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온]우리는 세상으로 등교한다

송준호
2020-01-30

우리는 세상으로 등교한다


글 | 송준호   미디어눈 대표



학교 밖 청소년이 누군데요? - 기획 단계

프로젝트 매니저인 최중무 에디터가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주제를 들고 왔을 때 팀내에서는 큰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이 누구지? 범죄 저지르고 학교 잘린 친구들 아닌가? 그 청소년을 우리가 왜 다뤄야 하지?”라는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의 인권을 다뤄야 하는데 학교 밖 청소년이 대안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인지, 학교에서 문제 상황에 연루되어 자퇴하거나 퇴학당한 청소년인지 모르겠다.”라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미디어눈을 처음 시작한 멤버들은 이 모습을 보고 학교 밖 청소년의 인권을 무조건 다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디어눈의 첫 작품인 탈북청년 기사 시리즈도 처음에 발제했을 때 팀 내에서 이런 반응이 나왔습니다. “탈북? 나는 북한에 관해서 관심이 없고 탈북한 사람에게 관심이 없어요. 왜 다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북에서 온 사람들의 인권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멤버가 주도하여 시작했고 함께 모여 공부를 했습니다. 공부를 하고 직접 취재원을 만나면서 점차 팀원들의 생각이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북에서 온 사람이 어떤 과정으로 성장하고 오게 되었고 어떻게 살아가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직접 들으니 관심이 생기고 한국 사회 안에서 구조적, 문화적, 물리적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을 알고 공감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의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대와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연구모임과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직접 학교 밖 청소년을 만나며 미디어눈의 인식이 먼저 바뀌었고 이들의 인권을 위해 팀이 알게 된 사실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되었습니다.


▲ “학교 밖 청소년” 연구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미디어눈 ⓒ미디어눈


학교 밖 청소년을  만나다 - 인터뷰

누구를 만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대안학교 청소년을 만나려고 해도 대안학교마다 교육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만 만나도 될 것 같았습니다. 위기 청소년을 생각하면 어려운 가정환경이나, 학교에서 받은 상처가 많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아픔을 다뤄도 될 것 같았습니다. 연구를 하다 보니 중국에서 태어난 제3국 출생 청소년들도 한국에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학교 밖 청소년 사이에서도 조명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청소년들이 우리 곁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기에 여러 청소년 범주 중 한 부류만 만나서 깊게 얘기하기보다는 다양한 청소년을 먼저 만나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습니다.


대안학교 청소년은 교육의 선택을, 위기 청소년은 안전하게 뿌리내릴 곳을, 제3국 출생 청소년은 다르게 보지 말 것을 얘기했습니다. 각자 얘기하는 것은 달랐지만 결국 이들이 “학교 밖” 청소년이 아니라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가 있는 청소년으로 봐달라는 말은 같았습니다. 기사와 영상을 통해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기사와 영상을 통해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해한다면 청소년에 대해 본인도 모르게 보냈던 편견의 시선을 거두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영상 스크립트와 기사의 일부를 실은 책자를 만들었습니다. 다양한 청소년을 만나고 인터뷰한 내용을 온라인으로 배포하는 것뿐만 아니라 책자로 만들어서 전달하면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책자를 만들어서 취재에 참여하였던 분들과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분들에게 배포하였습니다. 책자를 보게 될 때마다 일상 속에서 청소년 문제를 한 번씩 더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  “학교 밖 청소년” 프로젝트 기사와 스크립트가 담긴 책자 ⓒ미디어눈



시민이 모이다 - 토크콘서트

한국에서 청소년 하면 가장 중요하게 나타나는 단어는 입시가 아닐까 합니다. 성적이라는 숫자로 존재하는 청소년의 목소리를 듣는 것 자체가 희귀한 일인 것 같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은 심지어 숫자로 존재하는 데이터 범위 밖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는 더욱 듣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을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눌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과 청소년 문제에 관심은 없었으나 호기심을 갖고 오신 분들까지 다양한 배경의 시민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미디어눈이 제작한 영상을 상영했습니다. 상영한 후에는 영상에 출연하거나 출연하지 않은 청소년, 조력자를 패널로 앞에 모시고 청중들과 대화를 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참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영상 콘텐츠 상영, 패널과의 대화 그리고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얻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당사자와 비당사자가 만나서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점도 좋았고 미디어눈의 활동에 대한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미디어눈은 이 사회에 사는 시민을 잇는 매개체로 존재합니다. 드러나지 않았던 갈등과 행위자를 드러내어 다양한 갈등의 해소와 갈등 당사자 간의 화해 지점을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콘텐츠를 통한 간접적인 연결도 중요하지만, 토크콘서트를 통한 직접적인 연결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토크콘서트 패널과 대담 시간. 진행자(미디어눈)와 손예진 새빛청소년센터 실장, 김필주 북한 출신 청년 활동가, 윤동주 우리들학교 교장 (왼쪽부터) ⓒ미디어눈  



너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

생업이 바쁘고 자신을 챙기기도 어려워진 시대에 “남의 문제”에 관심을 둔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모두가 “나의 문제”에만 집중한다면 이 사회는 갈등으로 가득 찰 것입니다. 갈등은 사람들 간의 목적의 충돌이라고 합니다. 모든 사람이 각자 다른 이해관계와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같은 사회에서 살아간다면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갈등은 자연스럽고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그대로 방치했을 때는 폭력적인 형태로 발현한다는 점을 조심해야 합니다. 미디어눈은 이런 다양한 갈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갈등을 부정적인 형태가 아닌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려고 노력합니다. 


학교 밖 청소년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처음 단계에서 “학교 밖 청소년”의 인권이 차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습니다. “모든 목소리에 가치가 있다”고 믿는 팀에서도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많은 시민에게 학교 밖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닿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미디어눈이 청소년 이슈에 대해 많이 배우고 변하는 노력을 하는 게 먼저였습니다. 실제로 팀원들이 청소년 이슈에 관심을 갖고 변화하는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사전 지식이 없던 미디어눈이 노력하는 모습도 함께 전달되기를 바랐습니다. 사회 문제와 갈등을 해소하는 주체는 우리 모든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아직은 많은 시민이 미디어눈을 통해 전달되는 목소리를 듣고 있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만난 분들에게 깊은 영향을 드렸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이들이 변화의 구심점이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달하고 점차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인권재단 사람의 지원으로 진행한 학교 밖 청소년 프로젝트는 미디어눈과 시민사회가 함께 청소년 인권 분야에 있어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지원과 활동들이 더욱 활발해져서 이 사회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 토크콘서트가 끝난 후 미디어눈 팀원과 학교 밖 청소년 포스터 ⓒ미디어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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