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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행동
팬데믹 극복을 위한 인권단체 지원 전략
인권재단사람에서는 7월 29일 코로나19 인권단체 긴급지원사업 1차 공고를 내고 8월 3일부터 18일까지 약 2주간 신청접수를 진행했습니다. 예정에 있던 공모가 아니고 갑작스럽게 생긴 사업이라 정말 필요하지만 소식을 접하지 못해 신청을 못하실까 걱정이었는데, 선정단체 규모인 10개를 훌쩍 넘어 총 18개 단체가 신청을 해주셨습니다. [협약식 참가자들이 인사하고 있다] 어려운 심사과정을 거쳐 선정된 10개 단체와 8월 31일(월) 협약식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협약식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온라인 줌(https://zoom.us/)으로 진행하였습니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처음 써보는 분도 있고, 각자 접속하는 환경도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각자 프로그램 다운과 테스트를 요청드렸고, 협약식 시작 30분 전부터는 미리 접속해 비디오와 오디오 확인, 손들기나 채팅, 화면공유 등 사용할 기능도 함께 확인했습니다. 10개 단체 10명 모두 일찍 오셔서 테스트를 마치고 4시 정각에 인권재단사람 최초의 온라인 협약식을 무사히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화면으로 만나는 어색함을 떨치기 위해 지금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는 단어를 골라 설명하며 인사나누기를 했는데요. 조심스럽다, 답답하다, 바쁘다, 막막하다, 걱정된다, 속상하다, 무겁다 등의 단어로 활동가들은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일정이 취소되어 하는게 없어보일지 몰라도 행사연기와 취소, 활동방식의 전환을 두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활동가들의 심정을 헤아려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협약식에 참여한 정민석 사무처장] 선정단체들의 현황도 간략히 공유했습니다. 이번 긴급지원사업을 신청한 18개 단체 중 12개 단체가 작년대비 상반기 수입이 감소했고, 선정된 10개 단체 모두 수입이 감소했으며 감소율은 평균 23%였습니다. 교육, 기행, 캠페인, 회원모임 등 단체의 주요사업이 취소되고 이로 인해 신규회원가입이나 후원이 어려워진 상황이었는데, 수입은 감소했지만 프로젝트사업이 취소되거나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
인터뷰
정민석 신임 사무처장 "인권재단 사람은 현장에 가장 가까운 재단이었으면"
2018년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인권재단 사람의 사무처에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재단의 후원회원이자 신임 사무처장을 만나봅니다.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저는 재단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모금기획 업무를 계속 담당해왔고, 2018년부터 사무처장을 맡게 되었습니다.재단에 오기 전 대학 졸업하고 1년 가까이 제과점에서 빵을 만들다가 이후 6년 넘게 도넛회사 영업팀에서 일했어요.인권활동 소식은 꾸준히 접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언젠가 전업활동가가 되겠다.인권운동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지요. 이제 재단에서 가장 오래 일한 사람 중 한명이네요.언제부터 재단에서 일하게 되었나요? 2011년 2월에 전 직장을 퇴사하고, 3월 2일부터 바로 일을 시작했습니다.인권재단사람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서를 넣었는데,며칠이 지나도 아무도 답을 안 주는 거예요.그래서 박래군 소장에게 직접 연락을 했죠.왜 연락을 안 주냐고.그런데 어,지원했어?하는 거예요.그 말에 가지 말까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닭볶음탕에 술 한 잔 하다가 면접 통과가 되었지요 (웃음). [정민석 사무처장] 정민석 사무처장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처음 제가 맡은 업무는 후원인 명단을 엑셀로 정리하고 감사전화를 드리는 일이었어요.당시 인권센터 설립을 위한 모금을 막 진행하고 있었거든요.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당연히 인권센터 건립 모금을 진행한 일이고,세월호 시위 이후 박래군 소장이 구속되었을 때였습니다.특히 박래군 소장이 구속되었을 때는 제가 구치소 안의 소식을 바깥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었어요.면회일정을 조정하기도 하고,소장님 SNS를 관리하기도 하고요.일정을 조율하느라 정작 구치소에는 못 가봤지만 그 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사무처장직을 맡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물론 능력 때문이죠.최현모 활동가가 몸 돌봄이 필요해서 갑작스럽게 그만두게 되었지만,그 때까지 마음의 준비를 전혀 하고 있지 않았어요.그래서 외부에서 사무처장 역할을 할 수 있는 분...
