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나는 여성이 아닙니까” 여성성소수자 궐기하다

야릉
2015-11-13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


1851흑인 여성 노예해방운동가 소저너 트루스Sojourner Truth의 말입니다. 그는 여성의 권리조차 백인 여성에게만 한정되어 있을 뿐 흑인 노예 여성의 권리는 여전히 배제되고 있는 현실을 폭로했습니다.  2015년 그의 말은 성차별과 성적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할 남성과 여성이 따로 있다며 양성평등을 성소수자 차별과 배제의 근거로 사용하는 여성가족부를 향한 분노의 외침이 되었습니다.

 

1010일 토요일 저녁 6인권재단사람365기금으로 마련한 무대에서는 보수화되어가는 성평등 행정에 저항하기 위한 여성성소수자궐기대회가 열렸습니다대전시는 여성가족부의 압력에 못 이겨 시행 두 달여 만에 해당 조항을 삭제하고 말았고여성가족부는 7일에 예정되었던 여성단체들과의 면담마저도 일방적으로 취소시킨 상황이었습니다.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에도 300여명의 사람들이 대한문 앞을 가득 매웠습니다발언자로 나선 6명의 여성은 무대에 올라 살아온 이야기를 펼쳐내며 대사회적인 커밍아웃을 했습니다한국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선배친구동료그리고 가족의 마음으로 건네는 따뜻하면서도 용기에 찬 한마디 한마디에 모두 함께 울고 웃었습니다.



사회적 약자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혐오세력과 성소수자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더욱 강력히 지켜지고 적용되어야 하는 원칙이지만전혀 지켜지지 않습니다.”

 - 라라 (대전시성평등기본조례개악저지운동본부 활동가)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라라는 대전시와 대전시의회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 한 번 없이 의사일정도 공개하지도 않고 긴급으로 개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힘겹게 싸워온 경험을 나눴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지금 말하는 대로 시스젠더/이성애 여성만이 여성이라면네 저는 여성이 아닙니다아니만일 그것만이 유일한 여성의 기준이라면 저는 스스로를 여성으로 정체화하지도 않았습니다하지만 트랜스 여성으로 살아왔고트랜스 여성으로 살아갈 저는 지금여기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 한희 (MTF트랜스젠더)


투표장에 갈 때마다 선거인 명부에 적혀있는 남자라는 글귀에 발길을 돌리고 싶었다는 MTF트랜스젠더 한희는 이제 남자 연기를 접어두고 여성으로 커밍아웃하며 삽니다힘들 때 찾아간 공익변호사와의 만남은 그가 성소수자 인권활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북경여성대회가 열렸던 95년에 태어나 여성이자 성소수자로 살아왔다는 쥬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여자친구와의 애틋한 스토리를 공개했습니다여자를 사귄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매를 맞는 애인과 함께하며 늘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되는 동안 심한 불안 증세와 우울증까지 앓았던 쥬리는 이제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서 스스로의 감정을 알고 인정할 수 있는 환경과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있는 자기결정권과주변의 인정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 숫자 2, 내가 붙였습니까국가가 날더러 여성이라며 붙여놓은 숫자가 아닙니까?”

 

그 당시 여자의 업무라는 것은 경리직’ 정도였어요일명 바지씨에 속한 남장여인이었던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직장은 더욱 한계가 있었지요. ...직장을 구하려니 주민등록번호 ‘2’라는 숫자를 단 남장여인으로써 어려움이 참 많았어요전문직도 아니고 승진을 보장 받는 안정적인 직업도 아니었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정말 까마득했어요.”

 - 명우 (레즈비언 주점 운영자)


육십 평생을 사람으로여자로동성애자로 살아왔다는 명우는 한국 최초의 레즈비언 클럽 레스보스를 만들었습니다동성애자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기에 여성 전용 다방샤넬이라는 공간을 접하게 되었고이후 본격적으로 이반의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명우는 여전히 레즈비언 주점을 운영하면서후배들이 좀 더 다양한 곳에서 단단한 커뮤니티를 이루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에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이 한명쯤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걸요

 

여성 동성애자 이경이 민주노총에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민주노총 가족수당 규정이 동성을 포함해 다양한 가족의 구성원들을 포함하도록 변화했습니다.

 

노동자들은 변합니다이렇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 변합니다그런데 결코 변하지 않는 자들이 있습니다그런 자들은 저 같이 노동자 투쟁을 조직하고 성소수자들과 연결시키려고 하는 사람을 더러운 좌파라고 합니다저더러 공산주의자라고 한들 자본주의자라고 하는것보다 모욕적이지는 않습니다저야말로 민주노총에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이 한명쯤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걸요

 - 이경  (민주노총 활동가)


이경은 여성노동자들이 어떤 언어로든 차별적인 대우에 침묵하지 않고 자신의 부당함을 표현할 때 여성가족부처럼 누구는 빼야한다는 알량한 계산과 편견을 갖지 않으면서’ 지지할 것이라고 외쳤습니다.

 

제 취미는 커밍아웃입니다.”

 

저녁에 고기를 굽고 술잔을 돌리다 문득 지금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칠순 생신에 생일 선물로 커밍아웃을 한 셈이었죠가족의 반응은 의외였습니다어머니의 반응은 그것도 다 인연이라며 괜찮다고 하셨습니다둘째 언니는 학생들을 가르치는데혹시 제자들 중에도 성소수자가 있을 수 있으니 앞으로는 그 점을 고려해야겠다고 했습니다.”

 - 화영  


마지막 발언자인 40대 중반의 성소수자 화영은 9년지기 파트너와 반려견 성실이와 함께 무대에 올랐습니다화영은 주변에 성소수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여고 동창생부터 시작해 가족직장동료동네 까페 주인에 이르기까지 늘 커밍아웃을 해 왔습니다화영은 한국의 중년노년층도 이렇게 성소수자에게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변화해나갈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페미니스트 듀오 난세2, 페미니스트 무용수 권이은정우주최강댄스듀오28, 비혼 여성 합창단 아는언니들그리고 게이코러스 지보이스의 뜨거운 연대공연이 펼쳐졌습니다.



궐기대회의 대미를 장식한 여성성소수자선언을 통해 여성성소수자들은 성소수자가 처한 현실이 성차별이며이를 변화시키는 것이 성평등에 기여하는 것임을 확인했습니다그래서 여성성소수자의 목소리는 더욱 크게 울려 퍼져야 한다고그 길에 또 함께 하자고 다짐합니다존재마저 지우려는 자들에게 맞서서, 1010일의 선언을 잊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우리는 여성이자 성소수자로서 인권을 보장할 책무를 국가에 요구할 수 있다우리는 성소수자들을 낙인찍고 차별하고 배제하고 혐오하도록 부추기는 성차별적 의식과 제도들에 맞설 것이다성차별에 맞서는 모든 행동들은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행동과 한 편이 될 수 없으며성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차별은 성평등이라 부를 수 없다성소수자의 인권 없이는 성평등도 없다!


글 | 야릉  (여성성소수자궐기대회 기획단)


#성소수자  #LGBTIA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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