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충전][인터뷰] "무방비로 노출된 홈리스들에게 최소한 안부를 전해야 했어요"

정민석
2021-09-14


[인권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조건 ④] 박사라 홈리스행동 활동가


순서

1. 차 한 잔하며 홈리스의 삶 살피기... '너네는 쉴 때라도 있지'

2. "무방비로 노출된 홈리스들에게 최소한 안부를 전해야 했어요"

3. "올해는 추석 명절 도시락을 배달해요"



인권재단 사람은 매년 인권활동가들에게 추석 선물을 전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해마다 200명이 넘는 인권활동가에게 전해지는 선물에는 후원자들이 평소 표현하고 싶었던 '고마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예전 같았으면 추석을 핑계 삼아 직접 사무실에 찾아가 덕담도 나누고 선물을 전했을 텐데 올해는 그럴 수가 없다. 다만 선물을 더 풍성하게 구성하고, 단체 운영비 마련을 위해 추석 선물을 판매하는 인권단체에 도움이 될 수 있게 다량의 선물을 구입하려 한다.


추석 연휴에도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홈리스행동'은 고향으로 떠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역사 주변을 내 집 삼아 머물고 있는 홈리스들과 공동 차례를 지내고, 명절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는다. 집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이들에게 기꺼이 '가족'이 되어주고, 쓸쓸히 보내지 않도록 함께한다. 인권재단 사람에 과일, 식용유 세트와 같은 선물이 들어오기라도 하면 모두 홈리스행동에 전달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 이곳은 선물 배송의 최종 종착점이었다. 


홈리스행동 박사라 활동가를 만났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활동에 복귀한 지 1년 남짓 되었다. 쌍둥이를 키우며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매일 깨닫고 있다고 했다. 근무 일정도 조정해보고 동료 활동가들에게 도움도 요청해보지만, 자기 때문에 단체가 피해 보는 것은 아닌지 걱정부터 앞선다. 하지만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하고, 10년 넘게 광장에서 만난 홈리스의 이야기를 잊지 못해 복귀를 선택했다. 


차 한 잔하며 홈리스의 삶 살피기... '너네는 쉴 때라도 있지' 

 

10년 동안 홈리스행동에서 일한 박사라 활동가는 육아휴직 후 복귀한지 1년 남짓 되었다.


홈리스행동은 매주 금요일 서울역, 용산역 거리에서 홈리스들을 만난다. 차 한 잔 나누고, 홈리스 신문을 전하면서 이야깃거리를 만든다. 하루 100명 넘는 분들을 만나다 보면 2시간 정도의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쉬지 않고 거리로 나가다 보니 이제는 홈리스들도 언제 누가 오는지 알게 될 정도가 되었다. 차 한 잔 나누는 것이 전부지만, 홈리스들은 돈 없는 단체, 신문 가지고 오는 단체 '홈리스행동'과 금요일마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 


"차 한 잔 드리면서 잘 지냈냐고 묻고, 매월 발행하는 홈리스 뉴스 가지고 이야깃거리를 만들기도 해요. 이제는 다들 익숙해지셔서 금요일에 활동가들을 기다리세요. 몇 시에 누가 오는지, 며칠에 누가 오는지, 뭘 가지고 오는지도 알고 계세요. 저희는 신문 가지고 가는 애들이에요(웃음). 어려운 일 있으면 저희에게 이야기하시기도 하고요. 뭐 다른 거 없어? 물으면 저희는 차 한 잔 밖에 없다고, 한 잔 더 드릴까요, 하죠. 우리는 돈 없는 단체야, 뭘 바라요, 라고 말씀드려요(웃음)."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에도 많은 제약이 생겼다. 초반에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집에 머물러 있으라는 정부의 대응을 보며 비참함을 느꼈고, 시설을 폐쇄하고 식사 제공이 중단되는 과정을 보면서 홈리스들은 갈 곳마저 잃었다. '너네는 쉴 때라도 있지'라며 건네는 뼈 있는 말속에서 홈리스를 바라보는 세상의 편견과 집의 소중함을 다시금 확인하기도 한다.


"코로나를 겪으며 '집이 정말 중요하구나'하고 생각했어요. 집도 집 같아야 하는데 쪽방에서 과연 내 건강과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까 싶어요. 이제는 쪽방도 헐리는 상황이 되었어요. 마음이 착잡하죠. 홈리스 분들이 코로나 시대에 집에 있으라고 하는 이야기를 비참하게 느끼겠다 싶어요. 


'노숙인이라서 더 더럽고 코로나에 걸렸을 거 같다'는 인식이 엄청 많잖아요. 근데 당사자분들 만나보면 더 조심하거든요.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동선이 뻔한데, 서울역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회사도 다니고 집단 감염된 곳에 갈 확률이 더 많으니, 우리가 걸릴까봐 걱정이다' 이런 이야기 많이 하셨어요. 홈리스 분들은 코로나 걸리면 죽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건강하지 않으니까요."


"무방비로 노출된 홈리스들에게 최소한 안부를 전해야 했어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홈리스행동 활동가들은 거리로 나가는 걸 포기할 수 없었다.