인터뷰
이조은 활동가 "군대에서 요구하는 가치관은 제 가치관과 상충된다고 생각했어요"
5월 15일은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입니다. 전 세계 많은 평화운동가들과 병역거부자들이 살상을 거부하고 전쟁에 저항하는 행동으로 병역거부를 말합니다. 병역거부운동 활동가이자 재단 후원회원인 이조은님을 만나봅니다. 군대 대신 구치소로 입영 당일, 그는 병역거부를 선언했습니다. 병역거부에 대한 고민은 그의 아버지가 출가하며 마지막으로 남겼던 인간은 다 똥 싸는 부처다라는 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는 대학입학 후 아버지가 갑자기 출가하면서 여러 혼란을 겪었습니다. 아버지가 남겼던 말 때문에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고민하며 가치관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 과정에서 병역거부를 고민했고, 당시 병역거부운동을 하던 시민단체인 전쟁없는세상를 찾아가 자원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평화운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병역거부에 대한 확신이 생겼고 2010년 6월 15일 병역거부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재판에서 1년 6월을 선고받아 구치소에 수감되었습니다. 출소 이후 시민단체 활동을 이어갔고 평화박물관을 거쳐 지금은 참여연대 간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조은 후원회원] 이조은 후원회원 평화와 페미니즘 그의 삶에서 중요한 가치관은 평화주의와 페미니즘이라고 합니다. 특히 페미니즘을 통해 그는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위계적이고 권위적인 가부장문화가 저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남성다움을 요구받을 때마다 남자답지 못한 스스로에 자괴하며 내가 왜 그 기준에 맞춰야하는지 항상 의문을 느꼈어요. 그러다 페미니즘을 알게 되고 비로소 나를 긍정하며 스스로를 온전히 바라 볼 수 있었습니다. 페미니즘 덕분에 나와 타인과의 관계,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반경이 넓어졌어요. 그리고 평화운동을 통해 우리가 일상의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관점을 갖게 되었어요. 제가 무슨 엄청난 페미니스트나 평화주의자인 것은 아니지만, 내가 선택한 가치관을 내 삶 속에서 실천하고 지향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스스로를 배반하지 않는 ...
인터뷰
활동가 민선 "누군가도 저를 통해 동력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지난 8월, 인권활동가 쉼프로젝트를 위해 해남을 다녀왔습니다. 쉼 없이 빽빽한 인권운동 속에서 한 편의 여백을 같이 했던 활동가이자 재단 후원회원인 민선님을 소개합니다. 인권활동의 시작 사회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인권운동사랑방 자원활동의 문을 두드렸던 게 지금의 인연으로 이어졌어요. 인권은 중립적일 거라고 생각하고 두루 접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가졌었는데 그랬던 게 참 부끄럽네요. 어느덧 인권활동을 한 지 10년이 됐 지만, 인권/운동은 뭘까 고민되기도 하고 참 어려워요. 인권이 우리의 존엄을 흔드는 국가와 자본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곁을 지키는 힘 있는 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굳건한 현실 앞에서 속상할 때가 많아요. 그러다가도 싸움의 현장을 늘 함께 지키는 사람들을 보면서 힘을 얻기도 하고, 제가 누군가를 통해 얻은 동력처럼 누군가도 저를 통해 동력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민선 활동가] 민선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 2012년 겨울 대선을 앞두고 대한문 앞에 마련했던 함께 살자 농성촌에 함께 했던 게 먼저 떠오르네요. 용산, 쌍용차, 강정, 밀양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농성촌 덕분에 구체적인 얼굴들이 떠오르는 관계로 만나게 된 것 같아요. 5년이 흐른 지금 다시 그 자리에 다시 분향소를 차릴 수밖에 없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보면 참 아파요.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속상해지기도 합니다. 정작 미안하다고 사죄해야 할 이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나 화가 나기도 하고요. 며칠 전에 분향소 밤지킴이를 하고 아침에 일어나 쌍용차 노동자들과 함께 119배를 하면서 서른 분의 영정을 모은 현수막을 다시 보게 됐어요. 2009년부터 계속 돌아가신 분들이 계시는데, 중간중간 그렇지 않은 때가 있는 것 같았어요. 대한문 분향소가 추모의 공간을 넘어 연대를, 희망을 확인하는 공간이었다는 얘길 들었던 게 생각나더라고요. 119명의 쌍용차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일상으로 ...
