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충전]지금은 싹을 틔우기 위한 시간

하늬
2020-11-26


장기간 복용하던 약을 중단할 그 즈음이었다. 폐의 염증이 조금씩 줄어들어 스테로이드 복용을 멈추어도 좋겠다는 의사의 기분 좋은 진단 뒤의 일이었다. 약을 중단했으니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지속적인 운동으로 몸을 챙기는 것이라 믿었고 실천으로 옮겼다. 함께 개인운동을 하던 선생님을 따라 운동장소를 변경했고 태어나 처음으로 개인운동 회원권을 끊었다. 무려 30회. 머리와 손이 부들부들 했지만 그 일부는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었던 터라 그나마 가능했던 일이었다. 약을 멈추고 피트니스센터를 등록해 근력운동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불광천으로 향했다. 무언가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부풀었을 때 무릎에 통증이 왔다.


불광천에서 신나게 자전거를 탄 다음날이었다. 무릎을 굽히고 펴는데 날카로운 통증이 무릎 안쪽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의자에 앉았다 일어날 때도 고통스러웠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다양한 자세로 다리를 피고 접고 운동을 해 보았는데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가중되었고 혼란스러웠다. 정형외과에 가서 증상을 설명하고 엑스레이를 찍었다. 의사는 갑자기 운동을 무리하게 하면 염증이 생길 수 있다며 소염제와 진통제를 처방해 주었다. 약을 먹다 통증이 사라지면 약을 중단해도 괜찮다는 조언도 이어 말했다. 그러나 약을 먹어도 통증은 여전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서 점점 무서워지기도 했다. 근육마사지를 받고 하체운동을 줄이고 상체운동을 시작해도 무릎의 상태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여러 병원을 다니고 내 몸을 봐주시는 선생님들과 상담을 한 결과, 나의 무릎 통증은 스테로이드를 중단하면서 무릎의 염증을 적절히 다스려줄 호르몬의 부족과 계속된 운동으로 인한 것이었다.


갑자기 일어난 일은 아닐 거라고 했다. 몸의 염증을 다스려주는 기능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었다. 두 달 정도 복용했던 소염제가 소용없어서 찾아간 곳은 통증마취학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었고 결국 무릎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다. 통증은 여전했으나 그 어떤 소염제보다 효과적이었고 다행스러우면서도 이 상황이 절망적이었다. 몸을 단단하게 하고 싶고 약해진 면역력을 높이고 싶어 시작한 운동이었는데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던 걸까. 무언가 해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 가장 높았을 때 나는 멈추어야만 했다.


인권활동가 재충전 프로젝트 <일단, 쉬고>를 신청할 때만 해도 머릿속으로 상상해둔 그림이 있었다. 그동안 챙기지 못했던 운동을 지속하는 습관과 조금 더 몸을 알아가는 과정을 갖는다면, 달라진 몸을 마주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 그런 것이 있었다. 6개월 동안 휴직을 하면서 운동하는데 경제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어 그것만큼 든든한 것도 없었다. 

하지만 시작과 동시에 코로나19 상황으로 단체운동이 어렵게 되어 개인운동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고, 갑자기 대상포진이 발병되어 한 달 동안 운동을 쉬어야만 했다. 다행히 그 이후부터 꾸준히 운동을 하게 되었는데 두세 달 열심히 하던 중에 무릎 통증이 찾아왔다. 계획서에 적혀 있었던 계획이 수정될 수밖에 없었고 개인운동을 멈추어야만 했다.


