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에는 우리끼리 놀기 위한 축제를 생각하고 준비한 사업이었어요. ‘6월은 프라이드먼스니까 학교 안에서 퀴퍼를 열어보자’ 정도로 가볍게요. 그러다 서울시가 서울퀴어퍼레이드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하는 일이 발생해, 이를 규탄하는 메시지가 추가되었어요. 그렇게 성공회대학교 인권위원회 ‘등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학생회 ‘닿음’, 실천여성학회 열음, 실천환경학회 공기네트워크, 사회융합자율학부 비상대책위원회 ‘새로’가 모여 미니퀴어퍼레이드 조직위원회가 만들어졌고, 6월 1일 행사 개최를 목표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혐오 공격에 미뤄진 행사
하지만 미니퀴어퍼레이드 홍보 게시물이 올라간 후, 성공회대학교 익명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입에 담기도 힘든 혐오표현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왜 퀴퍼해서 학교 망신시키냐’, ‘너희끼리 해라’, ‘퀴퍼날은 두창 걸릴까봐 학식 못먹겠다’ 등 주관단위가 파악한 혐오게시물만 600여 개에 달했죠. 이런 혐오는 오프라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성공회대학교 총학생회칙에 근거한 총투표 제도를 이용해 미니퀴어퍼레이드의 개최를 저지하려는 행동이 벌어졌거든요.
예상치 못한 혐오 공격에 갑작스럽게 많아진 백래시 대응 사업을 진행하느라 실무가 밀렸고, 미니퀴퍼를 당초 계획인 6월 1일에 진행하지 못하게 되었어요. 설상가상으로 성공회대학교 총장은 ‘미니퀴어퍼레이드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입장문을 게시했는데요. “공동체 구성원들의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행사의 경우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2023년 6월 1일로 공지된 행사를 보류하고 설명회 혹은 간담회 등 다양한 형식으로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가 필요합니다.”라며 성소수자 혐오를 반대의견으로 둔갑시키고 학생 자치활동에 개입하려는 내용이었어요.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학교본부의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월권을 지적하고, 미니퀴퍼 주관단위들도 계속해서 항의해 총장의 입장문은 철회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행사는 6월 20일에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익명 속 혐오에 대응하기 위한 수많은 활동을 펼친 성과인지, 총투표 연서명도 연서명 주최 측 추산 140여 명에서 흐지부지되며 200명을 채우지 못해 발의에 실패했죠.
역경에 굴하지 않는 강인함
미니퀴어퍼레이드는 6월 20일이었지만 그 전부터 다양한 행사가 있었어요. 5월 17일 성소수자 혐오반대의 날에는 ‘역경에 굴하지 않는 강인함’이라는 꽃말이 담긴 마트리카리아라는 꽃을 학생들에게 나눠주었어요. 혐오에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고, 학생들을 직접 만나 미니퀴어퍼레이드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었습니다. 미니퀴어퍼레이드가 예정되어 있던 6월 1일에는 학생들에게 무지개끈을 나눠주었어요. 미니퀴어퍼레이드에 대한 지지의 의미를 담은 무지개끈을 묶고 다니면서 미니퀴어퍼레이드를 지지하는 사람을 서로 확인할 수 있었죠.

