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사회운동을 위한 전략

최정민
2018-12-14

전쟁없는세상은 보다 효과적이고 창의적이며 민주적인 사회운동을 확산시키고자, 참여형 워크숍 형태의 비폭력 트레이닝을 2012년부터 진행해왔다. 첫해에는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한 ‘트레이너를 위한 트레이닝’에 집중했고, 이후에는 정기 내부 트레이닝과 더불어 3박4일 ‘평화캠프 - 초심자를 위한 비폭력 트레이닝’ 및 ‘초심자를 위한 6주 비폭력 기본과정’을 진행하였다. 초심자를 위한 코스는 일종의 비폭력 종합코스로 사회운동이 무너뜨릴 대상에 대한 분석 및 방법을 찾고 민주적으로 운동을 조직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2013, 2015, 2017년에는 격년으로 열리는 서울 ADEX 무기전시회에 대응하기 위해 창의적 직접행동 및 관련한 스킬을 나누는데 보다 집중하였다. 이 외에도 타 단체 요청에 따른 맞춤형 외부 트레이닝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 2018 평화캠프 몸풀기 게임


3박4일 평화캠프와 6주 비폭력 기본과정에는 매년 30여 명이 참가했고, 외부 트레이닝 횟수는 2014년 5회, 2015년 5회, 2016년 7회, 2017년 23회, 2018년 60회 내외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주최한 트레이닝과 외부 요청에 따른 트레이닝, 참가자의 입소문 등을 통해 전쟁없는세상의 비폭력 프로그램이 시민사회에 많이 알려졌고, 재작년의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민주적인 사회변화에 대한 기대와 사회운동의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한다. 올 초 모 사회운동단체와 정당에서 불거진 ‘언더조직’ 파문도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전쟁없는세상이 어떤 특정한 액션이나 거리시위, 캠페인 자체보다 그 액션이나 거리시위가 어떻게 기획되고 어떻게 조직되며 어떻게 평가되고 이후 또 다른 액션과 거리시위, 캠페인으로 이어지는지에 보다 주목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사실 SNS 등의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사람들은 예전보다 어떤 사회 부정의에 발빠르게 반응하고 더 쉽게 모이는 것처럼 보인다. 위정자를 몰아낸 이른바 촛불혁명은 이러한 테크놀로지 없이는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촛불의 성공요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있을 수 있고 가장 큰 성공요인으로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몇 달에 걸쳐 시위대의 규모가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것을 들 수 있지만 대개의 사회운동은 이러한 단일 전략으로는 표면적으로는 어떤 미미한 변화가 온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중요한 사회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사회운동의 전략이니 전술이니가 다 필요 없고 활동가들은 어떻게 즉자적으로 사람들을 모이게 할 것인지에만 몰두하면 될 것이다. 주요한 사회적 변화는 이런 일회적이고 즉자적인 대규모 시위보다 장기적인 끈기와 지구력을 필요로 한다. 일회적이고 즉자적인 시위는 (승리를 위한) 사회운동의 전략을 수반하지 않으며 그 형태도 비슷한 방식으로 되풀이되는 경향이 있다.


▲ 2018 평화캠프 활동가들의 4가지 유형


그래서 올해는 사회운동에 관심이 있고 어떤 식으로든 활동을 시작하고 싶은 초심자보다는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사회운동 전략 트레이닝을 진행하고자 하였다. 한국의 사회운동에는 훌륭한 활동가들이 너무나 많고 그들이 일궈온 역사가 화려하지만, 과거 운동의 성과와 한계들이 연구되어 진정한 사회운동의 자산화가 되지 못했고 체계적이거나 매뉴얼화 되어 있는 부분은 부족한 편이다. 물론 캠프만으로 이것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을 나눌 장을 열고 논의를 위한 질문들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 2018 트레이너를 위한 트레이닝의 트레이너 Andrew Metheven


이번 캠프에는 환경운동, 장애인인권운동, 청소년참정권운동 등의 현재 가장 뜨거운 우리 사회의 운동분야 활동가들이 참여해서 더욱 풍성한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우리는 3박4일간 다양한 교육 방법을 통해 사회운동을 성공으로 이끄는(혹은 방해하는) 요소들을 찾고, 저들의 권력이 어떻게 유지/작동되는지를 이해했으며, 같이 활동하는 활동가들의 유형을 생각해보고 민주적으로 같이 활동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Movement Action Plan과 Movement Life Line이라는 툴을 이용해 사회운동을 장기적으로 바라보았다. 또 사회운동의 비전 없이는 저항운동이 승리할 수 없다는 모토 하에 건설적대안을 모색해보기도 하였다. 불의에 대한 저항에 주목하는 일반적인 사회운동가들에게 이 주제가 조금은 생소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전 세계 사례를 살펴보면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특히 올 캠프는 3박4일 이후 캠프에 참가했던 활동가들의 활동분야에서 심화과정 트레이닝을 신청해 주어서 더욱 고무적인 캠프가 되었다. 캠프에서 다루는 사회운동의 전략과 전술이라는 것이 분야별로 구체적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사회운동의 전략을 다루기 때문에 캠프 이후 각 분야별로 트레이닝을 계속 이어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요청들을 너무나 반갑게 받아들였다.


