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평등정부를 원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단 7글자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한 바 있습니다. 이에 수많은 페미니스트들은 여성들이 생애 전반에서 겪고 있는 성차별을 부정하고 젠더 갈등 프레임을 정치에 활용하는 모습을 보며 대선 기간부터 실망하고 분노했습니다. 차별을 인지하는 것이 차별 해소의 출발점이나, 성차별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그리고 개인이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치는 인권의 문제를 개인 간의 권리 싸움인 것처럼 왜곡하며 여성들이 만들어 온 인권의 진전마저 역차별로 퇴행시키려 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에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여성단체들이 모였습니다.



우리 단체들은 ‘여성가족부의 역사적 소명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성평등 정부를 원한다’,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세 가지 구호를 중심으로 분노한 페미니스트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이 판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여성을 비롯해 차별을 일상에서 경험하고 있는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드러나고 정치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광장의 정치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조건에서 여러 사람들이 선택적 참여를 할 수 있고, 방역 수칙에도 어긋하지 않는 이어말하기 방식의 집회를 기획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이미 만 명에 가까운 시민들의 서명, 전국적으로 진행된 기자회견, 각계의 성명과 국제사회의 성명까지 대선 이후 줄곧 이어졌지만 존재와 삶을 부정당하는 사람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은 서로에게 힘이 될 뿐 아니라 모두가 평등과 존엄을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를 추동할 주요한 동력이기 때문입니다. 


 

행사시간과 방역수칙에 따라 발언자 수가 제한된 상황에서 사전 발언 신청은 신청 링크를 올린 후 며칠 만에 마감되었습니다. 또한 행사 당일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에서 연인원 350여명,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2천여 명(5/16 조회수 기준)이 집회에 함께해주셨습니다. 이는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높다는 것을 나타내며, 본 사업은 시의적절하게 공론장으로서의 기능을 하였습니다.



본 사업을 통해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들이 겪고 있는 차별에 대한 새 정부와 여성, 시민들의 인식차이가 크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여성들과 시민들이 진전시켜온 인권과 사회 전반의 성평등과 민주주의의 퇴행을 염려하는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 또한 확인하고 공론화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대통령 후보시절 정치적 계산과 성차별적 현실에 대한 무지에서 기인한 ‘여성가족부 폐지’공약은 철회되어야 하고 성평등 전담 부처와 성평등추진체계를 강화해 여성과 소수자들이 겪는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정책의 필요성과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성평등한 사회로의 변화에 기여하였습니다. 



신청 링크를 올린 지 며칠 안 돼 마감된 발언신청, 빠듯한 일정과 예산에도 선뜻 함께 무대를 채워준 공연자분들, 뜨거운 봄볕과 도로 바닥의 딱딱함에도 매순간 경청과 뜨거운 호응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에 화답해준 온, 오프라인 참여자들. 그리고 행사에 너무 참여하고 싶었지만 근무 중이어서 참여할 수 없었다며 지지와 응원의 마음으로 음료를 대신 사겠다고 하신 마로니에공원 근처 카페 직원분과 현장 후원을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조용히 후원금을 전해주고 가신 시민. 이 두 분 외에도 비록 현장에 함께할 수는 없지만 어디선가 응원과 지지로 함께 연대하고 있을 여러 시민들, 그리고 이 집회에 후원으로 함께해주신 인권재단사람. 우리가 함께 만들어낸 연대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막아내고 성평등 민주주의를 앞당길 것이라는 희망이 분노와 좌절을 걷어내는 시간이었습니다. 


글 | 박은주(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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