6월 5일부터는 성공회대 교수님들의 미니퀴어퍼레이드에 대한 견해를 담은 ‘미니퀴어퍼레이드 릴레이 인터뷰’를 카드뉴스로 발행했는데요. 미니퀴어퍼레이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언어를 얻고, 익명 속 혐오는 언어를 잃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2023년 6월 20일 미니퀴어퍼레이드 당일! 우선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부스 행사를 시작했어요. 특히 실천여성학회 열음의 타투스티커/핀버튼 판매부스가 문전성시를 이루었습니다. 부스 행사 후에는 다 같이 과일을 먹으면서 미니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한 서로는 어떤 사람인지, 미니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한 기분이 어떤지 준비된 질문지에 답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참여자들은 ‘미니’ 퀴어퍼레이드이기에 할 수 있던 활동이었던 것 같아 의미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그리고 오후 6시, 본행사가 시작되었어요. 성공회대학교의 교수이자 대한성공회 신부이신 자캐오 신부님의 축복식과,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위원장 홀릭님, 그리고 성공회대학교 학내 구성원 4인의 발언을 이어들었죠. 멋진 공연도 이어졌습니다. 성공회대학교 춤 소모임 PRISM의 ‘퀴퍼플리’ k-pop 공연, 미어캣(이숲)님의 잔잔하지만 사회의 이면을 꼬집는 가사가 돋보이는 공연, 그리고 성공회대 학생들의 공연이 있었는데요. 참여자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무대 뒤 편의 공간에서 깃발을 흔들며 환호하는 등 참여자와 공연자가 하나 되는 시간이었어요.

무대가 끝나자 성공회대 민속문화연구회 탈이 출격해 행진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성공회대학교의 상징인 느티아래에서 출발한 탈의 길놀이를 선두로 참여자들이 뒤를 따라가며 돌았어요. 나눔관 광장에 돌아와서는 서로의 손을 맞잡고 강강술래를 하기도 했죠. 여운을 남기던 탈의 풍물이 끝나고 서로 소감을 나누며 행사를 끝마쳤습니다.
행사의 끝을 알리는 듯 비가 쏟아졌어요. 행사를 준비하며 졸이던 마음을 씻어주는 비였어요. 익명 속 혐오에 의해 받았던 상처는 자유로움과 자긍심이 되었습니다. 미니퀴어퍼레이드 조직위원회는 익명 속 혐오에 굴하지 않고 다시금 조직을 정비해 제2회 성공회대학교 미니퀴어퍼레이드가 개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글 | 최보근 (성공회대 인권위원회)
편집 | 황서영 (인권재단 사람)
사실 처음에는 우리끼리 놀기 위한 축제를 생각하고 준비한 사업이었어요. ‘6월은 프라이드먼스니까 학교 안에서 퀴퍼를 열어보자’ 정도로 가볍게요. 그러다 서울시가 서울퀴어퍼레이드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하는 일이 발생해, 이를 규탄하는 메시지가 추가되었어요. 그렇게 성공회대학교 인권위원회 ‘등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학생회 ‘닿음’, 실천여성학회 열음, 실천환경학회 공기네트워크, 사회융합자율학부 비상대책위원회 ‘새로’가 모여 미니퀴어퍼레이드 조직위원회가 만들어졌고, 6월 1일 행사 개최를 목표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혐오 공격에 미뤄진 행사
하지만 미니퀴어퍼레이드 홍보 게시물이 올라간 후, 성공회대학교 익명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입에 담기도 힘든 혐오표현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왜 퀴퍼해서 학교 망신시키냐’, ‘너희끼리 해라’, ‘퀴퍼날은 두창 걸릴까봐 학식 못먹겠다’ 등 주관단위가 파악한 혐오게시물만 600여 개에 달했죠. 이런 혐오는 오프라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성공회대학교 총학생회칙에 근거한 총투표 제도를 이용해 미니퀴어퍼레이드의 개최를 저지하려는 행동이 벌어졌거든요.
예상치 못한 혐오 공격에 갑작스럽게 많아진 백래시 대응 사업을 진행하느라 실무가 밀렸고, 미니퀴퍼를 당초 계획인 6월 1일에 진행하지 못하게 되었어요. 설상가상으로 성공회대학교 총장은 ‘미니퀴어퍼레이드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입장문을 게시했는데요. “공동체 구성원들의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행사의 경우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2023년 6월 1일로 공지된 행사를 보류하고 설명회 혹은 간담회 등 다양한 형식으로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가 필요합니다.”라며 성소수자 혐오를 반대의견으로 둔갑시키고 학생 자치활동에 개입하려는 내용이었어요.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학교본부의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월권을 지적하고, 미니퀴퍼 주관단위들도 계속해서 항의해 총장의 입장문은 철회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행사는 6월 20일에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익명 속 혐오에 대응하기 위한 수많은 활동을 펼친 성과인지, 총투표 연서명도 연서명 주최 측 추산 140여 명에서 흐지부지되며 200명을 채우지 못해 발의에 실패했죠.
