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상황은 처음이라..." 코로나19와 MAP의 난민건강증진 활동

김영아
2020-12-22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이하 MAP)가 난민건강권에 대해 활동한지 5년째다. 짧은 단체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019년과 올해는 <인권재단사람>의 ‘인권프로젝트-업’ 지원을 받아 <난민건강 UP 지원역량 UP>사업을 진행했다. 난민의 건강정보와 자원 접근성, 의료접근성을 높이고 난민의료지원자의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우선 난민은 한국에서의 질병예방을 위해 건강정보를 받고 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의료보건서비스 접근성은 세 가지 것이 충족되어야 가능하다. 첫째, 보건소, 의원, 병원에 갈 수 있어야 하고, 둘째, 진료 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하고, 셋째, 진료비를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 본 사업의 가장 큰 수확은 난민건강뉴스를 제작해 배포하기 시작한 것과 의료 통번역서비스를 양적 질적으로 키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MAP에서 사무국 살림을 쪼개서 긴급의료비 지원을 하지 않고 활동가들이 소정의 활동비를 받을 수 있었기에 감사했다. 


코로나19로 사회가 일시정지 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가 되고 경제난으로 후원이 줄어들면서 많은 시민단체가 활동의 제약을 받았다고 한다. MAP도 마찬가지였다. 올해로 6회를 맞는 연례행사인 난민무료건강검진 행사가 취소되었다. 일 년에 단 한 번, 단 하루 행사지만 100여 명의 의료봉사자와 통역봉사들이 참가하고 평균 60-70명의 환자들이 검진하고, 추후 유질환자들에게 팔로우업 지원이 따르는 중대한 행사이다. 바로 응급실에 실려가야 하는 환자가 발견되기도 하고, 난민이 통역봉사자로 지원하고, 100여 명의 봉사자들이 난민에 대해 배우고 난민을 맞이하는 기회이기에 의미 있는 날이다. 그러나 코로나19는 3만여 명의 난민과 인도적체류자, 난민신청자가 외국인, 난민으로서 한국사회에서 갖게 되는 건강취약성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건강검진행사와 지원요청이 들어오면 개입하게 되는 기존 활동과 다른 긴급구호활동이 요구되었다.   

 

코로나19 첫 국내 발생 소식이 전해진 1월 20일, 덜컥 겁이 났다. 난민이 생활 속에서 해외여행자나 외국인을 접하기 쉬울 것 같은데 코로나에 걸리면 어쩌나. 보험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치료비를 감당하지? 긴급재난문자, 안전안내문자는 한국어로만 오는데 코로나 관련 정보를 어떻게 알고 예방하지? 환자가 나오면 해외처럼 외국인, 난민에 대한 혐오가 생길까? 코로나 질병정보를 찾아 서둘러 영어, 아랍어 난민건강뉴스를 만들어 배포했다. 일주일 내 코로나 예방수칙을 한국어, 영어, 불어, 아랍어로 번역 편집해 뉴스를 내보냈다. 불과 한 달 뒤 2월 23일 위기단계가 최상으로 올라가고 한 달간 재택근무를 할 시기에 MAP은 더욱 분주해졌다. 매일 재난방송, 질본 발표, 출입국정책 발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표현으로 정보를 정리한 후, 영어, 아랍어, 불어로 번역하고, 정보 확산이 쉽도록 포스터 형태로 디자인했다. 또 난민은 국적과 언어가 다양하고 의료보건제도에 대한 지식과 경험도 저마다 달라서 4개 국어로는 한계가 있었으므로 SNS에 올린 다음에는 각각 난민공동체에서 영어를 하는 사람에게 연락해 확산시켰다. 강제이주 배경이 서로 달라서 에스닉 공동체에도 못 끼고 소수로 흩어져 있는 사람들에게 소식이 닿기를 바랐다. 유엔난민기구, 서울시 글로벌센터, 이주민센터, 시민단체, 에스닉 그룹 등에서 SNS에 포스팅된 뉴스를 가져다가 퍼뜨려 주었다.  

    

3월 5일 MAP의 코로나19 대응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정부가 당시 마스크 품귀현상 해결을 위해 정책을 내놓으면서 내외국인을 구별하는 공적마스크 배분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이주민이 공적마스크를 구매하려면 외국인등록증을 제시하고 건강보험에 가입자여야 했다. 2만 명이 넘는 난민신청자는 외국인등록증이 있지만 건강보험에 가입이 안 된다. 이주민과 난민 안에 아동, 장애인, 산모,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고려되지 않았다. 공정마스크 구배방법에 대한 소식을 내보내면서 동시에 이주민, 난민과 공정하게 마스크를 나눌 것을 요구해야 했다. 전염병 발생 시국에 공정은 모두가 방역 수단을 갖는 것이다. 보험료를 낸 사람만 방역 수단을 허락 받는 것을 공정함으로 생각한 공동체는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 하물며 보험가입을 할 수 없는 난민신청자도 각종 세금을 내지 않는가. 게다가 1월 코로나 국내 발생 직후부터 일부 난민의 일상과 건강이 위협을 받고 있었다. 무료건강진료소, 쉼터 등의 민간단체시설이 문을 닫아 건강보험 미가입자들은 병원비가 문제가 되었고, 일부 지역의 어린이집이 휴원하여 한부모 난민가정에 돌봄 위기가 발생하고(난민은 아이를 돌봐 줄 친지가 없다), 고용정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마스크 배분에서 배제된 것은 심리적 불안을 증폭시켰고 실제로 자신을 집에 가두는 난민들도 생겨났다.              


