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제주

박영길
2020-01-30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제주

글 | 박영길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활동가 



지난 6월 12일부터 18일까지 6박 7일간 제주도에서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제주>가 진행되었습니다. 영상, 음악, 잡지로 비자림로와 제주 제2공항반대 투쟁지 등 제주 난개발 현장을 미디어에 담고 제주도 활동가들과 연대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또 다시, 미디어로 행동하라!

이번에 진행된 <미디어로 행동하라 ! in 제주>는 2014년 삼척 핵발전소 찬반 주민투표 현장을 시작으로 밀양 송전탑, 충북 노조파괴 현장, 평창동계올림픽, 성주 사드배치 반대 투쟁 등 의 현장에 미디어활동가들이 함께 찾아가 공동으로 미디어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왔던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00>프로젝트(이하 미행 프로젝트)의 연장선이기도 하지만, 무엇인가 새로운 방향으로 재구성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던 즈음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였습니다. 미디어를 통한 현장 연대의 의미만큼이나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활동 자체에 대해서도 돌아보고, 서툴지만 우리의 고민들을 실험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하게 된 것입니다.


▲ 첫날 - 도청앞천막촌에서 제주 활동가들과 미디어활동가들의 만남



현장의 다양한 필요로 시작하기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제주> 프로젝트는 제주도청 앞 천막촌을 중심으로 수많은 제주도의 난개발 현장에서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직접적인 촉매제가 되어 시작됐습니다. 삼척, 밀양, 충북, 성주에서 진행된 기존의 미행 프로젝트들은 투쟁대책위와 같은 단위와 긴밀하게 소통하는 미디어활동가들의 제안과 역할이 프로젝트를 주도했지만, 이번 제주도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미디어를 필요로 하는 현장의 요청에 따라 준비되었습니다. 


이미 과잉관광으로 투기가 과열되고 물가가 오르며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는 등 주민들의 삶의 질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제 2공항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도민의 의견 수렴 없이 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의 활동가들은 더 이상의 난개발은 막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공항 연계 도로를 넓히기 위해 비자림로에서 하루하루 벌목을 진행되고 동물테마파크니 뉴오션타운이니 하는 이름으로 강요되는 수많은 난개발에 하나하나 대응하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제주의 활동가들은 이를 담아줄 수 있는 미디어의 역할이 요청해왔습니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투쟁 현장을 따라가 볼 수 있었지만 중심이 되어 투쟁을 끌어가는 조직이 없는 상태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갖게 되는 역할의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현재 제주도에서 벌어지는 온갖 부조리와 난개발에 맞선 투쟁들은 결국 한국사회가 가지는 온갖 모순들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그 투쟁이 그 당사자들만의 문제로 고착되는 전형적인 한국사회의 고립화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까움이 더해졌습니다. 


제작과 배급, 그리고 교육


그렇게 제주도 활동가들의 제안으로 논의를 시작한 <미디어로 행동하라 in제주> 프로젝트는 발빠르게 결정되고 진행되었습니다. 평소에 제주도의 투쟁현장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연대를 해 왔거나, 무언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들을 해오던 전국의 미디어 활동가들이 참여했고, <인권재단 사람>을 비롯해 이런저런 마음들을 모아준 많은 사람들의 후원 속에서 준비가 됐습니다. 


 영상, 음악, 잡지라는 3개의 미디어 제작과 배급이라는 활동 외에도, 올해는 특별히 현장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였습니다. 제주의 상황이 미디어 활용에 대한 욕구가 큰 반면에 일상적으로 결합된 미디어들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서 워크숍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서 투쟁에 결합되어 있던 활동가들에게 직접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렇게 2019년 6월 12일부터 18일까지 총 30명의 미디어활동가들이 모여서 6박 7일간 총 5팀의 옴니버스 다큐멘터리와 4곡의 음악, 1권의 잡지를 만드는 작업을 했고, 제주 활동가 4명이 참여한 워크숍 팀에서 촬영 편집 교육을 통해 3편의 영상과 1편의 브이로그가 만들어졌습니다. 


