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들어가고 함께 알아가는 활동

저는 현재 어쩌다 청년과 구디로그라는 공동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청년과 구디로그는 장애청년들의 일상을 공유하고, 문화생활, 사회 적응, 인식개선을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공동체입니다.

저는 후천적 장애인으로써 제 장애를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막상 제가 장애인이라는 프레임을 얻고 나니, 인정하는 게 너무나도 힘들었습니다. ‘내가 왜 장애인이지?’라는 생각이 제가 꿈꾸던 것들을 모두 무너뜨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제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고 저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과 잠재력이 사라지고 없어졌다는 절망감을 견디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서류 한 장으로 장애인이 되었고, 장애인이라는 서류가 확정이 되니, 모두가 사람 윤해아가 아닌 장애인 윤해아로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너는 장애가 있으니까 원하는 걸 할 수 없어’, ‘ 너는 장애인이니까 이걸 해야 해.’, 너는 장애인이니까 이렇게 살아야 해.‘ 제 주변 사람들은 다 제 존재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규정하고, 판단했습니다. 제 의사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제가 의지를 가져도 저는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존재이고, 제가 할 수 있는 것 보다, 할 수 없는 게 많은 것이 사회라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다 장애학생 사회탐구 및 취업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던 <어쩌다청년> 활동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장애인이라는 건 변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한다면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그리고 나는 나를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게 맞는지, 내가 장애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다른 장애청년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것을 알아가고 싶어서 <어쩌다청년>이라는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함께 참여하게 된 평등의 이어말하기 in 전주에서 차별과 평등의 주제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일상 속에서 차별이라는 요소가 늘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러한 차별에 맞서는 평등이라는 감각을 함께 북돋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됐습니다.

 


이어말하기에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했습니다. 지역 사회에서 성소수자로서 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하는 주체의 이야기는 ‘내가 누구인지 어떤 성별을 가지고 있는지’를 고민하면서도 인터넷으로 접한 정보 다수는 혐오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내가 혐오를 당하는 존재인가’라는 질문 속에 자존감이 낮아지고 힘들어하고 있다는 어려움을 알게 됐습니다. 지역사회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느낌, 그러나 전주퀴어문화축제를 진행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철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하고자 하는 노력도 듣게 됐습니다. 또한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정작 불편함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들도 나누게 됐습니다.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체계가 정작 거부당하는 현실, 대중이라는 말 속에 장애인은 배제되는 일상의 차별이 여전함을 참가자들과 함께 공감하게 됐습니다. 가사노동자들, 돌봄노동자들의 지역사회의 일이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았던 문제들도 살펴봤습니다. 월급을 비롯한 기본적인 권리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고 노동하는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더 인정받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너무 많은 고령의 여성들이 가사노동을 하는 것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인 거주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 속에선 한 불편과 불평등, 낯설음의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살고 있는 공간이 아늑하고 안전하지 못하다는 감각, 여성이 ‘내 옷차림이 문제인가, 타인에게 문제의 여지를 내가 주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식이 어떤 차별을 불러오는지에 대한 문제점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이 혼자 살기엔 위축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상황 속에, 안전에서 배제되지 않는 이들이 더 많아 질 수 있도록 개선될 부분도 공감하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또한 청소년도 시민으로 인정되도록 하는 활동, 비혼 여성의 삶이 지역사회에서도 보장되기 위한 활동, 한국 국적이 아닌 이들의 지역 사회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이런 다양한 주체들의 말이 지역사회 내에서도 더 소통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함께 했습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경험을 쌓고, 인권에 대해 알아가면서 제 자신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차별의 문제를 겪는 다양한 이들이 무언가를 더 누리고 싶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이자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이기에 공평하게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각자의 차이가 있어서 힘든 삶이 아니라 차이가 있어도 살아갈 희망이 생기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환경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고, 함께 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를 비롯한 함께 하는 사람들도 그런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양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도 그렇게 울리기를 바라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우리는 그 존재만으로도 소중하고 존중 받아야 합니다.


글 : 윤해아 (어쩌다청년, 구디로그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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