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충전]“남쪽으로 튀어” 대만 다크투어

김가연
2019-12-10

일에 치이고 살림에 육아에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을 지나 모든 것을 놓고 여행이라니! ‘인권재단 사람’에서 지원하는 쉼 프로젝트에 당첨(?) 됐다는 소식을 듣고 즐거운 마음으로 서울 설명회까지 다녀오고는 또 한참 잊고 있다가 그날(출발일)을 맞았다. 처음 기획은 일본 오키나와!! 다녀온 경험이 있는 대표님의 지휘하에 일사천리 잘~ 진행된다 싶더니 두둥!! 강제징용 사과/배상 요구에 경제보복으로 화답한 아베의 활약 덕분에 벌어진 사태는 도저히 일본으로 떠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했고, 급하게 찾아낸 곳 대만 타이베이. 우리나라와 꼭 닮은 역사를 지닌 그 곳으로 지금부터 떠나 봅시다~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아마 뮤지엄 (AMA MUSEUM)


좀 편하게 가고자 택시를 탔건만 택시기사님은 낯선 곳에 우리를 내려두고 가시고 폭퐁검색과 행인의 도움으로 찾아간 아마뮤지엄은 생각보다 너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곳에 있었다. 꼭 알아야 하는, 잊지 말아야 하는 역사가, 인권이 이런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약간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이곳은 1층은 카페로 운영되며 관련된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들어가는 문 바로 앞에 있는 스크린. 관련된 다양한 질문이 한 페이지씩 나타나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겠냐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고. 나는 대답할 말을 찾아 한참을 그 질문 속에 있었다.  

1층은 위안부와 관련된 기록들을 간결하면서도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었고, 2층으로 올라가자 이 지난한 싸움의 기록이 각 연도별 영상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국어로 자막이 나와서 비교적 상세하게 들을 수 있어 좋았다.(자막이 빠르게 흘러가 잘 못 읽은 부분도 있다는건 안비밀)



피해자들이 그린 그림, 피해자의 이름을 불빛으로 나오게 한 복도. 어느 한 곳도 쉽사리 지나치지 못할 역사의 기록 앞에 절로 숙연해졌고 마음 한켠 일렁이는 분노는 점점 거세졌고 나는 새삼 깨달았다. 

비행기를 타고 집과 일을 떠나 왔다는 사실에 설레었지만 아차, 이건 다크투어였다..


둘째날(가장 많은 것을 보고 많이많이 걸은날)_ 2.28 기념공원 /  중정기념당 / 징메이인권박물관


숙소에서 2.28공원으로 가는 길 우연히 들른 전시 공간(보피랴오 라오지에 거리). 

1979년부터 현재 사건에 이르기까지 대만의 민주화와 인권의 발전상황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구시가지 중 일부 건물을 남겨두고 그 공간을 다양한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발상이 신선하고 우리나라에도 적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고 걸어 도착한 2.28기념공원. 

우리나라의 5.18사건을 연상시킬만한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장소 같지 않게 하늘은 높고 파랗고 평화롭다. 


기념탑 안쪽으로 물이 흐르고 있고 징검다리 끝에 다다르면 양 손을 짚을 수 있도록 손자국이 있는데 그곳에 손을 대고 물이 안쪽으로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이 손자국이 의도된 것으로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일 수 있도록 하여 묵념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또 하나 반갑고 놀라웠던 대만에서 만난 4.3기념 전시. 

내부 전시실에서는 4.3사건에 대해 아주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놀랍고 반가운 시간. 



반가운 4.3기념전시장을 나서 점심을  먹은 후 멀지않은 곳에 지어진 어마어마한 건물, 중정기념관으로 향했다. 가는 길도 전체 규모도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였던 곳. 



한 사람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꼭 필요한 곳이었는지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 헉헉거리며 수많은 계단을 오르고 오르니 거대한 동상이 세상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내려다보고 있다. 노약자나 장애인을 위한 접근방법이 전혀 없어 활동가들 사이 많은 이야기가 오갔던, 크고 넓고 씁쓸했던 그 곳.


오늘의 마지막 일정. 징메이 인권박물관. 



과거 백색테러 시기 여러 인사들을 정치범의 이름으로 수감하고 사형집행까지 이루어졌던 무서운 곳. 

입구에는 수감자 리스트에는 연도별로 수감되었던 기간, 사형집행일까지 정리되어 있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사라져 갔다. 인포메이션에서 신분증을 맡기면 한국어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기계를 대여해 주는데 각 구역마다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자칫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곳도 하나하나 설명을 들으며 보니 새롭게 느껴진다. 


또 하나 좋았던 곳. 인권박물관은 여러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한 곳을 아이들을 위한 체험전시장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아동권리협약에 관련된 내용들로 실제 참여할 수 있는 체험존이 많았고 각 권리항목의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곳을 가고, 느꼈던 시간이다. 신기한건 인권과 관련된 곳은 많은 사진이 있지만 그 외 관광지에서의 사진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인권에 대한 시야를 확장하고 찾아 볼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지만, 한편 다크투어 말고 그냥 쉬는 휴양여행은 좀 안될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일상의 곳곳을 바라보는 눈이 인권을 향해 있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려서 휴식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도 인권을 찾아내려 애쓰는(자연스럽게) 모습이 나타나는 것 같아 묘한 피로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다. 어떤 때에는 뒤로 물러서야 보이는 것도 있지 않을까 싶은 가슴 한켠의 아쉬움.



벌써 언제 여행을 다녀왔나 싶게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시간들. 일상을 떠나는 경험은 언제나 설레이고 그 길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 수 있어서 감사한 여정이었다. 다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크하지 않은 그 어떤 곳도 꿈꿔보며 이제 진짜 이 여행을 마무리 한다.



글 | 김가연  울산인권운동연대, 인권교육활동가


#활동가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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