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충전]제주 바다 안에서, 밖에서 쉼을 가지다.

채민
2021-08-30


삼발이는 싫어 연산호가 좋아

시멘트도 싫어 구럼비가 좋아


강정마을을 비롯한 제주해군기지 반대활동 현장에서 있었던 이들에게 익숙한 노래, ‘강정마을 좋아송’에 시작 부분에 나오던 연산호, 구럼비. 실은 연대를 하면서 한 번도 제대로 본 적 없었던 것들이 궁금했다. 2014년 무거운 몸과 마음으로 활동하면서 많이 지쳐있던 때에 지인의 강권에 가까운 도움으로 우연히 스쿠버다이빙을 배운 뒤에 특히 더 궁금해졌다. 하지만 제주도는 평화대행진을 비롯한 활동과 일정을 위해서 다녀오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고, 해가 바뀌면서 다이빙 자체가 거의 잊히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다행히 자전거를 배우고 몸이 기억하듯이 작년에 다시 다이빙 실력을 점검해보니 바다를 들어갈 할 수 있는 상태였고, 올해 <일단, 쉬고>의 지원으로 제주에서 다이빙을 하며 쉬는 계획을 가질 수 있었다. 제주로 가는 비행기, 코로나19로 인해 기내에서 마스크 착용하는 답답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정말 ‘때마침’ 제주에서 한참 남쪽에 있던 태풍으로 도착 첫날부터 계획대로 되기 어려웠다. 태풍의 진행속도가 굉장히 늦어지면서 그 영향으로 파고가 무려 3일간이나 바다가 다이빙을 할 수 없었던 상태였다. 만약 다른 때였다면 다이빙 일정은 아예 포기하고 떠나야 했을 수도 있는데, <일단, 쉬고>의 지원신청을 할 때에 다이빙을 겸해서 자유여행을 계획한 것이어서 마음의 부담 없이 숙소에서 다이빙 일정을 변경할 수 있었다.

 

바다에 들어가지는 못해서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제주의 바다는 어떨까 하며 정방폭포 근처의 공원을 갔다. 구름이 낀 하늘빛이 좀 어둡고 바람만 부는 상태라 그렇지 험한 날씨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보고 듣는 표현으로만 접했던 집채만 한 파도가 공원 앞바다의 작은 섬에 몰아치는 것을 보면서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땅에서 보는 것과 바다의 날씨는 정말 다르다는 것을 새삼 환기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다이빙 생각은 깨끗이 잊고 3일 동안 사람들이 많지 않은 제주도의 한적한 곳곳을 천천히 돌아보며 다이빙을 기다렸다.

 

광치기해변 근처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다행히 제주 도착 후 3일이 지나자 바다는 다소 잔잔해졌다. 법환포구에서 준비를 하여 다이빙 장소인 범섬으로 가는 동안 맑은 하늘이 제주에 오게 했음을 다시 실감하게 했다. 그리고 다이빙. ‘써지’라는 파도 때문에 잠수할 때와 뭍으로 올라올 때에 힘들긴 했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편안한 다이빙이었다. 함께 왔던 다른 다이빙 팀은 거북이까지 목격했다는 정도로 바다속의 시야도 좋은 편이었다. 다양한 물고기를 비롯한 바다생태계가 바로 눈앞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3일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었다. 가끔 오가는 낚싯배들의 소리 외엔 소리를 듣기 어려운 여유있는 다이빙이었다. 화창하게 갠 날씨 덕분에 다이빙 중간 휴식시간에 푸른 빛 배경에 있는 한라산을 보면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도 좋은 하루였다.


 범섬에서 바라본 한라산의 모습


두 번째 다이빙 장소는 서귀포항 바로 앞에 있는 문섬으로 가게 됐다. 항구에 갈때부터 배를 타고 섬으로 가는 내낸 구름이 가득한 하늘에서 부슬비가 내렸지만 바다는 오히려 첫 번째 다이빙때보다 잔잔했다. 뭍에서는 궂은 날씨라도 바다는 다르다는 것을 다시 느끼던 날씨였다. 문섬의 옆에 있는 작은섬에 장비를 내려 놓고 돌아보니 흐릿한 날씨 속에 있는 문섬이 그림같이 다가왔다. 그리고 드디어 직접 만난 연산호. 섬의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싼 연산호들의 장관을 보면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제주의 생태계가 해군기지 건설, 기후위기와 사람들의 잘못으로 없어진 다는 것이 아프게 느껴져 가이드를 하는 분의 말처럼 조심스럽게 다이빙을 하게 되었다. 문섬에서 나오며 빗줄기는 굵어졌지만 배 위에서는 맑은 기분을 느끼며 포구로 돌아왔다.

 


다이빙 중 휴식을 취하던 작은섬에 앉아 보던 문섬


경험하지 않으면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처럼 중력을 거스르는 부력의 힘으로 바다 속을 다니는 다이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쩌면 두려울 수 있는 물속으로 뛰어들어 그렇게 수면 아래를 떠다니다, 언젠가는 햇빛을 향해 천천히 올라오고 잠시 기다림 끝에 물 밖으로 나오는 다이빙의 과정. 그 과정이 어쩌면 활동과 쉼의 관계와 같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준비하고 일단 물에 뛰어 드는 것처럼, 일단 잘 쉬고 그 다음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글 | 채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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