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방역은 평등한가: 이주노동자 전수검사 행정명령이라는 차별

정영섭
2021-05-31


생각해보자. 당신이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이라고 하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는 와중에 뉴욕에서, LA에서 한국계 확진자들도 늘어난다. 그러자 뉴욕주정부와 캘리포니아주정부에서 모든 한국계는 코로나 검사를 2주 내에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고 받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겠다는 행정명령을 내린다. 그러면 어떻게 하겠는가?


또 생각해보자. 당신이 경기도사람이라고 하자.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는 와중에 경기도에서 더 늘어났다고 하자. 그러자 경기도가 모든 경기도민은 2주내에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하고 받지 않으면 벌금을 물린다는 행정명령을 내린다. 그러면 어떻게 하겠는가? 두 가지 상황에서 당연히 말도 안되는 차별적 행정이라고 누구나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지 않을까. 


외국인 전수검사 행정명령


그런 일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땅에서 버젓이 발생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부터 서울, 경기, 인천, 대구, 경북, 강원, 광주, 전남 등 많은 지자체에서 이주노동자 혹은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하라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주민이 가장 많은 경기도는 3월 8일부터 22일까지, 서울시는 3월 17일부터 31일까지 ‘외국인노동자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내렸다. 사업주와 노동자가 응하지 않으면 벌금을 2-300만원 물리겠다고도 했다. 최근에는 ‘외국인 일용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행정명령이 강원도와 전라북도에서 내려졌다. 한마디로 국적을 이유로 한 인종차별이자 행정적 폭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시의 철회과정과 권고내용도 차별적


경기도의 행정명령이 내려지고 많은 이주인권단체들이 반발했지만 반향이 없었다. 그런데 서울시 행정명령이 알려진 즉시 주로 영미 유럽권 전문직 노동자들의 반발을 배경으로 각국 대사관이 반발하자 서울시는 이틀만에 명령을 철회했다. 아시아 출신 이주민들의 항의보다는 서구권에 더 눈치가 보였던 것이다. 더욱이 서울시는 명령을 철회하고 권고로 전환하면서도 ‘고위험 밀집사업장 외국인노동자’ 검사권고라고 하여 차별적 내용은 그대로 유지하였다.  


잠재적 바이러스 전파자 낙인과 혐오

‘외국인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코로나 전수검사는 이들이 잠재적 바이러스 전파자가 아닌가 하는 인식을 불러일으킨다. 낙인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이는 특정 사회적 소수자 집단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기제가 된다. 과거에 ‘외국인범죄대책본부’ 같은 걸 검경이 해마다 꾸려서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실적을 발표하곤 했는데 이는 '외국인=잠재적 범죄자'라는 인식을 강화시켰다. 만약 서울지역 범죄가 문제라서 ‘서울시민 범죄대책본부’를 구성하면 말이 되겠냐고 했던 일도 기억이 난다. 지금도 행정법 위반에 불과한 ‘미등록 체류자’(대개 초과 체류자)를 ’불법체류자‘로 부르며 형사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가장 큰 낙인 효과의 사례이다. 


특정 종교인, 성소수자, 노숙인, 이주노동자 등 방역당국은 손쉬운 타겟을 만들어내고 반복적인 검사를 통해 바이러스를 잡으려 한다. 그러나 그렇게 계속 타겟을 확대하여 낙인을 부풀리면 과연 나중엔 누가 거기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외국인 노동자'는 하나의 집단도 아니다

소위 ‘외국인노동자’ 범주는 하나로 묶일 수가 없다. 한국에 사는 180여개 국가 이주민들은 국적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며 문화나 관습, 음식도 다르다. 그래서 이렇게 ‘비국적자’라는 공통점으로만 하나로 묶어 단일한 집단으로 취급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또한 노동하는 이주민은 수많은 업종, 직업군들로 나뉘어 있다. 그런데 정부나 언론, 대중의 인식에 ‘외국인 노동자’라고 하면 흔히 동남아·서남아에서 온 3D업종 종사자만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아마 각 지자체에서 행정명령을 발동할 때도 그렇게 생각했을 텐데 이것부터가 근본적 편견이고 차별적 인식에서 기인한 것이다. 내국인이 하지 않는 하층 노동을 하며 저임금에 인간적 대우를 받지 못하고 법제도적 권리, 제반의 정책에서 배제되어 있는 것이 차별이 재생산되는 기반이기도 하다. 