지속 가능한 활동
말이 통하지 않는 자유: 베를린에서 3주살기
첫 여행은 무조건 베를린이다. 성인이 되고, 해외여행을 꿈꾸게 되면서, 언젠가부터 막연히 생각했던 나만의 꿈의 여행지는 베를린이다. 베를린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다. 환상은 손잡고라는 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하게 되면서 더 깊어졌다. 손배가압류를 하지 않는 나라, 노동법원이 있는 나라, 손잡고라는 단체가 필요없는 나라! 심지어 통일도 했고, 독재청산도 한 나라! 매일같이 대책없는 문제들의 대책을 고민하면서, 태극기부대들의 타깃이 되는 노동자들과 함께하면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끓어 안고 무력함을 느끼면서 많이 지쳐가던 차였다. 그런 의미에서 베를린은 발걸음 닿는 곳마다 숨통이 트이는 도시다. 일단, 쉬고여서 가능했던 활동가 재충전 원래 계획은 9월부터 한 달 쉬기였다. 시작부터 쌓여가는 일정, 끼어드는 일정에 밀려 10월로 옮겼다. 한 달에서 3주로 휴가기간도 변경됐다. 대신 베를린에서의 2주를 3주로 변경했다. 숙소를 잡고, 비행기를 예약하고 난 후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았다. 비행기를 탈 때까지 모르는 거 아니냐고 놀리는 운영위원에게 취소 수수료를 물어줄 게 아니면 농담도 하지 말라고 했다. 비행기 타는 날 새벽까지 일을 하고, 무계획으로 떠났다. 그나마도 일단, 쉬고의 지원금을 받았기에 가능했다. 일단, 쉬고는 무를 수 없음이 최고 장점이라 하겠다. 계획은 12시간 비행동안 충분했다. 잘 쓰여진 여행책 하나를 바이블 삼았다. 딱 이대로만 놀테다. 결정하고나니 계획없어도 할 일이 많았다. 일단 떠나고 볼 일이다. 교훈을 얻고 나니 이제는 틈만 나면 여행적금을 부어서라도 나갈 용기가 생겼다. 일단, 쉬고에 밝힌 나의 여행 계획은 무계획이다. 계획없이 동네구경, 사진찍기, 그림그리기를 하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두 이루었다. 3주 동안, 첫 주는 관광객처럼 관광지 구경을, 둘째 주는 좋아하는 미술관 투어를, 셋째 주는 구석구석 베를린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 사는 구경을 했다. 주말 사이사이 포츠담과 드레스덴 같은 근교여행도 다녔다. 여행의 가장 행...
지속 가능한 활동
트라우마 스트레스와 소진에 대처하는 방법
슬기로운 마음생활 첫 번째 공개강연 내 마음 돌봄의 기술 우리 사회의 아프고 힘겨운 문제들에 공감하는 일은 자기돌봄을 어렵게 할 때가 많습니다.특히나 인권활동가들의 활동 환경은 사회문제의 한 가운데서,스스로의 마음을 살피고 돌보기에 넉넉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인권재단사람에서는 보다 지속가능한 인권활동 환경을 만들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인권활동가들의 마음건강을 지원하기 시작하였습니다.그렇게 탄생한 2020인권활동가 자기돌봄 프로젝트 슬기로운 마음생활!그 시리즈의 첫 시작은 한국트라우마연구교육원 주혜선 원장님이 준비해주신 내 마음 돌봄의 기술-트라우마 스트레스와 소진에 대처하는 방법공개강연으로 7월 28일 화요일 저녁 7시,서울시NPO지원센터 품다에서 약 25명의 활동가와 함께했습니다. 두 시간의 강연은 인권활동의 과정에서 생기는 트라우마와 소진을 잘 이해하고,관리하고 치유하기 위한 방법을 실습을 통해 익히는 시간이었습니다.장애인,여성,청소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모둠을 이루어 함께 스트레스와 소진에 대한 여러 가지 대응기술을 실습했습니다. 나아가 함께 활동하는 동료들과 지지적인 관계를 맺는 방법을 실제 시연을 통해 배워보았습니다.활동가가 겪는 심리적인 어려움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지지체계를 만드는 일은 더욱 두 손 모아 응원하게 됩니다. 지난 화요일,비오는 밤 따뜻한 모임의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인권재단사람은 차별과 혐오,폭력의 피해자 곁에서 공감하고 함께 싸우는 일에 스스로는 뒷전인 인권활동가들이 자신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동시에 인권단체의 활동조건을 개선하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2020년 하반기,인권활동가들이 마음을 살피고 돌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 응원해주세요! 덧. 슬기로운 마음생활 두 번째 시리즈는 마음건강검진입니다. 앞으로의 마음생활 시리즈 소식도 공유할 예정입니다~ #인권활동가...
