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충전]오른쪽 다리의 힘을 다시 찾을 때까지


누군가 내가 컴퓨터를 하고 있는 사진을 보내주면 난 항상 거북이 그 자체였다. 등은 둥글게 굽었고 뭘 그리 더 자세히 보고 싶었는지 내 목은 항상 모니터 쪽으로 곧게 향해 있었다. 이 거북이는 오래 앉아있다가 자세를 바꿀라 치면 종종 오른쪽 다리에 힘이 쭉 빠져 순간적으로 앉지도 서지도 못했다. 잠시 온 몸에 힘을 풀었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조금이라도 오래 걷다 보면 오른쪽 다리에 감각이 없어져 다시 주저앉기를 10년. 처음으로 정밀검사를 받아보니 이 통증의 원인은 이른바 ‘디스크’라는 문제가 있어서 유발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올해 들어 특히 여러 가지로 마음도 너덜너덜해져 더 이상 활동을 지속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영화제 활동 9년 만에 지난 7월부터 안식년을 가지게 되었다.

 

일단 쉬면 몸이든 마음이든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안식년을 보낼 계획이었다. 그러던 중 다행히도 <일단, 쉬고>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그간 미뤄왔던 거북이 탈출 프로젝트를 시작이라도 해보고자 필라테스와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통증 관리를 위해서라도 꾸준한 재활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은 익히 알았지만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이번에 등록할 수 있다고 해도 한 달이나 두 달 뒤에 다시 등록할 수 있는 여유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기에 매번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필라테스는 제일 하고 싶지 않았던 운동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웃기지만 그 당시에는 그게 왜 운동일 수 있는지 항상 궁금했다. 지금껏 내가 운동을 했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자면 쉴새 없이 몸을 움직이는 풍경으로 가득한데 기구에 누워서 팔다리만(?) 움직이는 동작을 하는 게 운동이라니.. 땀이 한 방울도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첫 번째 수업에서는 숨 쉬는 방법을 배웠고, 역시나 땀 같은건 하나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초반에는 ‘숨 이라도 제대로 쉬면 폐라도 튼튼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동작 유지가 잘 되지 않고 팔다리가 발발 떨렸다. 배도 찢어지는 느낌이랄까. 그간 한 방울도 나지 않던 땀은 이미 습습하게 온몸에 올라와 있었다. 어느 날은 떨리는 목소리로 “윽, 이 자세는 너무 힘들어서 안될 것 같아요~”라고 했더니 내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운동이니까 당연히 힘들겠죠~?ㅎㅎ” 라는 선생님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 정답을 들어버렸다. 나는 재활'운동'으로 필라테스를 시작했고 허리 힘을 끌어 쓰지 않기 위해 코어를 단단히 하고 척추를 잘 잡아줄 근육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몸은 그간 없던 근육을 쉽게 내어주지는 않는다. 몸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무슨 아이템도 아니니 말이다.

 

‘그래 이것도 운동이지!!’라는 마음으로 10회 강습을 넘겼지만 강습소에 붙어있는 홍보물 내용인 “10번 필라테스를 하고 나면 느낌이 다르며~"가 무슨 말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배가 찌글찌글 한 느낌, 팔다리가 떨리는 느낌을 말하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축척된 통증이 있는 몸을 나아지게 하려면 당연히 10회로는 어림도 없다. 방치하고 지나온 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거라고 믿어본다. 그저 이제라도 시작해서 다행이고, 이제라도 몸의 어느 부분에 관심을 조금 더 둬야하는지 알게 되서 다행이다.

 

올 한해는 특히 여러 부고와 사건으로 몸도 마음도 편치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안식년을 보냈다곤 하지만 다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재충전 하지는 못한 것 같다. 오른쪽 다리의 감각을 다시 찾고 오래 걸어도 고관절이 저리지 않을 때까지, 거북이 자세를 벗어날 때까지 몸과 마음을 돌보며 조금 더 쉬면서 천천히 기다려보려고 한다. 그때에는 다시 무언가를 꾀하고 싶은 힘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글 |레고 (서울인권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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