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충전]쉬는게 쉬는게 아닌 세상에서 평온함을 얻다

이두찬
2021-01-13


태어나 가장 오랫동안 한 조직에서 생활했다. 그래서 쉼이라는 걸 선물해주고 싶었다. 한해 바쁘게 보내고 연말 직전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쉬고 싶었다. 바다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깔끔한 숙소에서 뒹굴 기도 하고. 조식이라는 것도 우아하게 즐기고, 저녁에는 술도 마시면서 같이 여행간 활동가와 빠듯한 일상 이야기가 아니라 실없는 농담도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8월이 지나고 평범했던 모든 일상이 멈추기 시작했다. 여행은커녕 밖에 나가는 게 위험한 시대가 왔다. 화면 안 사람들과는 웃으며 대화를 하는데, 화면 밖에서는 만날 수 없는 일상이 지속되었다. 그렇게 내 쉼은 멀어져 갔다.

 

여행의 행복함, 기쁨 그 절반은 사실 여행 가기 전에 얻는 것들이다. 어디로 가지, 언제 가지, 누구랑 가지, 가서 머 먹을까? 가서 어디에서 잘까. 어디에 갔다가 어디로 이동하지, 멀 타고 이동할까, 온갖 설렘으로 가득 찬 상태에서 여행을 준비한다. 온갖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보며, 예산도 책정하고, 누군가의 기록들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더 즐거운 여행이 될까 고민도 하고, 소풍가기 전날과 같은 심정으로 한두 달 기다리다가 마침내 여행에 가서 피로하고 힘듬을 경험한 다음에 돌아오는 길에 기차 안에서 맥주를 먹으며 “그래도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었어.”를 머릿속에 넣으며 여행이 끝나는데, 여행을 준비하는 기쁨만 누리고 정작 실행하지 못했다. 약속했던 10월, 조금만 기다려보자고 했던 11월에도 우리들이 소망했던 일상 속 작은 이탈은 이뤄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계획을 변경했다. 그래 머 여행 올해 아니면 내년에 가면 되지, 올해 가지 못해도 우리에겐 내년이 있자나라는 믿음으로 여행을 포기했다. 최고급 호텔에서 차라리 하루 이틀이라도 쉴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소중한 지원금이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건 무엇일까? 재충전이 꼭 여행만 있는 건 아니자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일단 쉬고를 함께 신청한 훈창 활동가와 나는 건강 관련 지표 맨 하위권을 차지 할 정도로 매일 골골대는 형편이었다. 그럼 우린 차라리 운동을 하자. 나는 테니스를 할 테니 너는 재활을 해라. 우리는 목표를 건강에 맞췄다. 올 초 계단에서 뛰다가 무릎 연골이 파열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쭉 성치 않은 무릎으로 이 큰 몸을 지탱하고 살았다. 지금이야 괜찮겠지만 나날이 줄어드는 근육에 언젠가는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변의 이야기에 건강해짐으로 화답하기로 했다. 재활운동을 하며 체중도 줄여보기로 했다. 야무지게 사무실 주변 PT 전문 헬스장을 여러 곳 둘러보고, 또 집 근처 헬스장도 둘러 본 후 상담도 친절하게 해주고, 운동의 목표를 명확히 해주는 곳을 결정했다. 이때까지도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언제부턴가 몸 쓰는 게 쉽지가 않았다. 체중의 문제도 있겠지만, 걷고 움직이는 건 좋아했지만, 실질적으로 운동이 부족했다. 운동은커녕 스트레칭도 해본지가 언제인가 가물가물했다. 집 근처 공원을 시간 내 걸으면서 운동했다고 생각한 게 전부였다. 그런 상태에서 무릎연골까지 파열된 이후에는 계단을 오르 내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겁이 먼저 났다. 그 통증이 다시 재발할까 걱정됐다. 왜 비오기 전 어르신들이 관절이 쑤시다고 했는지 조금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몸을 방치하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문제였을까 생각만 하다가

 

운동 첫날은 너무 즐거웠다. 미리 이야기하자면 운동을 시작하고 약 2주일이 지나고 헬스장은 폐쇄됐다. 다시 돌아와 첫날 스트레칭부터 몸을 쓰는 법을 배웠다. 아프지 않게 앉았다 일어서는 법 등등 러닝머신을 어떻게 타야 몸에 부담은 덜하면서 효과는 극대화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배웠다. 무릎을 제외한 몸 곳곳에서 신호가 왔다. 옆구리 근육 등 근육 모두가 아우성을 질렀다. 특히 등과 허벅지와 관련한 운동을 많이 했다. 무릎에 힘이 부족하면 결국은 허벅지와 다른 근육들로 버텨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등 근육이 발달해야 다른 몸 곳곳에 무리가 덜 간다고 했다. 그렇게 일상에서 잠깐 잠깐씩 운동 하는 방법들을 배웠다, 아침에 일어나 작은 시간을 투자해서 몸을 충분히 예열해주고 하루를 시작하는 법, 일 하면서도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일하는 법 등 어찌 보면 쉽게 배울 수 있는 동작들이지만 실행하기 어려웠던 동작 들을 배워나갔다. 그러다가 다시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게 됐다. 그리고 짧았던 운동일기는 여기서 잠깐 멈췄다.



머 괜찮 다. 말 그대로 포기한 게 아니라 잠깐 멈춘 거다. 지금도 일어나면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점심에 머 먹는지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고 있다. 소금을 줄여라 량을 줄이기보다는 싱겁게 덜 자극적으로 드시라 조언을 받고 있다. 그리고 약속을 했다. 조금은 더 슬림해져서 인사하기로. 그래서 여전히 시간 나는 대로 배운 동작들로 운동을 하고 있다. 일부러 사무실에도 집에도 생수통을 사뒀다, 내가 들기에는 가벼운 무게지만 그래도 손이 허전한 것 보다는 좋다. 쉼이란 날아갔지만 오히려 운동을 통해서 일상의 평온함을 찾은 느낌이다. <일단, 쉬고>를 통해 건강을 되찾고 일상의 평온함을 되찾은 느낌이다. 다시 시작될 운동을 틈틈이 일기로 남기기로 했다. 일기의 끝 부분에서 나는 이제 건강하다는 희망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 | 두찬 (사단법인시민자치문화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