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제대로 된 인신매매특별법 제정을 위한 연대활동

이하영
2021-05-10


국제이주기구에 따르면(2017년), 전세계 인신매매 시장의 연간 경제규모는 약 170조원에 달하고 인신매매 피해자는 4000만명으로 추정된다. 인신매매 피해자 중 71%가 여성이라고 보고된다. 사람의 국가 간 이동이 점점 더 빈번해지는 반면, 국가 간 장벽은 낮아지지 않기 때문에 인신매매는 더욱 빈번한 사람의 이동 수단이 되고 있으며 인신매매 범죄는 국제 범죄조직의 주요 수입 수단이 되고 있다. 인신매매 범죄의 증가하는 심각성 때문에 유엔은 2000년 ‘국제조직범죄방치협약을 보충하는 인신매매 특히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 예방, 억제, 처벌을 위한 의정서’(이하 유엔 인신매매방지의정서)를 채택하고 인신매매 범죄의 방지를 위해 전세계 국가들이 노력할 것을 요청하였다. 이러한 요청에 부응하여 미국 국무부는 2001년부터 매년 전세계 인신매매 보고서를 작성하고 정부의 인신매매 방지 노력에 따라 1등급에서 3등급까지 부과해오고 있다. 한국은 2001년 최하 점수인 3등급을 받은 뒤 2002년 성매매방지법 제정, 2013년 형법 일부 개정(제289조 인신매매 처벌 규정 신설)하여 2002년부터 1등급을 유지해오고 있지만 인신매매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인신매매 범죄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으며 인신매매 범죄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포괄적인 인신매매법이 필요함을 주장해왔다. 


8명의 활동가들이 인신매매특별법 전화액션 피켓을 들고있다


시민사회의 끈질긴 요청을 오랫동안 외면하던 정부는 2020년 여름 갑자기 ‘인신매매특별법’을 만들겠다며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했고 2021년 1월 내놓은 법률안 초안은 인신매매 처벌 규정이 빠진 피해자 보호법이었다. 그리고 2021년 3월까지 이 법을 제정하겠다는 일정을 밝혔다. 2020년 여름 의견수렴 이후 별다른 말이 없었기에 이 법이 이렇게 빨리 진행되고 제정될 줄 예상하지 못했던 시민사회단체들은 마음이 급해졌다. 성착취, 장애, 노동, 이주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은 급히 단톡방을 열고 ‘인신매매특별법 제정을 위한 연대회의’라는 이름으로 온·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 연대회의는 정부안의 문제점을 정리하여 국회에 의견을 제출하고 시민사회안을 준비하여 발의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3월 내 제정이라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 때문에 시민사회안을 받는 국회의원이 없었고 우여곡절 끝에 여러 의원들이 참여하여 시민사회안을 발의하였다가 하루만에 철회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연대회의는 다양한 경로로 시민사회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오마이뉴스에 정부안의 한계와 포괄적 인신매매법의 필요성에 대해 총 6편의 릴레이기고를 이어갔고(2월 22일~3월 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의견서를 보내 처벌규정이 포함된 인신매매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이끌어내었다(3월 9일). 


[기획 / 처벌 조항 없는 인신매매특별법 필요없다]

① 이수진 의원의 '인신매매특별법', 실망스럽습니다 http://omn.kr/1s648 

② 대통령까지 나섰던 '염전 노예사건'의 허무한 결말 http://omn.kr/1s6l8 

③ 욕설, 폭행, 착취에도... 그들은 배 안을 벗어날 수 없었다 http://omn.kr/1s75f 

④ 인신매매에 감금까지 당했는데... 그녀는 피의자가 됐다 http://omn.kr/1s7ul

⑤ 인신매매특별법, 기업도 자유롭지 않다 http://omn.kr/1s81t 

⑥ 피해자를 가해자 품으로... '인신매매'에 연루된 정부 기관 http://omn.kr/1s9bb 

 

인신매매특별법 정부안의 가장 큰 문제는 처벌규정이 없다는 점이었다. 정부는 2013년 개정된 형법에 인신매매 조항(제289조)가 있다며 처벌 공백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형법은 인신매매를 ‘사람을 매매한 사람’으로만 규정하여 유엔이 정의하는 인신매매 규정과 매우 다르고 이 때문에 2013년부터 2020년 12월까지 인신매매 죄로 처벌된 사건은 단 4건에 불과하다. 정부가 유엔 인신매매의정서의 이행법률로서 인신매매특별법을 제정한다고 하고 정부안에서 인신매매 정의를 유엔 인신매매의정서와 유사하게 확대하였지만 문제는 확장된 인신매매 규정에 따른 처벌 규정이 우리나라 현행법에는 없다는 점이다. 연대회의가 우려한 것은 처벌되지 않는 인신매매 범죄가 무슨 의미이며, 가해자가 수사와 처벌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자 보호를 어떻게 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인신매매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처벌 규정 없이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였다.


유엔 인신매매방지의정서 제3조 (정의)

 가. “인신매매”란 착취를 목적으로 협박이나 폭력 또는 그 밖의 형태의 강박, 납치, 사기, 기만, 권력의 남용이나 취약한 지위의 악용, 또는 타인에 대한 통제력을 가진 사람의 동의를 얻기 위한 보수나 이익의 제공이나 수령에 의하여 사람을 모집, 운송, 인수, 은닉(harboring) 또는 인계하는 것을 말한다. 착취는 최소한, 타인에 대한 성매매의 착취나 그밖의 형태의 성적 착취, 강제노동이나 강제고용, 노예제도나 그와 유사한 관행, 예속 또는 장기의 적출을 포함한다.

나. 이 조 가호에 규정된 수단 중 어떠한 것이든 사용된 경우에는, 이 조 가호에 규정된 의도된 착취에 대한 인신매매 피해자의 동의는 문제가 되지 아니한다.

다. 착취를 목적으로 한 아동의 모집, 운송, 이송, 은닉 또는 인수는 그것이 이 조 가호에 규정된 수단 중 어떠한 것을 포함하지 아니하더라도 “인신매매”로 간주된다.

라. “아동”이란 18세 미만의 모든 사람을 말한다.



그럼에도 인신매매특별법이 성착취부터 장애와 노동까지 포괄적이고 국내외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쟁점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래서 연대회의는 정부안의 문제점을 정리하고 현재의 인신매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어떤 법이 필요한지를 제안하기 위해 “인신매매특별법 제정 제대로 가고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3월 5일). 특별히 인신매매 범죄는 국제범죄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관심과 연대가 필요했다. 해외 활동가들과 전문가들의 참여를 위해 온라인 토론회의 동시통역을 제공하였다. 또 인신매매 피해자의 다수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문자통역과 수어통역도 제공하였다. 이는 인권재단사람의 119사업 기금 덕분에 가능했다. 그 결과 일본, 태국,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 24명이 신청하여 토론회에 참석하였고 토론회가 끝난 후에는 태국에서 피해자지원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싶다는 제안 메일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결국 정부안은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4월 20일 제정되었다. 여전히 이 법에서 정의하는 인신매매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은 부재하다. 연대회의는 이 법이 제대로 작동하여 인신매매 범죄의 방지 및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처벌 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연대회의는 활동을 멈추지 않고 인신매매 처벌법 제정을 위한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글 | 이하영 (인신매매특별법제정을위한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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