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7 빈곤철폐의날 행사 후기

정성철
2021-11-04


1017 빈곤철폐의 날은 빈곤과 차별의 문제를 일상에서 마주하며 싸우고 있는 노점상, 철거민, 홈리스, 쪽방주민, 장애인, 노동자, 임차상인들이 모여 각자가 겪고 있는 문제를 넘어서 구조로부터 발생된 빈곤문제의 사회적인 해결을 요구하며 연대하는 날입니다. 올해 1017 빈곤철폐의 날은 <안 보는가 못 보는가? 코로나 시대 가난한 사람들, 방역과 공존 가능한 생존을 요구한다!>라는 슬로건으로 진행했습니다. 지난 몇 년에 걸쳐 퍼레이드를 중심으로 한 투쟁을 전개해왔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거리두기 4단계에 따른 집회금지조치가 계속되어 집회나 퍼레이드를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마이크는 주어지지 않고 재난의 위기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중되는 상황에서 모일 수 없다는 것은 또 다른 재앙이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며 최근 몇 년간 가장 많은 주간 일정을 진행한 것 같습니다.


1017빈곤철폐의날 “못 보는가 안 보는가, 코로나 시대 쫓겨나는 사람들, 방역과 공존 가능한 생존을 요구한다!” 기자회견에서 유령 복장을 한 사람들이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1>1017빈곤철폐의날 “못 보는가 안 보는가, 코로나 시대 쫓겨나는 사람들, 방역과 공존 가능한 생존을 요구한다!” 기자회견에서 유령 복장을 한 사람들이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있다.


재난의 위기가 불평등을 타고 흘렀고, 가난한 사람들이 방역의 예외상태에 내몰렸다는 말은 수사가 아니라 현실입니다. 비방역의 시기 빈곤과 차별 속에 살았던 사람들은, 방역의 시기 ‘최대한 집에 머물라’, ‘아프면 쉬어라’는 새로운 질서에 합류할 수 없었습니다. 재택근무나 유급 휴가가 가능한 사람들이 홈트나 홈바와 같이 집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적응하는 동안, 불안정한 고용 관계에 있는 노동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며 일터에 나가거나 해고당했습니다. 청도대남병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한 것과 장애인거주시설과이나 요양병원 등의 집단밀집시설에서 감염률과 사망률이 지역사회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는 점은 큰 의미를 갖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하고 만들어 가야 할지 논의하는데 초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 고용과 주거 안정이 강조됐지만, 이윤 중심의 개발정책은 철거민들을 계속 집과 가게에서 그리고 생활권에서 더 멀리 쫓아내기 바빴습니다. 임차상인들은 희생을 강요당하며 건물 임대인이 착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점상에게는 별도의 방역지침을 수립한 노력도 없이 단속을 강화하고 과태료를 남발했습니다. 방역이 공공공간에서 홈리스를 퇴거하는 근거로 작동하고, 급식이나 의료와 같은 기본권을 제한하는데 사용됐습니다. 방역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며 불평등한 위기를 마주하며 생존의 조건을 박탈당한 이들이 모이고 목소리 낼 통로마저 차단했습니다.

 “내가 사는 동자동, 내가 살아갈 동자동”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의 흔들림 없는 시행 촉구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공공개발 환영한다”는 글자가 한글자씩 적혀있는 우산을 펼쳐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2> “내가 사는 동자동, 내가 살아갈 동자동”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의 흔들림 없는 시행 촉구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공공개발 환영한다”는 글자가 한글자씩 적혀있는 우산을 펼쳐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과 코로나 이후 우리에게 어떤 세상인지를 이야기하기 위해, 올해 1017 빈곤철폐의 날은 4일 동안 매일 두 개의 일정을 빼곡하게 채웠습니다. 10월 12일, 유령 분장을 하고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 “여기 사람이 있다!”를 외치며 1017 주간선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과 함께 하는 기도회를 공동으로 주최하고, 이튿날 세종시 국토부 앞에 쫓아가 “내가 사는 동자동, 내가 살아갈 동자동”이라는 이름의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의 흔들림 없는 시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습니다. 그리고 기후정의 행동의 날에 참여해 기후위기의 불평등에 대해서 알리고, 개신교에서 처음으로 선포하는 1017 빈곤철폐의 날 기자회견에 함께 했습니다. 1017 빈곤철폐의 날 주간 마지막 날에는 오전 파주에 있는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에 찾아가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 위령제를 지냈습니다.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은 여느 봉안당과는 달리 상시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합동 추모제가 진행되는 날이 일년 중 유일하게 개방되어 동료를 만나 추모할 수 있는 날입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방역을 이유로 개방하지 않았습니다. 대체할 수 있는 공간이 없기에 닫힌 문 앞에서 추모제를 그대로 진행했지만, 먼저 떠난 이들을 뵙지 못한다는 사실에 비통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1017 빈곤철폐의 날 마지막 일정으로 <내가 살아갈 코로나19 이후>라는 제목의 증언대회를 진행했습니다. 장애인, 거리홈리스, 쪽방주민, 주거세입자, 철거민, 노점상인, 노량진수산시장상인이 참여하여 재난의 위기를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 그리고 코로나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기후정의행동의날에 참여한 사람이 “땅값 오른다고 지구하나 살수 있냐 –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가난뱅이 1017 빈곤철폐의 날”이라고 적힌 피켓을 가방에 걸고 있다.

<사진3> 기후정의행동의날에 참여한 사람이 “땅값 오른다고 지구하나 살수 있냐 –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가난뱅이 1017 빈곤철폐의 날”이라고 적힌 피켓을 가방에 걸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 위령제”에 참석한 쪽방 주민이 본행사가 시작되기에 앞서 먼저 떠난 동료들에게 술잔을 올리고 있다.

<사진4>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 위령제”에 참석한 쪽방 주민이 본행사가 시작되기에 앞서 먼저 떠난 동료들에게 술잔을 올리고 있다.


“내가 살아 갈 코로나19 이후 - 불평등한 재난을 살아가는 이들의 증언대회”가 끝난 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연대를 결의하며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5> “내가 살아 갈 코로나19 이후 - 불평등한 재난을 살아가는 이들의 증언대회”가 끝난 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연대를 결의하며 투쟁을 외치고 있다.


*증언대회 내용은 아래 첨부한 자료집 또는 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증언대회 자료집 : http://antipoverty.kr/xe/publish/1268032

▲증언대회 영상 : https://youtu.be/C6kxbpOAM0M


언제보다 많은 일정으로 1017 빈곤철폐의 날을 진행했지만, 집회를 연다면 ‘더 많은 이들이 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텐데’, ‘각자의 삶의 현장으로 돌아간 뒤에도 혼자가 아니라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모든 행사를 온라인 중계로 전했지만 온라인 중계로 보는 것과 직접 참여하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먼 거리에서나마 서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감사한 동시에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1017 빈곤철폐의 날은 끝났지만,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변혁을 위한 싸움은 각자의 현장에서 그리고 또 같이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글 | 정성철(빈곤사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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