연구에 따르면 재난 속에 모두가 이기적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정부는 국내 마스크 재고가 충분해질 때까지 수정방침을 내놓지 않았지만 시민들은 달랐다. 먼저 난민의 안부를 묻는 연락이 왔다. 한 달 여 동안 천마스크, 덴탈마스크, 방역마스크, 손소독제를 여러 시민단체로부터 받았다. 그러는 동안 도서지역을 제외한 전국의 난민 대상으로 마스크 요청을 받았다. 이들은 지자체, 지역시민단체의 재난대응 관계망이나 지원대상에서 빠져 있는 사람들이다. MAP 사무국은 시민과 난민의 마음을 연결해주는 배송처가 되었다. 자연스레 MAP의 재택근무는 끝났다.  

긴급구호물품의 공정하고 효과적인 배분을 위해 대대적인 난민 데이터 정리 작업이 있었다. 3월과 4월 활동가들과 봉사자들이 전화를 걸어 각 가구의 성인과 아동 수를 확인하고 가구마다 일일이 택배상자를 보냈다. 그러다가 식료품과 생필품이 동난 가정들을 알게 되었다. 대개 유치원과 학교에 갈 수 없는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었다. 집에서 모든 식사를 해결하다 보니 식량이 떨어진 것이다. 2월부터 코로나19의 여파로 실직, 돌봄위기, 생계위기를 겪는 난민가정들의 연락이 늘어가고 있던 참이었다. 조사해보니 쌀, 밀가루, 식용유, 설탕, 소금, 김, 케첩 등의 기본 식료품과 세제, 샴푸, 비누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네 개의 작은 종교 공동체에서 후원금과 식료품을 모아 보내주어 28개 가정에 식료품 상자와 쌀, 밀가루를 보낼 수 있었다. 

  

  • 상반기 방역용품 전달: 4차례 399명

      ※ 10세 이하 아동 61명

      ※ 마스크 2,495개, 손소독제 100개

  • 하반기 방역용품 전달: 3차례 103가구 317명 대상 

    ※ 10/27, 10/28, 11/17

    ※ 아동 0~2세 51명, 3~18세 86명

    ※ 손세정제 360개, 손소독제 360개, 마스크 6,970개, 비접촉체온계 50개


역시 코로나19 때문인지 건강문제 상담과 자원연계에 대한 요청 또한 크게 늘었다. 3월부터 11월까지 건강문제 상담 및 정보 제공은 총 65건으로 작년 28건, 올해 기대목표 30건의 두 배를 넘겼다. 26가구가 건강보험 관련 상담 및 가입과정 지원을 받았고, 의료기관 연계는 15건이 이루어졌다. 건강문제에 따른 생계지원은 25건이나 되는데, 이 중 11명이 장애인, 산모, 산재피해자, 만성질환자 등 재난 전에 이미 건강문제로 취약했던 사람들이다. 

사업 이름과 목표가 <난민건강 UP 지원역량 UP>인 만큼 난민의료 통번역인과 활동가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활동도 이루어졌다. 올해 다수의 난민의료통역인이 동시에 필요한 행사는 없었으나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번역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유질환자가 다수 있어 의료통역이 질 향상도 요구되었다. 수시모집을 통해 45명의 통번역인 풀을 만들었다. 통번역 협업 프로세스 가이드를 만들고 통번역인 교육 자료를 보강했다. 하반기에 실행한 온라인 워크숍은 지속적인 활동을 위한 정서적 지지기반을 마련하는 발판이 되었다. 


한편, 활동가들은 상담 수의 증가와 심리적 스트레스 호소에 대한 상담이 잦은 것 때문에 여러 고민을 가지고 있다. 상담과 사례관리를 하는 활동가는 지속적인 학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트라우마치유센터 사회적협동조합 사람마음의 임상심리전문가에게 <트라우마와 회복의 나침반>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들었다. 복합 트라우마와 트라우마 후 반응 이해, 트라우마 인식 접근법을 배우며 세 활동가는 자신이 동행하고 있는 난민 한 명 한 명을 떠올렸다. 난민상담과 자원연계 시, 특히 재난 발생 시에 난민의 사회참여행동과 공동체 회복력(리질리언스)을 촉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MAP의 활동 지향점을 돌이켜보기도 했다. 활동가와 단체의 한계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공감하게 되었다. 강사님은 활동가간 상호이해와 지지하는 분위기가 그 동안 완충 역할을 한 것 같으나 향후 대리외상과 활동가 케어에 대한 강의를 보충하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 주셨다. 


2020년 <난민건강 UP 지원역량 UP>사업을 한 줄로 요약하면 ‘코로나19 위기 속 난민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힘을 모은 사람들’이다. 활동가와 (시민+난민)봉사자들, 시민들이 마스크와 생필품, 후원금 모금을 위해 쓴 시간과 정성은 셀 수 없을 만큼 크다. 재난 속에 MAP이 사회참여행동과 공동체 회복이 이루어지는 플랫폼이 될 수 있어 감사했다. 또, 코로나19라는 질병과 사회의 재난해결 방식을 경험하면서 사회에 연결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 난민의 건강을 위해서 시민단체가 준비하고 키워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난민건강 증진과 건강권 실현을 위해 난민과 단체의 역량강화 모두를 노력할 것이다. 


글 | 김영아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 MAP 활동가) 


뉴스레터 읽는 사람을 구독해 보세요.

2주에 한 번, 한가지 인권 이슈를

읽을만한 글과 함께 보내드려요.

인권의 관점으로 세상을 읽어보는 뉴스레터.

2주에 한 번, 하나의 이슈만 골라서 읽을만한 글과 함께 보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