사업의 기대효과 측면에서는 내가 기대했던 것을 성취하지 못했다. 근육량은 늘어났다 줄어들었으며 무릎의 불편함 역시 여전하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내가 사업을 적절히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어찌할 수 없는, 바꿀 수 없는 상황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몸은 나의 의지대로 움직여주는 도구가 아니며 내가 더 알아야만 하고 이해해야 하고 소통해야 하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글자로 풀어놓으니 당연한 말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이를 몸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 역시 몸의 신호를 무시하고 싶을 때가 있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때가 여전히 존재한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 나의 잘못이 아니며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동안 배웠던 것을 일상에서 실천하는데 노력했다. 근육 마사지를 받으며 무릎의 통증을 완화하게 해주는 여러 가지 스트레칭이나 근육운동을 매일하고 상태를 점검했으며, 소염제나 진통제를 먹는 것을 멈추었다. 올해 운동을 시작하면서 매번 운동센터에서 운동을 하기 어려우니 홈트를 위한 몇 가지 소도구들을 구비해 두었는데 무척이나 유용하게 활용했다. 무엇이 현재 나의 몸에게 적절하고 적절하지 않은지, 어떤 정도까지 하면 괜찮고 그 이상은 염증을 유발할 수 있을지, 단기간에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는 마음을 내려두고 포기하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함께 돌봐야 할 대상이라고 몸을 바라보려 노력했다. 그 어느 때보다 몸과 많은 소통을 하게 되었다.


                   아령, 마사지볼, 폼볼러, 요가메트가 함께 놓여져 있다.

홈트를 위한 소도구들. 점점 하나씩 늘어가는 중이다 :)


<일단, 쉬고>를 지원하면서 나의 바람은 ‘종자 씨앗’과 같은 돌봄의 시간 만들기였다. 질병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이를 잘 받아들이는 것이 나에겐 중요했고, 일을 잠시 멈추는 동안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기대했던 몸의 변화는 만들 수 없었지만 매일 자기 전 스트레칭을 하고 명상을 하는 시간이 생겼다. 

현재 수술 직후라 근력운동을 할 수 없는데 수술 전까지 아침마다 운동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몸의 기운을 살펴가며 어려우면 넘어가기도 했지만 리듬을 잃지 않을 정도만 쉬었다. 무릎의 통증으로 가장 즐겁게 하던 하체운동을 하지 못하고 실망할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면 옆에서 함께 몸을 봐주던 선생님들이 위로를 주었다. 쉬어도 괜찮다고.


누군가를 위해, 사회 변화를 위해 나의 몸과 시간을 사용하는 것에만 익숙했던 내가 ‘운동’이라는 것에 나의 마음을 쓰고 시간을 비워두고 돈을 지불했다. 예전이라면 아깝다고 생각하고 말았을 것이었다. 운동을 통해 내가 잊고 있었던 몸의 감각을 깨워주었고 몇 달 되지 않았지만 나만이 확인할 수 있는 기분 좋은 변화도 감지했다. 

그리고 나의 의지만으로 바꿀 수 없는 몸의 상태와 상황을 마주했을 때 잠시 쉬어가는 연습도 시작했다. 분명 프로젝트명이 ‘일단, 쉬고’였는데도 나는 어떻게 하면 잘 쉴 수 있을 것이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인지에 더 뚜렷한 바람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것에서 탈피하는 것, 나에게는 무척 중요한 배움이었다.


수술을 하고 난 뒤 다시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장기간 복용으로 부신기능이 약해져 수술을 하면서 더욱 약해졌을 것이란 이유였다. 수술을 하고 회복하는 동안 움직임이 덜 해서 그럴까, 아니면 스테로이드의 도움을 받아서 그럴까 무릎의 상태는 수술 전보다 조금 더 나아졌다. 여전히 불편함은 있지만 처음 무릎 통증을 마주했을 때를 생각한다면 큰 발전이다. 

요즘에는 산책의 횟수도 늘었고 자기 전 스트레칭을 하며 굽어버린 몸을 점검한다. 다시 운동을 할 수 있는 몸이 되면 잠시 중단했던 개인운동을 시작할 예정이고 저만치 보내두었던 소도구들과 함께 홈트를 재개하려고 한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이 내 주변에 있고 그 마음이 여전하니 잠시 멈추어도 괜찮다. 아니, 멈추는 것이 아니지. 싹을 틔워낼 충전을 하고 있는 시간인 것이지.


글 | 하늬 피스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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