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충전]10년 동안 해온 요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아샤
2023-10-13

“그곳에 가면 아픈 것도 괜찮아지고, 핸드 스탠드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왼쪽 견갑골과 어깨가 아프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 일이다. 오랜 시간 아팠지만, 그럭저럭 참을만한 아픔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내버려 뒀다. 아픔을 내 몸의 일부처럼 받아들였다고나 할까? 참을 수 없게 된 것은 약 2년 전 왼쪽 허리와 골반이 아프게 되면서부터다. 등과 허리를 받치지 않고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것이 어려워졌다. 어깨에서 뭔가 잘못된 것이 아래로 내려온 건지, 어깨와는 별개로 아픈 건지 알 수 없었다. 몸이 아프자 신경이 예민해졌다. 쉽게 집중이 흐트러지고 별거 아닌 일에 불안한 마음이 들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런 사실을 말하면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너 요가하잖아, 근데 허리가 아파? 이상하네!” 그렇다. 나는 꽤 오랜 시간 요가를 꾸준히 해왔다. 그래서 유연성이나 근력도 꽤 괜찮은 편이라고 자부했다. 어깨가 아팠던 것은 요가를 시작하기 전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갑자기 허리까지 아프기 시작하자 혹시 내가 요가를 잘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함에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지금까지 요가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이 독학으로 해왔다. ‘거의 10년 가까이 괜찮았는데 지금 와서 그럴 리 없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에 집에서 요가를 하는 횟수가 줄어들게 되었다.

그런 상태로 안식년을 맞았다. 사람들은 긴 휴가를 부러워하며 괜찮은 해외 여행지를 추천했다. 하지만 나는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몸이 아픈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곳을 가도 즐거운 마음이 들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안식년 시작 전부터 정형외과, 신경외과에 다녔지만, 몸이 나아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안식년 시작 후부터는 한의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통증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원인이 해결되지는 않았다.

그러다 문득 거리를 지나다 봤던 한 요가원이 생각났다. 간판에 ‘만성통증 개선’, ‘자세 교정’과 같은 말이 쓰여있던 곳. 어떤 남자분이 핸드 스탠드(양손 물구나무서기)를 가뿐하게 하는 모습이 나와 있던 곳. 나의 로망이었던 핸드 스탠드! 왠지 그곳에 가면 아픈 것도 괜찮아지고, 핸드 스탠드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이 들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보니 원장님께 P.T를 받고 두통, 어깨 결림, 허리 통증 각종 증상이 호전되었다는 후기들이 눈에 띄었다. 나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P.T 가격을 확인하고는 조용히 인터넷 창을 닫았다. 쉽게 엄두가 나지 않는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가격이 싼 그룹 요가라도 등록할까 고민하던 차에 인권재단 사람의 ‘일단 쉬고’ 프로젝트 모집이 뜬 것을 보게 되었다.


내 몸에 대해 제대로 알아가는 시간

프로젝트에 선정된 후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요가원에 가서 간단한 상담을 받고 P.T를 신청하였다. 기다리던 첫 번째 P.T 후 나는 너무나도 큰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지금껏 내가 몸의 오른쪽을 잘 쓰지 않는 상태로 호흡을 해왔고, 그러다 보니 오른쪽 등과 허리가 왼쪽만큼 발달하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왼쪽을 더 무리하게 써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지금까지 스스로 자세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척추측만이 살짝 있는 데다가 골반이 앞으로 기울어져 있는 전방경사라고 한다. 지금까지 내가 혼자 한 요가는 그냥 어설프게 자세만 따라 한 것일 뿐, 제대로 된 요가는 아니라는 쓴소리도 들었다. 다행히 상태가 심한 것은 아니고, 기본 체력이 좋아서 요가를 꾸준히 수련하면 곧 좋아질 거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다섯 차례의 P.T 동안 내 몸의 상태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게 되었고, 몸의 균형을 찾는 데 필요한 운동 처방도 받을 수 있었다. ‘악’ 소리가 나는 마사지도 받으며 몸을 교정하였고, 바르게 호흡하는 방법도 배웠다. 내가 얼마나 내 몸에 대해 무지했는지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P.T를 두 번 정도 받고 나니 어깨와 견갑골의 통증이 확 줄어들었다. 뭐랄까, 이전에는 뚜껑이 헐거운 느낌이었는데 운동을 하면 할수록 뚜껑이 꽉 닫히는 느낌이 난달까? 통증이 완벽하게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거의 신경이 쓰이지 않는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 더 좋아질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몸에서 나아가 마음 상태도 살피는 요가

그렇게 5번의 폭풍 같은 P.T를 마치고 난 후, 원래라면 그룹 요가를 등록할 계획이었지만 원장님의 권유에 따라 9월부터 시작하는 지도자 과정에 등록하였다. 이왕 뭔가를 하려면 제대로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고, 지금이 아니면 그런 과정을 듣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매주 일요일 4시간씩 12주 동안 진행되는 지도자 과정을 통해 요가의 해부학을 공부하고, 아쉬탕가 요가의 각 자세에 대해 상세하게 배우고 있다. 어렵지만 그만큼 배우는 기쁨 또한 크다. 지도자 과정을 등록하면 6개월간 그룹 요가가 무료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5일, 하루에 한 시간씩 요가도 꾸준히 수련하고 있다. 어렵고 멋지게 보이는 자세를 하는 것보다 자세를 하나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매일 깨닫는다.



아직 몸의 통증이 다 나은 것은 아니지만 수련을 하면 할수록 몸 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내 몸의 상태에 대해, 내 호흡에 대해 더 잘 인지하게 되고, 이를 통해 내 마음의 상태도 좀 더 잘 살필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도 요가를 꾸준히 공부하고 수련하여 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도 살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 모든 여정은 인권재단 사람의 ‘일단 쉬고’ 프로젝트가 없었다면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활동가들과 이 프로젝트를 후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안식년 휴가가 끝나고 더 건강해진 몸과 마음으로 만나요!


글 | 아샤 (다산인권센터)

편집 | 황서영 (인권재단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