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은 여성가족부 없이도 가능할까

송정윤(콘텐츠팀장)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방아에 오르는 여성가족부('여가부'라고 부를게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말한 윤석열 대통령은 여가부 폐지 공약까지 내걸었고, 급기야 부처 폐지에 동의하는 사람이 여가부 장관이 되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어요. 물론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고, 법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정부 조직을 쉽게 없애진 못할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죠.


그런데 참 난감한 것이, 여가부의 지난날을 돌아보면 특히 '성평등' 정책에 있어서 결코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는 거예요. 아래의 사례들을 보면 여가부는 성평등보다는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 온 것 아닌가, 그리고 혐오세력이 공격할 때마다 물러서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요. 그래서 여가부는 (소위 '이대남'들로부터가 아니라) 바로 여성, 성소수자 당사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은 이 문제에 관해 정리해 봤어요.



오늘의 읽는 사람

Q. 여성가족부가 무슨 잘못을 했어?

Q. 여성가족부가 진짜 '성평등'할 능력은 있어?

Q. 성평등 하는 데 '여성가족부'가 꼭 필요해?

Q.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해?




Q. 여성가족부가 무슨 잘못을 했어?

 

성평등조례에서 “성소수자” 삭제 요구 : 여가부는 2015년 대전시 성평등기본조례에서 성소수자를 지원하고 보호하는 조항을 삭제하라고 요구했어요. 보수 개신교 단체가 항의한 직후의 일인데요, '성평등은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 없다'는 메시지를 준 셈이죠. 결국 조례에서 성소수자 관련 조항이 사라졌어요.  

어린이 성교육 책 회수 사건 :  2020년에는 초등학교에 어린이 성교육 책 7종을 보냈다가 '내용이 선정적이다','동성애를 미화한다'는 공격이 잇따르자 전량 회수해버린 사건도 있었어요. 여가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냐는 비판이 잇따랐죠.


권력형 성범죄에 침묵 : 여가부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전담하는 부처임에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에는 침묵했어요. 이후에 치러진 시장 보궐선거가 "성인지 학습의 기회"라고 말하며 유체이탈의 행보까지 보였고요.



Q. 그럼 여성가족부가 진짜 '성평등'할 능력은 있어?


역할을 보면 : 그럼에도 여가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성폭력 피해자 등을 지원하는 핵심부서예요. 아이돌보미 사업, 공동육아 사업도 여가부의 역할이고, 디지털 성범죄 전담 부서도 여가부에 처음 마련되었어요. 당장 여가부 없어지면 이런 역할을 누가 어디서 할 거냐는 질문이 나오는 이유죠. 


예산을 보면 : 여가부는 정부 예산 가운데 0.24%만 차지하고 있어요. 18개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적은 수준이죠. 그중에서 성평등 정책 예산은 다시 7.2%로 줄어들어서, 성평등 전담 부서라는 위상에 안 맞는 수준이에요. 그럼 대부분의 예산은 어디에 쓰이냐고요? 가족 관련 사업에 61.9%, 청소년 관련 사업에 18.5%가 쓰이고 있어요. 



Q. 성평등 하는 데 '여성가족부'가 꼭 필요해?


다른 나라를 보면 :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는 시스템이나 부처이름도 조금씩 달라요. 전담 부처가 아주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이끌어 나가는 곳도 있고, 부처 간의 협력이 필요한 곳도 있어요. 


글로벌 트렌드는 :  성평등 정책을 전담하는 기구가 꾸준히 늘어서, 2020년 기준으로 194개 나라에 전담 기구가 있어요. 그중에서 한국처럼 독립적인 부처 형태를 가진 곳이 160개국으로 가장 많아요. ‘세계 젠더 격차 지수’에서 매년 상위권에 오르는 스웨덴에서는 2018년에 전담 부처인 젠더평등청이 생겼어요. 그전까지는 여러 부서가 협력 업무 형태로 다루어 왔는데, 성평등 정책을 더 일관성 있고 지속 가능하게 추진하려고 한대요.


공통점은 : 부처가 어떤 모양을 갖추더라도 '성평등'의 중요성만은 더 높아지고 있다는 거예요. 부처가 나뉘거나 통합되고, 역할이 변하는 것도 성평등 추진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이지, 이 땅에 성차별은 없다는 생각이 반영되진 않는다는 거죠. 


Q.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해?


여성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여가부가 정권에 따라서 휘청거리지 않고, 눈치보지 않는 부처로 거듭나라고 요구해 왔어요. 그러려면 지금보다는 더 강력한 권한과 예산을 확보한, 포괄적인 성평등 추진 부처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요.


성평등 정책의 국제적인 흐름은, 장애, 나이, 성적 지향 등 다양한 정체성과 맞물리는 차별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그러니 '양성평등'같은 단어에 집착하지 않고, 성평등을 단지 여성 문제로만 접근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고요.

  •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 OECD 평균보다 2.5배 높음..
  • 글로벌 젠더격차지수, 한국은 156개국 중 102위..

적어도 이런 부끄러운 지표를 수정하려면, 아직은 갈 길이 멀고 먼 것 같아요.



더 읽는 사람



1. 탄생부터 무용론·폐지론에 시달린 여성가족부 수난사

"여가부는 정부 내 야당과 같다. 성평등 정책을 펼치기 위해 정부에 다른 목소리를 내주는 것이 조직의 사명이다. 그게 여가부가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고,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인력·예산이 필요하다고 할 때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 (시사인)


2.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 여성성소수자 궐기하다

"성차별에 맞서는 모든 행동들은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행동과 한 편이 될 수 없으며, 성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차별은 성평등이라 부를 수 없다. 성소수자의 인권 없이는 성평등도 없다.” (2015 인권활동119 지원사업 후기)


3. 우리는 성평등정부를 원한다! - 여성가족부 폐지를 막는 이어말하기 대회

"우리가 함께 만들어낸 연대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막아내고 성평등 민주주의를 앞당길 것이라는 희망이 분노와 좌절을 걷어내는 시간이었습니다.” (2021 인권활동119 지원사업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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