지속 가능한 활동
분단과 평화 사이
매년 2월 말에 열리는 전국인권활동가대회는 말 그대로 다양한 이슈를 가지고 활동을 하는 전국의 인권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친목을 다지고, 인권운동의 전망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올해로 열여섯 번째를 맞이한 전국인권활동대회는 문재인 정부 들어 느리지만 조금씩 형성되고 있는 남북 간 평화분위기를 반영하여 분단과 평화 사이라는 주제로 2월 26일부터 28일까지 2박 3일간 진행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기행을 염두에 두고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철원에서 숙박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답사까지 다녀왔지만 장애인 접근성이 보장되는 숙소를 찾기가 너무 어렵더라구요. T.T 특히나 지역에서는 그런 시설을 찾는 것이 거의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단지 숙소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동 수단에 이동로, 식당에 화장실까지... 모든 것이 너무나도 비장애인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는 현실이 장애인들에게는 어떤 메시지로 다가올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년 격렬하게 이동권 투쟁을 하는 장애인 당사자 활동가들이 떠오르며 앞으로는 좀 더 그들의 싸움에 적극적으로 연대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보았습니다. 결국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여 서울 북부에 위치한 북한산생태탐방원으로 숙소를 정했습니다. 하지만 인권활동가 기간에 장애인 단체들의 총회가 겹쳐서 장애인 활동가가 아무도 못 오셨다는... T.T 그래도 괜찮았어요. 사회적 약자에게 친화적인 시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훨씬 이용이 편한 곳이니까요. 어쨌든...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16회 전국인권활동가 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활동가대회에는 전국에서 약 65명의 인권활동가들이 모였습니다. 활동가대회를 준비할 때 가장 고민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과연 단체소개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인데요, 오래 활동을 하신 분들에게는 너무 식상하고, 그렇다고 매번 새로 오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서 이번에 새롭게 아이디어를 낸 것이 간단한 단체 소개와 함께 각 단체가 위치한 동네의 맛집을 소개를 덧붙이는 것이...
지속 가능한 활동
일단 텔레그램 삭제하고 제주에서 힐링
일단, 쉬고를 신청할 때부터 무지개행동 집행위원들은 모두가 들뜬 마음이었습니다. 산재해있는 성소수자 인권 현안과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성소수자 혐오, 차별 이슈들에 대응하며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무지개행동 집행위원들에게 일단쉬고는 정말로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2박 3일이 어찌 보면 짧은 기간이지만, 각 단체에서 주요한 업무들을 맡고 있고, 무지개행동의 사업을 집행하는 집행위원들이다 보니, 사업명처럼 여행 기간 내내 텔레그램을 삭제하고 업무를 신경 쓰지 않으며 여행을 즐길 수 있을까 의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시도해보고자 제주공항에 모여, 다 같이 텔레그램 삭제 의식을 거행하였습니다. 평소 여가 시간에도 습관처럼 확인하던 텔레그램을 삭제하고 나니, 정말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비록 1 명은 급한 업무로 텔레그램을 다시 깔 수밖에 없었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초반의 의심을 불식시키며 텔레그램 없는 2박 3일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제주에서의 2박 3일은 정말 힐링의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족욕카페부터 정말 돌들만 있어 마음이 평온해졌던 돌문화공원,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던 제주의 숲과 바다, 그리고 산해진미까지. 비록 태풍과 함께한 2박 3일이었지만,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의 추억으로 남지 않았을까 합니다. 무엇보다 업무로만 보던 집행위원들과 업무와는 상관없이 서로 간의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은 앞으로 집행위원들 간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인원이 제주에서 2박 3일을 보내기란,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고, 재정적으로도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기에, 선뜻 이렇게 여행을 다녀오기는 어렵습니다. 일단쉬고 덕에 함께 시간을 맞추고 재정 부담 없이 2박 3일을 제주에서 보낼 수 있었습니다. 소중한 추억이 되었고, 힐링의 시간이었습니다. 쉼을 통해 지친 몸과 마음 달래며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더 힘 쏟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도움 주신 인권재단 사람을 비롯한 후원자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지속 가능한 활동