역경에 굴하지 않는 강인함
미니퀴어퍼레이드는 6월 20일이었지만 그 전부터 다양한 행사가 있었어요. 5월 17일 성소수자 혐오반대의 날에는 ‘역경에 굴하지 않는 강인함’이라는 꽃말이 담긴 마트리카리아라는 꽃을 학생들에게 나눠주었어요. 혐오에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고, 학생들을 직접 만나 미니퀴어퍼레이드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었습니다. 미니퀴어퍼레이드가 예정되어 있던 6월 1일에는 학생들에게 무지개끈을 나눠주었어요. 미니퀴어퍼레이드에 대한 지지의 의미를 담은 무지개끈을 묶고 다니면서 미니퀴어퍼레이드를 지지하는 사람을 서로 확인할 수 있었죠.
6월 5일부터는 성공회대 교수님들의 미니퀴어퍼레이드에 대한 견해를 담은 ‘미니퀴어퍼레이드 릴레이 인터뷰’를 카드뉴스로 발행했는데요. 미니퀴어퍼레이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언어를 얻고, 익명 속 혐오는 언어를 잃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2023년 6월 20일 미니퀴어퍼레이드 당일! 우선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부스 행사를 시작했어요. 특히 실천여성학회 열음의 타투스티커/핀버튼 판매부스가 문전성시를 이루었습니다. 부스 행사 후에는 다 같이 과일을 먹으면서 미니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한 서로는 어떤 사람인지, 미니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한 기분이 어떤지 준비된 질문지에 답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참여자들은 ‘미니’ 퀴어퍼레이드이기에 할 수 있던 활동이었던 것 같아 의미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그리고 오후 6시, 본행사가 시작되었어요. 성공회대학교의 교수이자 대한성공회 신부이신 자캐오 신부님의 축복식과,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위원장 홀릭님, 그리고 성공회대학교 학내 구성원 4인의 발언을 이어들었죠. 멋진 공연도 이어졌습니다. 성공회대학교 춤 소모임 PRISM의 ‘퀴퍼플리’ k-pop 공연, 미어캣(이숲)님의 잔잔하지만 사회의 이면을 꼬집는 가사가 돋보이는 공연, 그리고 성공회대 학생들의 공연이 있었는데요. 참여자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무대 뒤 편의 공간에서 깃발을 흔들며 환호하는 등 참여자와 공연자가 하나 되는 시간이었어요.
무대가 끝나자 성공회대 민속문화연구회 탈이 출격해 행진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성공회대학교의 상징인 느티아래에서 출발한 탈의 길놀이를 선두로 참여자들이 뒤를 따라가며 돌았어요. 나눔관 광장에 돌아와서는 서로의 손을 맞잡고 강강술래를 하기도 했죠. 여운을 남기던 탈의 풍물이 끝나고 서로 소감을 나누며 행사를 끝마쳤습니다.
행사의 끝을 알리는 듯 비가 쏟아졌어요. 행사를 준비하며 졸이던 마음을 씻어주는 비였어요. 익명 속 혐오에 의해 받았던 상처는 자유로움과 자긍심이 되었습니다. 미니퀴어퍼레이드 조직위원회는 익명 속 혐오에 굴하지 않고 다시금 조직을 정비해 제2회 성공회대학교 미니퀴어퍼레이드가 개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글 | 최보근 (성공회대 인권위원회)
편집 | 황서영 (인권재단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