▲ 도청앞천막촌 농성장에서 수업 중인 워크숍 팀



▲ 완성된 잡지를 들고있는 잡지팀



▲ 알뜨르 비행장을 촬영중인 <제2공군기지> 촬영팀


새로운 시도와 스스로 던지는 질문들

이번 미행 프로젝트는 몇 가지 부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고, 저희 스스로 생각을 정리해봐야 할 것 같은 질문들을 갖게 되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이번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제주>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사전 교육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강정 활동가인 딸기와 호수를 초청 강사로 하여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전 미행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평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00>에서는 항상 사전행사로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투쟁현장에서 대한 사전교육을 진행했는데, 주로 투쟁의 경과, 주민들의 상황, 투쟁의 의미와 의의 등 이제 곧 결합해야할 현장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봐야 하는지, 그 현장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년 간 활동가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성/권력/위계 등에 의한 다양한 문제들이 공론화 되면서, 이에 대해 사전 교육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점점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비록 좋은 의미에서 연대를 하기 위해 모였다고 하더라도 참가자들 상호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기에 이에 대해서 미리 이야기 나누고 규칙을 정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아직까지도 이러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예방하며 해결하기 위한 명확한 방법들을 마련하진 못한다고 하더라도 사전 교육과 규칙을 정하는 방식 등등을 실험하고 시도해봄으로써 올바른 방법들을 찾기 위한 출발점에는 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기 전 평화교육 프로그램으로 참여자끼리 소통하기


두 번째로는 처음으로 채식 식단을 운영한 것입니다.

어쩌면 매우 일상적인 문제 혹은 취향의 문제로 등한시 될 수도 있는 문제겠지만 적어도 미행에서는 의식주의 문제에서만큼은 차별을 지양하고 서로의 존재의 방식들을 상호존중의 방법으로 해결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준비하였습니다. 비록 시간과 비용이 다소 발생하더라도 적어도 일상적인 생활 방식 때문에 차별을 느끼는 것이 왜 문제인지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방식들을 고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서로의 감응들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며 준비했습니다. 


▲ 강정마을의 활동 공간인 ‘삼거리 식당’에서 함께 식사


세 번째는 ‘현장’과 ‘미디어’, 혹은 ‘현장 미디어’에 대한 고민들을 좀더 직접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들을 품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요즘 사회에서는 누구나 풍부한 매체와 도구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손쉽게 영상들을 제작할 수 있는 틀이 제공되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바로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제주도처럼 여전히 어려운 투쟁들을 이어가고 있는 현장에서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줄 수 있는 미디어의 부재에 괴로워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미디어를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투쟁 현장에서는 일상적으로 우리 목소리를 내줄 수 있는 미디어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들을 하곤 합니다.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00>이 그동안 함께했던 대다수의 투쟁 현장 역시 여전히 미디어의 부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결국 지금까지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로 행도하라 in00 프로젝트가 지속되어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즉, ‘현장의 미디어의 부재’와 ‘미디어 활동가들의 현장 결합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신진미디어활동가 양성 프로그램이자 교육프로그램이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목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이번 제주의 경우를 포함하여 여전히 이런 프로그램이 과연 현장이 필요로 하는 부분에서 얼마나 역할들을 해 왔는지에 대한 고민들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 마지막 날 발표회 후 단체 사진 (사진:송동효)


찬바람이 매서워지고 있는 요즘, 제주 제2공항 확정 고시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 광장과 영산강유역환경청 앞, 세종시 환경부 앞에서 제2공항이 제주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제대로 된 검토를 할 것을 요구하며 농성과 단식이 시작됐습니다. 2019년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제주’ 프로젝트도 후속 작업과 배급 활동들을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과연 우리는 현장을 어떻게 바라보며 미디어는 어떠한 미래를 그려야 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들을 다시 한 번 던져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미디어 프로젝트 이후에도 투쟁은 더 가열차거나 더 고통스럽게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