"마음 졸이지 않아도 괜찮아" 용기와 여유를 준 안식년 여행
1년이란 안식년이 막상 주어졌을 때 무엇을 해야 할까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1년이나 쉬는데 해외는 나가봐야 하지 않을까? 멀리 한번 가야하지 않을까?란 마음에 런던행 비행기 표를 끊었습니다. 영어도 잘 못 하는데 의사소통은 가능할까?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특히, 없는 살림에 가는 유럽이었던지라 호텔 등 숙박비를 감당할 수 없어 에어비앤비와 캠핑장을 주로 이용하고 교통수단도 렌트카 등을 주로 이용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걱정은 갈수록 부풀어 올랐습니다.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고민의 풍선이 터지기 직전 드디어 런던으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우아하게 캐리어를 끌고 입국장에서 공항 패션을 선보이며 인증샷을 찍는다고 하는데, 캠핑할 목적의 용품들을 담은 대용량 캐리어를 끌고 배낭 가득 짊어진 짐은 생활 여행자로서의 출발을 알리는 시작이었습니다. 4월 29일 출국하여 26일 동안 런던, 파리, 스페인 도시 곳곳을 누비며 생활 여행자로서 잘 살아남아 현재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100년이 넘은 런던의 지하철에 짐을 옮기느라 애를 먹었지만 템즈강을 바라보며 무거운 어깨를 쉬고, 주문이 어려워 매번 식당에서 어설프게 주문한 파리 레스토랑의 음식은 생애 최고의 별미였습니다. 높은 서비스 비용, 주말마다 문을 닫는 런던, 파리, 스페인의 슈퍼마켓 등 편의시설을 보면서 24시간 불 밝혀진 한국의 편의점 불빛이 노동자들의 삶에는 어두운 그림자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 숲이 아닌 키 낮은 건물, 재건축재개발이 아닌 오래된 건물을 고수하는 유럽의 문화가 조금 더 달리 보였습니다. (물론 누군가의 삶을 뉘일 비용은 유럽이나 한국이나 높은 건 마찬가지 였습니다.) 곳곳 마다 세워진 고성들과 중세시대의 예술품들을 보고, 한 블록마다 있는 미술관들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감동을 받았습니다. 책에서만 접하던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실제로 본 감동은 책의 느낌과는 다른 살아서 꿈틀대는 두근거림이었습니다. 특히,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 전시된 피카소의...
지속 가능한 활동
마침표를 고민하기 전에 쉼표부터 찍자
제가 속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소문난 바쁜 조직입니다. 일년 365일 계절을 가릴 것 없이 투쟁하고 토론하고 활동합니다. 아니, 차라리 1년 365일이 모자라다는 말이 더 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활동가들 각자 활동으로 정신이 없다보니 힘겨움과 지침이 서서히 깔리기 시작했고, 서로간 마음의 벽도 생겨났습니다. 활동을 통해 세상을 바꿔가면서 활동가의 삶도 같이 좋아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불행하게 되었습니다. 바쁘디 바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활동가 모두에게 쉼표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바로 그 때 일단,쉬고:그룹의 공고가 떴습니다. 마치 한여름 더위 속에서 참을 수 없는 청량음료의 유혹처럼, 이 쉼과 재충전 프로그램이 열심히 활동해온 전장연 활동가들에게 시원한 촉매제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420 투쟁을 코 앞에 두고 모두의 바람을 담아 엠티 계획이 담긴 지원서를 쓰고, 다행스럽게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로에게 편안한 안식이 되기 위한 엠티 프로그램은 여러 사정과 모두의 이야기 속에서 많은 변동이 있었습니다. 그룹구성원의 범위가 확대되었고, 장소도 바뀌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활동가들은 많은 고민과 논의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함께 결의했습니다. 일단,쉬고는 활동가들의 쉼을 위해 만들어졌고, 따라서 이 쉼의 의의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엠티를 만들어 가기로 말이죠. 강릉에 도착해서 우리는 최대한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워크샵처럼 빡빡하지 않도록, 서로에 대해 잘 알기위한 프로그램 사이사이에는 넉넉한 자유시간으로 충분히 쉴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 중에도 서로를 제약하지 않고 서로의 쉼을 침해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2박 3일의 짧은 기간에서도 많은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엠티의 첫 프로그램으로 우리는 가볍게 현재 마음을 사진이나 간단한 그림으로 표현하기로 했습니다.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모습, 머리를 쥐어짜는 사진을 보며주기도 하고, 해바라기 그림을 보여주며 밝은 부분을 찾으려 하는 모습도 보...
