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쿠팡노동자의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기선
2020-12-22


2020년 5월 말 발생한 쿠팡발 코로나 집단감염은 쿠팡 부천신선물류센터 노동자 84명을 포함하여 150여 명의 시민을 감염에 이르게 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전후로, 3월에는 고속배송의 압박에 의한 쿠팡맨(쿠팡의 배송노동 자, 현재는 쿠팡친구로 변경되었다)의 과로사, 6월에는 방역 강화를 위해 더 독한 혼합소독제를 사용해 청소업무를 해야 했던 쿠팡물류센터 식당의 조리 노동자 사망사고가 이어진 바 있습니다.


봉쇄와 격리, 거리두기 등 이동 제한이 극심한 코로나19 대확산 시기에 쿠팡 과 같이 물류관리, 택배 배송 등을 기반으로 한 기업-일터는 사회 필수노동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물류, 배송산업의 노동자들은 대부분 계약직, 일용직을 비롯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특수고용과 같은 형태의 불안정노동자입니다. 쿠팡이 벌어들인 막대한 이윤은 이런 불안정노동을 통한 이윤축적구 조를 기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일터의 복잡한 동선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임의로 밀 접접촉자만을 분류해 돌려보낸 후 서너 시간 만에 작업장을 재가동했던 점, 불안하지만 거부보다는 연장근무까지 해야 했던 상황은 쿠팡의 노동조건과 노동자들이 처한 인권 현실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쿠팡 노동자 인권실태 조사는 쿠팡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고를 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3월의 구로 콜센터 노동자 집단감염에 이어 반복된 일터집단감염 사고가 구조적 문제임을, 그 안에서 노동자가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음에 주목하며 쿠팡의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15개 인권단체, 18인의 인권활동가가 모여 ‘쿠팡 노동자 인권실태 조사단’을 구성하고 논의와 조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7월 10일 쿠팡 부천물류센터 기초조사, 7월 22일~9월 5일 심층면접조사를 통해 쿠팡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대부분은 쿠팡 부천물류센터 노동자로 구성되었고, 비교군을 위해 인천지역 물류센터 중 노동자의 감염 확진이 있었던 타센터 노동자와 타지역 물류센터 노동자 약간 명, 쿠팡이츠와 쿠팡맨(쿠팡친구)의 1인씩을 포함하여 총 24인의 노동자를 만나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코로나19 감염병 대확산의 시기에도 대면하며 용기있게 진실과 의견을 건네준 노동자들과 지원대책위 그리고 이 만남을 가능케한 인권재단 사람의 지지와 지원 덕분에 보고서가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쿠팡 노동자 인권실태 보고서 열람하기


완성된 보고서 <쿠팡은 어떻게 무권리의 위험 현장이 되었나- 작성과 발표는 쿠팡 풀필먼트(물류센터), 쿠팡맨, 쿠팡플랙 서, 쿠팡이츠(배송) 등에 이르는 쿠팡이라는 기업을 일터로 삼고 있는 쿠팡 노동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완결될 쿠팡 노동자 인권실태조사 중 첫 번째입니다. 첫 번째 보고서에는 쿠팡 풀필먼트, 그 중에도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 생한 부천신선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좀 더 전반적인 구조의 문제와 인권의 문제를 다루기에 앞서 우선 진행하는 이유는 감염과 자가격리, 사회적 차별과 낙인 등으로 심신의 건강을 비롯해 온전한 생활을 영위하는 조건이 깨지고 있는 쿠팡 피해 노동자들의 문제제기에 대한 기업과 국가, 사회의 응답이 하루라도 시급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코로나19 감염병 대확산이라는 전 세계적인 상황은 생명과 안전의 위협, 사회경제 적 위기와 일상의 격변뿐 아니라 대확산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과 공포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로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고 충분한 애도도 다 하지 못한 채 밀려오는 충격과 긴장에 안정된 일상과 미래를 계획한다는 것을 쉽게 기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위기가 모든 이들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위기에 대한 불평등한 대처가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으며 결국은 인간이 저마다의 고유한 존재로서 존엄하며 평등한 삶을 통해 존엄이 지켜진다는, 사람이 사람일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 인권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0년 5월, 쿠팡이라는 일터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사고는 이런 인권의 문제를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일터에서의 감염은 노동자와 가족구성원, 지역으로 확산되는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기업의 대처와 정부의 조치 및 관리, 감독 등은 이를 제대로 예방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집단감염이 일어난 일터의 노동자에게는 직접적이고 우선 적인 조치와 지원, 치유와 회복을 위한 지원과 정책이 필요한데, 이런 대응이 마련되고 실행된 예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지경입니다.


쿠팡 부천신선물류센터에서 비롯된 집단감염은 예상할 수 있었던 인재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감염이 발생해도 방역지침을 지킬 수 없는 노동조건이 있었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국가의 기업에 대한 조치는 우선시 되지 않았습니다. 일터에서의 민주적인 관계 보다는 노동자 개인에게 위험과 책임이 전가되고 있었고, 집단감염 발생 후에도 이에 대해 우선 대응하는 긴급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쿠팡의 노동자 중 가족 구성원에게까지 감염된 경우 중, 중태에 빠졌음에도 음성반응이 나오자 감염가능성이 없으므로 국가지원의 근거가 없어져 이후 모든 절 차와 비용을 노동자가 책임져야만 했습니다. 또다른 노동자는 십년 가까이 가족으로 살아왔는데도 법적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어떤 지원도 없이 모든 부담이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기도 했습니다.


기업과 정부도 사회공동체도 감염확산에만 집중한 채, 이로 인한 피해와 고통을 겪게 된 노동자이자 시민인 '사람'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쿠팡은 어떻게 무권리의 위험 현장이 되었나'라고 적힌 현수막 뒤로 5명의 활동가가 앉아있다.

5명의 활동가가 보고회를 진행하고 있고, 7명의 사람들이 보고회를 지켜보고 있다. 일부는 카메라로 보고회를 촬영중이다.

△ 쿠팡 집단감염, 부천물류센터 노동자 인권실태조사 보고회


재난의 위기 상황에서는 인권의 원칙을 놓치기 쉽습니다. 인권의 원칙을 놓친다는 것은 곁에 있는 사람을 놓친다는 것입니다. 곁을 놓친다는 것은 연결된 자신을 놓치는 것에 다름없습니다. 진정한 회복과 치유는 임시방편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른 근본적인 이유를 분명히 하고 인정하는 것, 그 책임을 다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 치도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 조사단은 쿠팡 부천신선물류센터 집단감염 사고에 관한 쿠팡이라는 기업의 책임. 국가의 책임 그리고 사회의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감염병 대확산의 시기에 그것도 일터감염으로 피해와 고통을 지나고 있는 노동자들과 대면 인터뷰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인권활동가들 역시 많이 곳에서 많은 이들과 만나며 활동해야하는 이들이라 단위의 상황에 따라 제약이 있기도 했지만, 최대한 만남의 공간과 방식에 주의를 기울여 조사를 진행했고 대부분의 노동자가 뜻을 같이해주고 용기를 내주어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한된 조건이 아니라면 좀 더 깊어질 수 있었던 라포형성과 이후 대응활동으로 이어지는 관계형성에 대한 아쉬움은 큽니다.


감염병 대확산 시기에도 여전히 놓지못할 모여 말하고 함께 행동할 수 있는 권리와 이를 위한 활동방식 그리고 관계와 연대에 대한 인권운동의 고민이 앞으로 좀 더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는 활동이었습니다.


>> 인권실태조사 보고회 보러가기


글 | 기선 (쿠팡노동자인권실태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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