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에헤라디야, 평등이여 어서 오라!

사월
2020-12-23


2020년 6월 29일, 7년 만에 ‘차별금지법’이 국회에 발의되었다. 차별과 혐오가 더욱 심각해지고 사람을 진짜, 가짜 혹은 불법, 합법으로 나누는 이 시기. 꼭 필요한 법이 발의된 것이다. 진보정당 및 노동/인권/여성/시민사회단체는 차별금지법 발의를 반겼다. 이전과 같이 임기만료 폐기나 자진철회가 아닌 ‘발의에서 제정으로’이어지기를 촉구하며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국회 앞에서 'D-90, 국회는 평등에 합류하라‘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정기국회가 열렸지만 차별금지법은 본회의 상정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단체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적극적 활동을 시작하였다. 차별과혐오없는평등한경기도만들기도민행동(이하 도민행동)도 21대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참하기를 촉구하며 지역구 국회의원 앞 1인 시위,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앞 기자회견, 수원역 지하도 피케팅, 실내 문화제를 기획하고 진행하였다.


제정 국면으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도민행동 집행위원들은 ‘이대로 올해를 보낼 수 없다’며 집회 및 행진을 기획하였다. 바튼 시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고 씩씩하게 진행하자며 ‘에헤라디야, 평등이여 어서 오라!_세계인권선언기념일 맞이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경기지역 결의대회’를 준비하였다. 화성행궁에서 장안문을 거쳐 창룡문 앞 장안공원까지 풍물패와 행진한 뒤 왁자지껄하게 문화제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점차 심각해지며 3차 대유행이 시작되어 기획을 바꾸게 되었다.


안전하지만 즐겁게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알릴 방법을 함께 고민하였다. 집회나 도로 행진을 진행할 수 없었기에 수원의 주요 장소에서 몸조끼를 착용하고 손깃발을 들고 2m현수막을 함께 들고 평등마스크를 착용하고 인도를 이용하여 침묵 행진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기획이 다소 축소된 것은 아쉬웠으나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했다.


화성행궁 앞에서 다양한 피켓을 든 다수의 사람들이 일열로 서있다.

화성행궁 안에 성벽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일열로 서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침묵 행진


2m현수막에 새긴 문구는 총 10가지였다. △우리는 평등으로 간다 △평등이여 어서오라 △평등의 온도를 높이자 △21대 국회, 평등에 합류하라 △평등에는 나중이 없다 △지금 여기, 평등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평등을 원한다 △평등세상 지화자 △차별금지 지화자 △차별받아도 괜찮은 사람은 없다. 이 구호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차별금지법 제정은 이 사회가 보다 평등해질 수 있는 출발선이며 함께 평등의 문을 열고 차별과 불평등의 현실을 바꾸자는 뜻이기도 하다.


더욱이 올해는 코로나19로 점철된 해였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불평등과 차별의 현실을 드러내었고 일련의 과정들을 접하면서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기도 하였다. 그렇기에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캠페인이라도 꼭 진행하자는 의지가 모이기도 했다.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이 있는 12월, 인권선언의 가치인 인간 존엄과 존중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함을, 이 사회 불평등과 거리 두고 작별하기 위해선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하여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캠페인 당일 꽤나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사전 신청한 경기/수원 지역의 사람들은 잊지 않고 화성행궁과 수원역으로 모였다. 현수막을 함께 들어야했기에 2명이 짝을 이루고 장소마다 두 팀으로 나누어 한 시간 가량 침묵하며 행진하였다. 알록달록한 글씨의 현수막과 깃발, 몸조끼를 함께 입은 사람들이 행진하자 시민들은 걷다가 뒤돌아서 문구를 읽어보기도 하였고, 어떤 내용이냐고 묻기도 하였다. 더 많은 이들에게 가닿지 못하는 상황과 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고 지금이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 아쉽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지금 이 상황과 조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아쉬움을 접고 즐겁게 캠페인에 임했다.


이번 캠페인에는 도민행동 집행위원뿐만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얼굴 마주하고 직접 행동을 함께 한 적이 적은 터라 더 반가웠고 힘이 나기도 하였다. 캠페인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과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비롯하여 지역 내 반차별/평등을 촉구하는 활동을 함께 모색하는 연대의 계기를 만들게 되어 유의미했다. 반차별 운동은 서로 다름을 알아가는 ‘말하고 듣기’에서 운동이 더 활발해지기에 앞으로 지역 사람들과 모여 말하고 듣는 활동에 대한 기대감도 갖게 되었다. 이후 불평등과 차별에 대항하는 더 많은 ‘말’들이 경기지역에서 시작되기를 바란다.




글 | 사월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차별과혐오없는평등한경기도만들기도민행동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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