지속 가능한 활동
이대로도 괜찮아! 2박 3일 철원 여행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 으쌰으쌰 하나 되어 노를 젓는 가운데 찾아온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만난 급류를 신나게 타면서 희열 속에 고취되는 협동의식. 우습지만 10년 전 어느 날부터 내가 그려온 이상적인 한 장면이다. 그런 순간을 함께 보내고 나면 더 단단해져있을 거라는 기대로 품어온 로망. 그 로망을 실현하게 됐다. 인권재단사람의 일단,쉬고:그룹 지원 덕이다. 더불어 지원해보자고 마음을 모아준 사랑방 동료들 덕이다. 어쩌다 다시 철원 6월 9일부터 11일까지, 2박 3일 동안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들이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내겐 세 번째 철원 방문이었다. 올 초 인권활동가대회를 준비하며 사전답사로 처음 가보고, 인권활동가대회 주요일정이었던 DMZ 순례에 이어 올해에만 세 번째. 다시 철원을 향하게 된 건 순례코스였던 승일교 위를 걸을 때 내려다보았던 한탄강의 물 색깔이 너무 예뻐서였다. 이곳에서 한여름 시원하게 래프팅을 즐겨라! 맞은편 커다란 광고판이 우리를 향해 말을 건 것 같았고, 내가 품었던 로망이 구식이라고 놀렸던 동료도 이런 옥빛의 한탄강에서라면 래프팅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일단,쉬고:그룹 지원 공고는 그런 바람을 구체적인 여행계획으로 추진하게 이끌었다. 한 단체 활동가들끼리 가면 분명 회의할 거라 지원을 안 해준다는 소문(?)을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좋아서 하는 게 아닌 회의를 절대 하지 않을 것이며, 2박 3일 함께 하는 시간을 잘 누릴 작정이라고 굳이 덧붙여 강조하며 지원을 했다. 우리의 여행 프로젝트 이름은 일단, 친해지자였다. 작년부터 1년 새 3명이 새로 입방해 현재 7명의 상임활동가들이 사랑방 활동을 일구어가고 있다. 새로운 사람과 함께 하는 설렘은 바쁜 일상 속 어느새 익숙함으로 바뀌었다. 익숙함 그 자체가 문제되진 않는다. 하지만 익숙함을 이유로 눈짓, 손짓, 말 걸기가 필요한 어떤 순간들을 지나치고 말 때가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어떤 틈새가 필요하다. 일상과는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함께 지내며 그런 틈새를 발...
지속 가능한 활동
인권, 한 발 더 내딛기 위해 : 2019 활동가 조사 결과가 말하는 것
힘든 활동 조건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인권활동가들을 만났습니다. 인권운동이 활동가들의 헌신과 희생에만 의지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인권운동의 다음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을 위한 활동가 조사에는 활동가로서의 삶이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제 길을 가고 있는 이들의 현재 상황, 그리고 뒤따르는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이들의 상황을 살피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 다음을 같이 고민하는 시작점이 되길 바랍니다. 조사 개요 - 조사대상 : 전국 92개 인권단체 - 조사 방법 - 인권단체 설문조사 : 71개 인권단체 참여 (응답율 : 74.0%) - 인권활동가 설문조사 : 125명 참여 - 심층 인터뷰 : 20명 (9명은 비서울 지역) - 조사 기간 : 2019년 6월~8월 - 조사 주체 : 재단법인 인권재단사람,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 인권의 저자로 이야기꾼으로 고통의 곁을 지키는 사람으로 표현되는 인 권활동가들은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언제 까지 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경제적 어려 움 때문에 떠나고, 누군가는 활동의 비전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권 운동과 멀어지기도 합니다. 이때 남은 사람들은 안타까움과 초조함 그리고 막막함이라는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2019년 한 해 동안 활동가 조사 를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권운동이 앞으로 해 나가야 할 과제와 역할, 활동가를 위한 사회적 지원과 대안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주목할만한 다섯가지 결과를 소개합 니다. 1. 단체의 법적성격은 무엇인가요? 인권단체는 유연한 조직 운영,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활동 방식으로 인 권침해 감시 활동을 해야 하다 보니 임의단체로 운영되는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응답자의 49....
