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충전]내가 이런 걸 좋아했었나?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여행

고은채
2023-10-12

여러분은 ‘할까, 말까’ 싶을 때 어떤 걸 선택하는 편인가요? 안정(?)제일주의인 저는 ‘안 하는 쪽’을 선택하고 ‘다행이야’하고 마음을 쓸어내는 사람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어요. 그렇다고 늘 한 쪽을 선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불안과 호기심은 항상 마음의 줄다리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특히 여행을 결정하기 전에는 그 줄다리기가 더욱 자주 이어집니다.


“가 보면 또 달라.”

캐나다 벤쿠버로 여행을 가게 됐는데 ‘뭘 기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을 때, 지인이 해 준 말입니다. “가 보면 또 달라.” 그 뒤에 말을 이어 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좋을 거야”였을 것 같습니다. 사실 속마음 한쪽에는 “비행기를 10시간이나(인생 최대 비행시간) 타고 가는 멀리 있는 나라에 굳이 ‘놀러’ 가야 하나?”하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비행시간만 생각해도 아찔한, 태평양을 건너서, 굳이! 하지만 여행을 마친 지금은 ‘그렇게 갈 수도 있는’ 것이 여행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뭘 기대해야 할지 모르는 것은 몰랐기 때문인가 봐요. 계획중 하나였던 ‘캐나다 주민처럼 생활해 보기’ 역시, 잘 모르고 기대가 적어서 쉽게 세웠던 계획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은 다니는 곳만, 만나는 사람만, 하던 방식대로만 흘러오던 일상이 한바탕 흔들흔들, 짚라인을 타고 이동하는 듯한 느낌이었달까요.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여행

예전에 제주도를 여행한 친구가 ‘나무랑 풀밖에 없어’라고 한 말을 듣고 박장대소를 했었는데, 누구에게는 ‘나무랑 풀밖에’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나무랑 풀이 가득해서 좋은’ 것이 여행이겠지요. 저는 다행히도 나무랑 풀이 가득하면 좋은 쪽에 포함돼, 캐나다에서 가는 곳마다 ‘와~’라고 감탄을 연발하게 됐는데요. 꼭대기가 보이지 않는 나무도, 끝없이 펼쳐지는 산도, 하늘과 맞닿은 바다도, 운 좋게 만난 동물들도 모두 더없이 흥미로운 경험이 됐습니다. 곰을 만났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안내되는 상황이 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곰을 서너 번 만나고 나니 이해가 됐어요. 몸이 커 보이게 도구를 활용하거나 소리를 내는 등의 방법이 있다는데, 여행에서 만난 캐나다 사람이 알려준 방법은 ‘옆에 친구보다 빨리 도망가기’라고 하네요. 다행히도 곰은 차를 타고 있을 때 만나서 행동지침(?)대로 해볼 기회는 없었지만요.

캠핑이나 물놀이 같은 활동은 ‘남들 하는 것만 봐도 괜찮다’가 평소의 마음인데, 같이 간 사람들이 말하길 이번 여행에서 제일 신나게 패들보드를 탄 사람은 저였다고 합니다. 땡볕 아래 보드를 타는 게 보기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언제 다시 해볼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기까지 하네요.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무엇이 즐거운지 몰랐던 것 같아요. 마음과는 다른 몸인지, 몸을 제대로 모르는 마음인지, 여튼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 구명조끼 없이 시원하게 패들보드를 타고 싶었지만, 깊고 깊은 물..)


여행은 ‘철렁’과 ‘앗싸’ 사이 

여행은 ‘철렁’과 ‘앗싸’ 사이 같아요. 이번 여행에서 생각나는 이야기를 몇 가지 적어 보면,
 “놀이의 발견” 물은 들어가는 게 아니라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패들보드도 튜빙도 제일 재밌어하는 나를 발견. 이것은 앗싸겠지요?

“생각할수록 후덜덜” 강에서 튜브 타던 지인이 둥둥 떠내려가서, 물에 빠졌던 일은 생각도 말자..ㅠ

“외국인(영어)은 무서워” 쳐다봐도 말을 걸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산책하면서 보이는 사람마다 보고 웃었더니, hi만 수십번.. 먼 산을 보자.

“우노!” 게임은 언어를 넘어 모두를 즐겁게 해주는 것, 챙겨간 동양화 게임도 역시 제 몫을 해냄~

“세상에 이런 일이?” 비행기가 연착해서 항공사에서 호텔 잡아주는 일은 누구에게 일어나나? 나!! 비행기가 늦게 출발해도 즐거운 건 우리뿐!

“해외여행에서 여권이란” 여권이 사라져서(분실 아님. 다른 도시로 보냄. 설명도 못 하겠음.) 비행기 못 타는 일이 벌어졌다가, 연착으로 간신히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게 된 친구 옆에서 마음 졸이기, 네네, 이것은 철렁입니다.

 

예상 못한 일이 벌어져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지만, 즐거움이 큰 여행이 되었답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나는데요. 힐링도, 마음의 전환도 ‘그 무엇’이 있어야 기회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망설이고 있다면, 일단 움직여 ‘그 무엇’을 만들어 보아요!


글 | 고은채 (인권교육센터 들)

편집 | 황서영 (인권재단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