써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PT 비용을 듣는 순간 ‘운동에 그런 목돈을 쓴다고?’ 사실상 포기의 마음을 먹은 와중에 인권재단 사람의 ‘일단 쉬고’ 프로젝트 공고가 떴다. 아슬아슬하게 활동 만 3년을 넘긴 나.. 완벽한 운명이다!

 

그렇게 눈여겨보던 운동 공간 피프티핏에 등록했다. 인생 처음으로 전문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게 되었다. 처음 몇 회 동안은 몸을 진단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중심 잡는 걸 어려워하고, 허리를 숙였을 때 허리가 동그랗게 말리지 못하고 좌우대칭이 좀 맞지 않고… 그래도 보통 이상은 된다는 트레이너 쌤의 말에 위로를 얻었다.



운동은 ‘이게 안 된다고? 이게 되네?!’의 연속이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한 동작은 제대로 되지 않고, ‘이 동작을 제가 어떻게 해요?’ 하는 건 또 된다. 그러니까 운동은 몸을 좋게 만드는 효과와 더불어 나도 몰랐던 내 몸을 알 수 있는 기회다. “운동하니 어때?”라는 지인의 물음에 “신기해. 내 몸인데 내가 잘 모르고 있었어.” 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기능 회복을 위해 시작했던 운동인데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즐거운 일이다.  



운동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즐거웠다. 30회가 끝나가는 게 아쉬울 만큼. 저번에는 안 됐던 동작이 오늘은 기적처럼 되고, 어느 날엔 집에 올라가는 오르막이 힘들지 않았다. 운동한 다음 날의 근육통도 반가웠고, 허리 통증도 많이 나아졌다. 완벽하게 사라지지 않았지만 일상생활이 충분히 가능해졌다. <일단, 쉬고> 프로젝트 신청서 마지막에 “근육은 체력과 건강한 정신을 위한 밑거름이고, 그게 오래 활동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겁니다. 기립근을 세운 저는 다시 행복한 활동가가 될 수 있을까요?”라고 마무리했던 걸 이 글을 쓰며 다시 봤다. 그리고 내 대답은 “네” 이다. 기립근을 완벽하게 세우진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행복해졌다. 더 많은 걸 얻은 셈이다. 내 목표는 기립근을 세우는 날까지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투 비 컨티뉴!


글 | 이현담 (진보네트워크센터)
편집 | 황서영 (인권재단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