 

홈리스행동은 시설 내 집단감염을 우려하며 독립적인 위생 설비를 갖춘 주거공간 지원의 필요성을 꾸준히 이야기했지만, 예산 문제만 운운한 서울시의 무대응으로 결국 지난 1월 노숙인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처음엔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금 잠시 잠잠해졌을 뿐이다. 여전히 노숙인 지원센터에 많은 사람들이 잠을 청하고 있고, 서울시 임시주거 정책이 도입되었지만 이것 역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


"처음에 터지자마자 심장이 벌렁벌렁 뛰는 거예요. 큰일 났다. 왜냐하면 동선이 다들 겹치거든요. 무료급식소에서 만나고, 시설에서 만나고, 뻔한 동선이란 말이에요. 확진자가 너무 많아지니까, 거의 다 코로나에 걸릴 수 있는 위험 범위에 들어가게 된 거죠. 서울역에서 일단 확진자가 나왔는데 이분들에 대한 조치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는 게 관건이었죠.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분이 생활시설로 가기 전 서울역 우체국 옆 컨테이너 박스에 잠시 자가격리를 했었어요. 용변을 볼 수 없는 구조인 거지요. 오줌 싸는 통은 컨테이너 밖에 두고, 대변은 실무자 불러 지원센터까지 가서 이용해야만 했어요. 미안하니까 나중에 식사도 안 드시는 거예요. 그래서 용변은 참으신 분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대다수 국민들이 재난지원금을 체크카드로 편리하게 신청하고 있는 요즘, 홈리스들에겐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다. 누구보다 일상이 재난인 상황을 경험하고 있지만, 카드도 없고 정보통신기기 접근도 쉽지 않다 보니 재난지원금 신청은 꿈도 꾸지 못한다. 유일한 방법은 주민센터 방문을 해야 하고, 그 지역에서 재난지원금을 사용하는 것이다.


각자의 이유로 집을 떠나온 지 오래된 사람들이 재난지원금 때문에 역 광장을 벗어날 수는 없다. 거주가 불안정하거나 주민등록마저 말소되어 있는 분들은 재난지원금 대상이 되지도 못한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정책에 홈리스들이 존재하지 않다 보니 벌어지는 문제들이다. 

 

지난 6월 서울역 광장에서 ‘거리홈리스 코로나19 백신 보장대책 요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홈리스행동)


홈리스를 배제하는 코로나19 방역 정책으로 홈리스행동은 거리에 나가는 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정책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줘야 했고, 최소한 안부라도 물어야 안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활동가들 또한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많아졌지만, 비대면으로 홈리스들을 만날 수는 없었다. 


"(활동하며) 코로나에 걸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장 활동 같은 경우 더 그렇고요. 차를 만들어서 따라 드리는 것을 두유 팩으로 변경해서 드리는 것으로 바꾸자고 했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못했어요. 비싸거든요.


(금요일마다 거리 나가는 것에 대해) 쉬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를 여러 번 했어요. 그럼에도 위험한 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홈리스들에게 최소한 안부를 전해야 하고,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까 현장으로 나갔죠. 한 주 빼고 거의 안 쉬었던 것 같아요."   


"올해는 추석 명절 도시락을 배달해요" 

 

인권재단 사람은 매년 ‘인권활동가 추석선물 나눔’ 캠페인을 해왔다. 올해는 전국 62개 단체 235명 인권활동가들에게 추석 선물을 전할 예정이다.  추석선물 나눔 캠페인 가기 →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홈리스들의 아지트 '아랫마을'은 명절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로 북적했을 것이다. 주방장 출신 홈리스들이 실력을 발휘하는 날이기도 하다. 종일 전을 부치고 앉아 있어도 힘들지 않고, 끈끈한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이 날을 홈리스들은 손꼽아 기다린다. 


"준비는 빡세긴 한데 되게 좋아요. 저희는 설, 추석 1년에 두 번 큰 명절을 같이 보내요. 저는 식구가 적어서 집에서 명절 음식 만드는 것을 잘 안 했어요. 근데 여기서 엄청 하는 거야(웃음). 명절 분위기 난다는 것을 홈리스행동에서 느꼈고 되게 좋았어요. 내가 전 못 부치면 막 아저씨들이 알려주고(웃음)."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올해는 추석 명절 분위기를 낼 수가 없다. 하지만 부침전, 과일, 식혜, 약과 등 제법 모양새를 갖춘 명절 도시락을 준비해 가가호호 방문할 계획이다. 직접 인사도 나누고, 잘 계신지 안부를 묻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무리한 진행은 안 된다고 판단했었죠. 하지만 혼자 집에서 계시는 분들 당연히 있을 거고, 더 외롭잖아요. 어떻게 할까 하다가 음식을 준비해서 도시락을 들고 가가호호 방문하기도 하고, 오실 수 있는 분들은 명단을 짜서 전화를 했어요. 주로 인연을 맺었던 분들 중심으로 작년에는 그렇게 했어요."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 밤, 홈리스들은 활동가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넬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를 할까. 아니면 보름달을 보며 빈 소원에 대해 말을 할까. 당장은 홈리스행동이 준비한 추석 명절 모임을 진행할 수 없게 되었지만, 정성껏 준비한 명절 도시락을 보며 코로나19 이후 다시 모여 웃고 떠들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인권재단 사람은 추석 연휴 명절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는 홈리스행동 활동가들에게 선물을 전하려고 한다. 후원자의 기부금으로 마련된 이 특별한 선물은 누군가의 복지, 권리, 삶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활동가 자신을 챙기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다.


올해는 전국 62개 단체 235명 인권활동가들에게 추석 선물을 전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의 인권이 후퇴되지 않도록 고군분투하는 활동가들이 잠시나마 환한 웃음을 갖길 바란다. 선물이란 주고받으면 좋은 거니까.




어려움 속에서도 인권의 자리를 지키는 인권활동가에게 추석선물 후원으로 마음을 전하세요. 인권재단 사람이 전국 200여 명의 인권활동가에게 선물과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인권활동가 추석선물 나눔 함께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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