지속 가능한 활동
안전하게 고독해 질 수 있는 시간 : <일단,쉬고2> 를 다녀와서
고양이와 함께 살기 위해서는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반드시 마련해야한다. 고양이들은 낯선들이 방문을 하거나 어디론가 가고 싶을 때, 세상과 분리되고 싶을 때, 그것도 아니면 누구도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낄 때,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숨을 수 있는 공간은 고양이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 작년에 몸이 아파서, 강제로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 혼자있는 시간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 시간들을 보내면서 숨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말이 색을 바꾼 볼드체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쉼이라는 말의 의미도 달라졌다. 처음에 강제로 집에서 쉬게 되었을 때는 강제로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들로부터 벗어나 있는 것이마치 세상으로부터 밀려나는 것 같아서 불안했다. 그런데 관계들로부터 외떨어져있는 상황이 점차 평온하게 다가왔다. 아프기 전까지는 피곤한 몸을 회복하는 것이 쉬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쉼은 단지 그것만은 아니었다. 외부로부터 단절되고, 심지어는 골똘하게 생각하는 자기 자신과도 단절하여, 그렇게 숨을 수 있는 시공간 속에서 그저 자신만의 세계로 침잠하여 고요하고 텅 빈 고독을 느끼는 것이 쉼이었다. 내가 참여해 본 인권재단 사람에서 준비한 활동가 쉼프로젝트는 바로 이러한 쉼의 의미를 충실히 담고 있었다. 올해는 태풍 때문에 숙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나의 경우에는 커다란 창문 밖으로 보이는 폭풍의 풍경, 창문에 맺힌 빗방울들과 주변의 모든 소리를 다 집어삼킨 바람소리와 그 외부로부터 분리된 공간을 느끼는 시간이 참 좋았다.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공간과 안전하게 고독해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이 모든 것은 타인들과 공존하지만 관계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여유롭지만 심심하지는 않고, 잘 준비되었지만 강요받지는 않는 프로그램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이 글의 끝은 상투적이고 촌스럽지만 당부의 말로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인권재단 사람의 쉼 프로젝트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더 많은 활동가들이 3박 4일동안 평안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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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념무상, 돌봄의 시간
무념무상,돌봄의 시간 2010년에 전북평화와인권연대의 활동가로서 삶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6개월간의 안식월을 갖게 되었습니다.그 전에도 휴가나 휴식을 가지긴 했지만 인권운동과 관련된 활동을 모두 멈추고 길게 쉬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네요. 이전까지는 쉼이라는 것에 대해 별 고민이 없었습니다.그런데 쉼이 절실했구나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활동을 꾸려가고 사람들을 만나 어떤 변화를 만나면서 즐겁고 기쁠 때도 있었습니다.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에게 상처를 입고,내 안의 울림이 만들어낸 활동이지만 한편으로 그것이 자신을 무겁게 누르던 상황도 참 많았습니다.안식월을 보내면서 그랬던 몸과 마음을 돌아보게 되었네요. 그래서 올해의 봄과 여름은 그렇게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돌보는데 충실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촛불 이후 뭔가 해야는 거 아니야?라며 치닫고 달려가려는 내 자신에게 잠깐 멈춰보면 어때라고 토닥였던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4천 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에 가보고,끝이 보이지 않는 듯한 초원과 사막에도 있어보고,하루 종일 TV만 보면서.하지 않았던 혹은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한 정말 무념무상의 시간이었습니다.그렇게 6개월의 쉼의 끝자락에 인권재단 사람에서 인권활동가들의 마음돌봄과 쉼을 위한 무념무상 프로그램 소식을 들었습니다. 프로그램이 어떤 내용인지는 잘 모르겠지만,무념무상이란 말에 끌려서 그렇게 8월 23일부터 26일까지 오랜만에 남원시 산내면을 찾았습니다.산자락에 위치한 흙집에서 참가한 분들과 첫 인사를 할 때만 해도 예전에 종종 가던 여러 워크숍과 똑같은 거 아닐까란 생각도 했습니다.그 뒤 3일을 있으면서,새로운 경험이자 쉼이었습니다. [살래화폐] 인상 깊었던 건 살래화폐였습니다.살폐화폐를 이용해서 산내면 주민들이 운영하는 곳을 이용할 수 있었죠.프로그램 준비에 함께 해주셨던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 이음덕분에 재밌게 쉬는 경험을 했습니다.근처의 둘레길을 걸으며 땀 흘린 뒤에 마지식당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지리산문화공간 토닥에서 시원하게 음료도 마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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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70주년, 인권으로 역사를 여행하다
