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건강관리 지원 사업

박영주
2020-01-30

외국인 노동자 건강관리 지원 사업


글 | 박영주  지구인의정류장


상임활동가 2명 미만의 작은 단체인 〈지구인의정류장〉은, 2012년 경부터 2018년까지는 이주노동자(특히 농업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에 대한 노동 상담과 제도적 권리구제 활동, 인권침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집단적 목소리의 형성지원(‘고장난 노동부의 계산기’ 캠페인,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캠페인, 이주노동자 ‘투투버스’ 활동), 여·남 노동자 쉼터운영, 자조적 커뮤니티의 형성 및 활동지원(크메르노동권협회)을 해오고 있었다. 즉, 주로 ‘노동권, 주거권, 여성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집중하고, ‘건강권’에 대한 적극적 대응은 거의 못하였다.  


우리단체는 매해 200~300여명의 새로운 이주노동자들과 대면 관계를 맺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과도한 노동시간과 기초정보의 부족, 인근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부족 등으로, 의료지원을 받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50% 이상의 농업노동자들은 아예 건강보험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2019년 7월 20일, 건강보험공단은 갑자기 직장건강보험이 없는 모든 외국인에 대한 ‘지역건강보험 강제가입’ 조치를 시행했다. 그런데 그 부과한 건강보험료는 유사한 생활조건의 한국인 가입자 2~3배의 금액을 부과했다). 그래서 많은 노동자들이 질병이 발생하면, 의료기관의 진찰이나 진단 없이, 단순히 이마에 파스를 붙이거나 고향에서 보내온 약 등 민간요법에 의해 당장의 증세만 완화시키며 견디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해 우리 단체도 이렇다 할 공공적 대안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지원을 요청한 노동자들 중 아주 특별한 중증질환이 확인된 경우에만 급히 수소문하여 인근 의료기관의 지원을 부분적으로 받는 방식으로 대응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권프로젝트-업>은, (잠재적으로, 혹은 실제로)질병에 시달리는 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사회의 의료시스템과 건강권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실질적 도움을 주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이전에 의료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던 노동자, 아파도 참기만 했던 노동자 56명이 3월부터 11월까지, 건강 검진에 참여하였다.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게 되었고, 그 중 추가진료, 치료, 응급조치가 필요했던 16명이 적절한 조치를 받았으며, 그와 별도로 여성병원 진료 및 치료에 22명이 참가하였다. 

 

위 진료 및 치료에 참여한 100여 명의 노동자들은 검진과정과 결과지 분석을 통해 의료상식을 습득하고 자신의 몸 상태와 노동, 주거 환경, 한국의 의료시스템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갖게 되었으며, 이후 건강문제 관련 대응 방식에 대한 판단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사업에 우리단체는 1명의 다른 역할을 가진 상임활동가(김이찬)와 3명의 자원활동가(박영주, 김혜리, 퐁스룬)가 참여하였다. 20여 차례의 만남으로 진료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안산지역 노동자들의 아니라, 경기 동부, 충북, 충남 등지의 농촌지역에서 건강에 우려를 느끼던 노동자들이 어렵게 휴가를 받아 2~4시간의 긴 여행을 통해 찾아온 것이었다. 병원에 처음 와 본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이에 따라 활동가들의 좀 더 섬세한 안내가 필요했다. ‘사전 안내/길 안내/접수/진료 과정/향후조치에 대한 통역과 설명’ 이 중요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주노동자인 퐁스룬씨의 통역이 큰 힘이 되었다.           

 


평소에 ‘숨참, 근육통, 흉통, 복통, 구토, 불면, 힘없음’ 등으로 건강검진을 요청했던 많은 노동자들이, 특별히 추가 치료를 요하는 질병으로 진단되지 않고, ‘과도한 노동, 일시적 긴장, 정신적 긴장, 영양부족, 일시적 혈압변화’ 등 일상에서 스스로 관리가능하다는 답을 얻었을 때, 안도하고 기뻐했다. 


검진 및 치료과정에서 참여자의 열악한 주거환경, 위험한 작업환경, 과도한 노동시간 등이 질병을 유발할 수 있음을 추정할 수 있으나 이는 ‘의료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외국인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는 현행 정부정책의 문제이기 때문에 개별노동자는 단순히 ‘위험을 긴급회피’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해법이 없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외국인노동자 도입제도에 관한 ‘제도 개선’,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 및 주거환경’에 관한 조치의 신설 없이, 외국인노동자의 건강권이 보장되기는 힘들겠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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