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의 권리를 찾아서

2021 정기공모사업 '인권프로젝트-온'을 수행한 단체들과의 서면 인터뷰를 공유합니다. 부산반빈곤센터 최고운 대표님의 이야기를 통해 사업을 기획하고 성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살펴보세요.     


○ 부산반빈곤센터는 어떤 일을 하나요? 

저희는 2010년 설립하여 빈곤층 권익을 위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꾸준히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운동을 해왔고,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상담, 교육을 통해서 지원하는 일상활동을 해 왔습니다. 2016년부터 무연사, 고독사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1인가구 또는 주거취약계층 주민모임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이번 사업을 기획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무연사, 고독사 문제를 대응하면서 공영장례 조례의 필요성을 계속 생각해 왔었는데 아직까지 부산에 광역지자체 조례가 없습니다. 그래서 센터에서 올해 본격적으로 조례 제정운동을 하고자 계획했었습니다. 또한, 코로나 이후 재난이 가난한 이들에게 직접적인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온 것, 경제적 빈곤이 관계의 빈곤으로 이어지는 현실, 점차 해체되는 혈연가족과 상승하는 1인가구의 비율 등을 감안하면 1인가구 주민들이 서로 위기개입을 할 수 있는 공동체적 관계망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고려하여 사업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 구체적인 활동내용이 궁금합니다. 

  크게 1) 공영장례 실태조사와 조례 제개정운동 2) 1인가구 권리찾기 모임 3) 기초생활보장 권리찾기 상담 4) 기초생활보장 권리찾기 교육 네 가지 단위사업을 진행했습니다. 


공영장례 관련해서는 당사자 인터뷰, (사)나눔과나눔, 채비 현장간담회, 정책토론회를 진행했는데 특히 중장년 1인가구와 탈시설장애인 분을 인터뷰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분들은 무연고 사망자 장례식도 경험했고 본인의 장례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1인가구 주민들이신데요. 이 중 한 분은 올 해 3월, 저희의 주관으로 부산 동구에서 첫 번째로 치러진 공영장례에 참석하셨던 경험을 얘기하며 “빈소도 있고 조문객도 있고 ‘보통사람’들의 장례 같아서 좋았다”라는 얘기를 하셨어요. 그 ‘보통의 장례’라는 말이 참 깊게 남더라고요. 죽음마저도 차별이 있는 이 사회에서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공영장례는 정말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고요.


그리고, 기초생활보장 상담중에 이런 일도 있었어요. 심한 당뇨를 앓고 있어 일을 하지 못하는 청년이 친척분 소개로 상담을 받으러 왔었어요. 그런데 당뇨 같은 내과적 질환은 근로능력 판단에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을 하시더라고요. ‘아마 안될 거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셨는데,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너무 흔쾌히 근로능력 판정용 진단서를 떼줬다고, 다시 전화를 걸더니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제도에 관한 궁금증을 한참을 물었어요. 장애나 질병에 대해서 꼭 눈에 보이는 손상이 있어야만 인정이 가능하다는 편견들이 있는 거죠. 그리고 사소한 질문들도 많이 하세요. 예를 들면, ‘수도요금을 할인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같은 것들이죠. 쉽게 생각해 보면 그건 주민센터 가서 문의하면 다 해결되는 것 아니냐 할 수 있지만 이 분들은 담당자의 냉랭한 태도에 주민센터에 가는 것조차 힘들다는 겁니다.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는 우리 같은 단체들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지요. 


작년에는 코로나로 못했던 김장을 올 해는 재개했는데요. 늘 받기만 하던 주민들이 손수 김장을 하는 과정 자체도 중요하지만 도배 등으로 관계를 맺었던 또 다른 주민들을 찾아가서 직접 전달도 하거든요. 그 때 주민 한 분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해라”라고 말할 때, 사실 김장 한 포기보다 그 말이 더 큰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그 말이 이 사업을 관통하는 핵심이겠죠.