'긴급점검! 코로나19와 인종차별 토론회'가 확인한 소중한 것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와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외노협,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광주전남이주인권네트워크,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은 행정명령 대응논의를 통해 공동으로 3월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성명을 발표했다.(‘외국인 노동자’를 제물로 삼는 코로나19 전시행정 중단을 요구한다)  행정명령이 내려진 각 지역에서 단체들이 지자체에 항의했다. 그리고 4월 1일에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면담하여 차별조치를 비판하고 평등한 방역을 촉구하였다.(코로나19 이주노동자 진단검사 행정명령에 대한 이주인권단체 의견서,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의견서)  그리고 이슈를 더 공론화하고 논의를 모아내기 위해서, 인권재단 사람의 지원으로 이상민, 장혜영 의원실 및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외노협,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 주최로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와 인종차별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둘러 앉아있다


시민건강연구소의 최홍조 연구원은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진 행정명령을 내리는 과정도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차별이며 인권침해”라며, “코로나19 감염과 전파에 취약한 노동환경과 생활터전에 대한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최초의 방역’이어야 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방역은 검사‘만’ 하고 확진환자를 찾아내는 것만 포함하지 않는다. 이주민이 자신과 공동체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건강할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지금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방역정책”이라고 촉구했다. 이주노조의 우다야 라이 위원장도 “사업장에서 이주노동자를 잠재적 전파자로 취급하는 사례가 많다. 사업장 바깥으로 아예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숙소환경 탓에 취약한 방역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지 외국인노동자 집단 전체를 의심자 취급해서는 안된다.”며 “모국어로 된 충분한 정보 제공과 교육, 정부가 나서서 혐오 차별 중단할 것, 사업장 방역대책 지원하고 관리감독할 것, 미등록에 대한 체류자격 부여, 차별 없는 백신접종” 등을 주문했다. 


이주민센터 친구의 이진혜 변호사는 토론을 통해, COVID-19 상황에서의 이주민에 대한 인권 지침을 언급하며 “동등하게 취급하여야 할 대상에 대해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취급 하여서는 안된다는 점을 정부 및 공공기관의 정책 수립시 명확히 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말하였다. 이주민센터 동행의 원옥금 대표는 코로나로 인한 이주노동자의 여러가지 차별과 피해 사례를 발표하며 차별적인 정책이 아니라 실제 방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촉구했다. 


의정부 EXODUS의 강슬기 활동가는 실제 동두천 지역에서 이주민 확진이 늘어나는 상황에 대응했던 경험을 복기하며 그 과정에서 이주민들이 겪었던 어려움, 즉 미등록으로서의 불안, 생계유지에 대한 불안, 언어소통의 어려움, 내국인 어머니들의 이주아동 어린이집 등원 거부 등을 발표하였다. 이를 통해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코로나”라며 “다양한 관점으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함을 말하였다. 이주민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계층을 이해해야 하고, 주거와 노동환경 개선을 해야 하며 지자체별로 코로나19 대응 이주민 정책이슈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이종걸 활동가는 상담활동, 언론 대응, 방역대책본부·지자체 대응, 커뮤니티 대상 홍보, 서울외 지역 단체와의 소통 등을 통해 빠르게 대응했던 경험을 발표했다. 공동체의 안전을 함께 지키자는 메시지, 더 많은 소통과 활동이 필요하고 ‘인권운동의 언어와 몸짓’이 사람들과 어떻게 더 가까워질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자고 제안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지지 확인

특히 이번 행정명령 대응활동을 하면서 기존에 활발히 활동하는 단체들과 이주민 활동가들 외에도 이 차별적 행정에 대한 많은 이주노동자들의 분노와 항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왜 우리한테만 검사 받으라고 하나”, “같은 회사 다니는데 한국사람은 왜 안받나”, “코로나 검사 받으라 해서 갔더니 수천 명 몰려서 거리두기도 안되었고 몇 시간 줄섰는데 검사도 못 받았다”, “검사 안 받으면 진짜 2백만원 벌금 내야 하나”, “국적을 땄는데도 외국 출신이라고 검사 받으라 한다”, “검사 받는다고 해도 회사에서 안 보내준다”, “외국인노동자인 것이 죄인가”, “우리는 공장에서 못 나가게 하면서 한국사람들은 출퇴근한다” 등등. 공통적인 것은, 방역을 위해 사회구성원이 해야 하는 의무는 다 같이 이행하고 있으므로 방역조치도 평등하게 차별적이지 않게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이주민은 이주노조로 전화해서 자기가 참여하고 있는 모임에서 이번 사태에 분노하는 마음을 운동단체에 후원하는 것으로 표현하기로 했다며 수십 명이 후원금을 보내오기도 했다. 영어 번역이 되어 있는 토론회 자료집도 보내드렸더니 잘 읽어보고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평등한 방역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져야

이주민 250만 명 시대를 맞아 코로나19와 같은 전대미문의 감염병 사태는 여러 영역에서 기존 시스템의 허점과 차별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예컨대 어느 지역에서 이주민 몇 명이라도 확진자가 발생하면 당장 검사와 자가격리, 생활치료센터 등 안내부터 통역 문제에 부딪혀서 방역당국, 이주민당사자 공히 어려움을 겪는다. 평소에 그런 시스템이 구축이 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프라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역별로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주민지원단체 등 통번역 역량들이 있기는 하다. 문제는 이러한 역량이 충분하지 않고 네트워킹이 체계적이지 않았으며 통합적인 지원매뉴얼 등이 없고 지역 내 이주민 커뮤니티와의 소통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또한 통번역 문제를 넘어, 노동 및 주거환경, 코로나 방역과 안전 조치, 교육, 생계지원 등 다층적인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특정한 사회적 소수자 집단의 확진에 대해 전수조사 행정명령이라는 손쉬운 강제조치로 대처하는 것은 이제는 정말 바뀌어야 할 것이다. 


글 |정영섭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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