제주 43을 몸으로 새기고 인권과 변화를 이야기하다 2018년은 70이라는 숫자가 여러 갈래로 새겨진다.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이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점령 70년이다. 그리고 제주 43 70년이기도 하다. 2차 대전이 종식되고 좌우 대립이 극에 달하며 대리전이라 평가되는 625전쟁이 발발하기까지 세계사에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다면 정리된 역사를 살피면 된다. 하지만 당대에 살았던 이들이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경로로 집단의 감정을 만들어냈으며, 그 정동은 무엇인가를 추론하는 것은 나로선 상상조차 어렵다. 그동안 변화를 위해 어떤 투쟁이 있었고 무고한 희생이 있었으며,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를 찾고 읽는 것은 지금을 살고 있는 이들의 책무이기도 하다. 몇 편의 43 연구 자료와 몇 년 전 찾은 43기념관의 전시물, 몇 년 전 개봉한 영화들이 그간 나름 찾아보았던 43의 자료들이다. 텍스트로 접해온 사건은 경험보다는 감각적 데이터로 남는다. 무엇보다 제주를 관광지 이상으로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인지 인권활동가대회를 제주에서 한다는 얘기에 반가움과 피로가 엄습했다, 43을 제주에서 이야기하는 것, 다른 이도 아니고 인권활동가들과 4.3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수반한다. 그럼에도 43이었기에 가야했다고 생각한 건 적어도 인권활동가라는 이름이 부여한 사명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 ▲ 섯알오름 학살터 43은 일제치하부터 625전쟁 이후에 이르는 시간을 아우른다. 사건은 좌우이념대립과 이승만 정부의 명분을 위한 좌파 색출, 그리고 그 가운데 일어난 민중학살을 제주의 지정학적 장소에 함축한다. 복잡한 맥락은 43을 무엇으로도 호명할 수 없도록 만든다. 사건의 맥락이 방대한 만큼 43유적은 일제 강점기 비행장부터 군사시설, 학살터와 묘지, 위령비, 은신처와 피해생존자 삶터까지 두꺼운 층위를 아우른다. 제주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수식들이 무슨 역사를 숨기고 있는지, 기록과 흔적들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찾아볼 것을 요청한다. 43...
차별에 맞서는 활동
제1회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활동가대회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전국의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80여 명과 함께 충남 계룡산으로 활동가대회를 다녀왔습니다. 첫째날, 만나고 떠들고 손잡기 산과 계곡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경치의 펜션에 도착했습니다. 대부분의 행사가 서울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극복하고자, 대전/충청권으로 장소를 정했고, 그래서인지 비수도권 지역의 활동가들도 더 많이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강당에 모여 기념품으로 티셔츠와 머그컵을 나누어 가졌습니다. 무지개행동 활동가대회라고 적힌 티셔츠를 함께 입으니 유대감이 한결 커지는 듯 했습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일정 내내 모두가 머그컵을 사용한다는 점도 잠깐의 불편함보다 공존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이후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해 사람 빙고게임을 통해서 자신과 같은(생일, 좋아하는 계절, 휴대폰 기종, 못먹는 음식 등등) 사람을 찾아다니거나 몸으로 표현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활동가들과 인사하고 마음의 거리를 좁혔습니다. 저녁에는 사람책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한채윤, 이종걸, 나기, 장서연, 웅, 배진교, 박한희, 자캐오, 곽이경 등 무시무시한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두 번에 나눠서 들어보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각각 50분의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져서 다들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풀기 위해 밤에는 간단한 뒤풀이도 이어졌습니다. 둘째날, 배우고 돌보고 결의하기 이튿날 오전에는 요가, 몸짓 배우기, 산보의 세 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요가는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의 나영님, 몸짓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핫가람, 산보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나라님이 이끌어 주었습니다. 몸짓을 배운 분들은 그날 밤에 진행된 친교의 밤에서 즉석 공연을 보여주기도 해서 흥겨움을 더했습니다. 오후 첫번째 시간에는 강당에 모여 와글와글 수다회를 진행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하며 가장 기분이 좋았던 순간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것과 디딤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