비폭력 트레이닝에서 트레이너의 역할


지금까지 평화캠프와 각 단체별 맞춤 트레이닝을 조직하고 설계해온 것은 2012년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는 비폭력 트레이너 네트워크 <망치>이다. <망치>는 15인 내외의 사회운동가, 예술가, 교육가 등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트레이너들의 네트워크로, 사회운동이란 단순히 1회성 액션이 아니라 그것을 준비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는 그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트레이닝을 위한 자료를 생산, 기획 교육하는 단위이다. 2012년 3박4일 간의 트레이너를 위한 트레이닝 이후 공식적으로 조직되었고 1년에 3~4차례 모임을 갖고 각자의 경험과 스킬을 나눈다. 양질의 트레이닝을 위해서는 트레이닝 진행자의 교육도 무엇보다 중요한데 시간, 자본 등의 문제로 이 교육은 언제나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2012년 트레이닝 이후 커리큘럼을 갖고 트레이너들의 교육이 진행되었던 것은 그 로부터 4년 후인 2016년이었고, 올해 들어서야 인권재단 사람의 후원으로 영국 퀘이커의 비폭력 트레이너 네트워크 Turning the Tide의 트레이너이자 War Resisters’ International 활동가인 Andrew Metheven씨를 초청해 사회운동전략에 관한 트레이닝을 진행할 수 있었다. 트레이닝은 크게 다양한 툴을 이용해 실제 사회운동전략 트레이닝을 진행함과 동시에, 진행해본 툴을 트레이너로서 활용할 때 방안, 주의할 점 등등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2박3일 말미에는 각자가 각기 다른 그룹에 사회운동전략 트레이닝을 진행한다는 가정을 세우고 트레이닝 계획을 짜보고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실제 트레이닝을 진행해오면서 지금까지 느꼈던 어려움들을 공유하고 활용했던 툴들의 장/단점을 살펴 이후 보다 업그레이드된 트레이닝을 제공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갖게 된 교육이 되었다고 본다.


▲ 2018 트레이너를 위한 트레이닝 소그룹 토론


트레이너를 위한 트레이닝에서 Andrew씨는 전략적 캠페인의 좋은 사례로 영국의 ‘Liberate Tate’라는 캠페인을 소개해 주었다. ‘Liberate Tate’ 캠페인은 영국의 Tate 박물관이 석유회사인 BP의 기업 후원을 받지받지 않도록 하는 예술 행동으로 6년여의 활동 끝에 결국 Tate 박물관이 BP의 후원을 포기하도록 한 성공적인 캠페인이었다. Andrew는 이 캠페인의 전략적인 측면을 설명하면서 무엇보다 SMART(Specific구체적으로, Measurable측정가능하게, Achievable달성 가능한, Relevant연관성이 있는, Time-bound기간을 정해서)라는 목표의 원칙에 잘 부합하는 캠페인이라고 평가하였다. Tate 박물관이 BP와의 후원관계를 갱신하는 시기가 명확히 정해져 있었고 그에 따라 압력을 배가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었으며 BP의 후원을 포기하게 한다는 명확하고 측정/달성 가능한 목표가 있었다. 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많은 활동가/예술가들은 이에 맞춰 매우 영리하게 각 예술행동을 배치했으며 Tate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의 마음을 가져오기 위해 그들의 생각과 눈높이에 맞는 창의적 행동들을 기획하였다. 관람객뿐만 아니라 Tate 박물관의 직원들 역시도 캠페인 후반기에는 이들의 행동을 지지하여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사회운동은 다양한 변수가 많고 어떤 매뉴얼로도 100%설명되거나 적용하기 어려운 고난도의 예술이지만 그렇다고 그 모든 우연에 모든 것을 맡기면 진정한 사회변화는 이룰 수 없다. 모든 변수와 우리에게 불리한 다양한 환경들을 모두 고려하면서 우리가 그 안에서 힘닿는 데까지 계획을 세우고 계속 조율하면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은 활동가들의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사회운동의 성공을 위한 고유의 이해를 강화한다.


글 | 최정민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평화 #임파워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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