코로나로 인해서 가가호호 방문하여 줌 사용법을 알려드리고 비대면 만남을 시도한 것도 기억에 남네요. 1인가구 취약계층 모임 ‘내미는마음’은 한번 빼고는 매 월 모임을 지속했어요. 올 해도 역시 명절맞이 합동추모제를 진행했고요. 명절을 함께 보내고 차례를 지내는 것도 갈 곳이 없는 이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이제는 이 분들이 주변의 이웃들을 돌보는 주체적인 역할들도 해내고 계십니다.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공영장례, 부산시 조례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 자료와 영상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zTiaJDpn4E

https://drive.google.com/file/d/1ETgQwd21RgUtP_YGTn6eNli6me9OmWHa/view

 

○ 이번 사업의 성과는 무엇인가요?

기초생활보장 권리찾기 교육을 통해서 만난 분들이 이후에도 모임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결심하신 것이 저희에게는 큰 성과이고요. 이번에는 특히 단지 정보제공에 그치지 않고 ‘권리’에 초점을 맞춰서 교육한 결과 이 분들이 스스로 ‘권리’를 말하게 됐다는 점이 또한 성과입니다. ‘내미는마음’ 주민들이 이제는 한층 성장하여 자신의 권리 뿐만 아니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주민들의 권리도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도 성과입니다.

공영장례 조례는 인터뷰와 현장간담회, 토론회 등을 통해서 11월에 드디어 부산시의회에 발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실효성 담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또 다른 토론거리이며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서 공영장례의 의의와 필요성을 지역사회에 널리 알려냈고 토론을 촉발시킬 수 있었습니다. 수 개의 언론사에서 10여개의 인터뷰와 보도를 진행했고요, 단지 ‘무연고 사망자 장례’에 그칠 뻔 했던 부산광역시 차원의 조례도 우리의 요구로 인해 충분히 내용을 담아낼 수 있게 되었어요.

<관련기사>

[부산일보] 죽음마저 홀로, 빈소 없이 ‘처리’… 제대로 눈감지 못하는 이들 2021.8.18

[연합] '마지막 길 쓸쓸하지 않게'…부산시의회 공영장례 조례 발의  2021.11.16


○ 이번 사업이 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요?

어렵고 힘들겠지만 당사자들이 바로 권리와 실천의 주체라는 것을 항상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부산광역시 공영장례 조례는 몇몇 의원들의 힘으로만 가능했던 것이 아니고,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있었기에 시작됐고 만들어 졌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빈곤은 일방적이고 시혜적인 지원만으로 해소가 되지 않습니다. 아주 작은 움직임들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연대의 실천들이 우리사회를 바꿔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 활동에 대한 소감 / 사업 이후의 활동 방향 / 우리 사회의 과제 등을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우선 인권재단사람의 지원이 있었기에 많은 일들이 가능했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저희에게는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쁜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가치들을 사업을 진행하면서 계속 발견하게 됐고요. 사회경제적으로 계속 어려워 지고 관계가 해체되고 운동이 침체하고... 그러한 현실을 제가 만나는 주민들의 얼굴 속에서도 마주하게 돼요. “아마 안 될 거에요” 지레짐작으로 포기해 버리는 그 얼굴들 속에서 제 모습도 보여요. 그렇지만 계속해서 움직이고 작은 소동과 파열음을 만들어 내는 것, 결국 그것들이 사회를 바꿔왔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아주 힘든 시기이기 때문에 어쩌면 작은 희망조차도 큰 희망이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부산광역시 공영장례 조례가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재차 토론회를 열고 촉구할 예정입니다. 또한, 공영장례 조례가 실제 어떻게 집행되는 지 모니터링하여 각 구의 공영장례 조례를 정비하도록 요구하고, 중간조직 신설, 공무원 교육 등을 제기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만나는 것이겠죠. 1인가구가 집 밖에 나와 서로의 얼굴을 마주할 때 약한 관계들이 보다 더 튼튼해 지는 것, 서로가 서로를 돌볼 수 있는 연대의 사회가 되는 것 그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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