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연속 쟁점토론회 : 삶을 위한 평등의 원칙

조혜인
2021-10-20

[2021 인권프로젝트온] 사업수행의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사업보고서 대신 서면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계신 조혜인 님(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 사업을 수행한 단체/연대체를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차별금지법 연속 쟁점토론회>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주요하게 활동하고 있는 7개 단체(인권운동사랑방,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장애여성공감,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가 함께 ‘차별금지법 쟁점토론회TF’를 결성하여 수행한 사업입니다.

 

○ 이번 사업을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는지 알려주세요.

 

2020년, 차별금지법안이 7년 만에 국회에서 발의되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평등법을 제정하라는 의견을 국회에 표명했습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인권시민사회뿐만 아니라 법조계, 학계, 종교계 등을 포함한 각계각층의 입장 발표가 이어졌고, 코로나로 인해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평등권을 실현하고 차별의 구조에 맞서기 위한 법으로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명확하게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차별금지법 연속 쟁점토론회>(이하 <쟁점토론회>)는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의 장을 넓히고 구체화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사회의 주요 차별 이슈들을 통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의 구체적인 쟁점과 의미, 제도의 역할을 살펴보고 평등을 위한 사회적 과제를 함께 찾아가고자 했습니다.

 


○ 사업을 통해 어떤 활동을 진행하셨는지 활동내용을 소개해 주세요.

 

<연속 쟁점토론회> 사업은 총 5번의 토론회와 1번의 토크쇼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4월부터 5월 초까지 “차별금지법 연속 쟁점토론회 <평등을 토론하라>”가 4차례 진행되었습니다.


1차는 ‘서울시장·부산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을 통해 보는 <성희롱과 차별의 구제, 여성노동자의 권리로 정의하기> 토론회였습니다. 서울시장·부산시장 위력성폭력 사건들은 권력관계로 인한 성폭력인 동시에 일터 내 노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사안들이었습니다. 토론회는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개인들 간의 ‘성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차별이자 괴롭힘의 문제라는 점을 살피며, 차별금지법에 괴롭힘과 성희롱을 포함한 넓은 차별 개념이 도입되는 것의 의미를 검토했습니다.

 2차 토론회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결과를 살피며 <차별금지사유로서 ‘성별정체성’이 드러낸 의미>를 논의했습니다. 올해 초 발표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는 한국사회에서 트랜스젠더인 시민, 학생, 노동자들이 수많은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자신의 정체성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 대응하지 못하는 현실을 드러냈습니다. 토론회는 차별금지법에 성별정체성을 명시함으로써 국가가 더 이상 이런 차별 경험을 묵인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는 것이 이러한 현실을 변화시키는 시작일 수 있으며 결국 성별이분법을 허무는 더 많은 논의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전망을 함께 그렸습니다.


3차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건'으로 보는 <복합차별, 차별을 두텁게 보호하고 평등을 재구성하기>토론회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논의를 통해 법률혼과 혈연 중심의 가족 제도가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차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위치의 차별을 발생시키는 구조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살펴보며 이러한 논의가 차별금지법제정운동에서 이야기해온 ‘복합차별’의 문제의식과 어떻게 만나는지, 차별금지법을 포함한 제도와 정책에서 교차적 관점이 실현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논의했습니다.

 4차는 '능력주의와 공정담론'을 다루는 <차별금지법, 능력주의를 넘어>토론회였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이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주면 된다’는 자유주의적인 관점을 넘어 기존의 ‘능력’과 ‘공정’을 재구성하는 운동이 되게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논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5번째 토론회는 한국여성학회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공동주최로 열린 <차별금지법과 함께 전진하는 페미니즘> 긴급토론회로 진행되었습니다. 차별금지법에 ‘성별정체성’이 명시되는 일이 여성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식의 잘못된 담론이 부상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낀 페미니스트 연구-활동가들과 차별금지법 지지의 중심에 있는 여성들이 서로를 만나 ‘지금 당장’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함께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논의하고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긴급토론회에는 500여명이 사전신청을 하고, 당일 23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해 페미니즘과 차별금지법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토론회에서는 509명의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페미니스트 연구-활동가 선언>도 함께 발표되었습니다.

 마지막 행사는 6월 초 <차별금지법 나만 필요해?> 토크쇼로 진행되었습니다. 내가 일상에서 겪은 차별 경험을 SNS나 구글설문지에 올리면, 패널들이 그 사연을 함께 읽으며 이러한 경험들이 차별금지법과 어떻게 만나는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분명 차별이지만 사회에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막막했던 나의 이야기들을 차별금지법은 어떻게 차별로 읽어내는지, 무엇을 해결의 실마리로 제시하는지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의 해설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 이번 사업으로 얻게된 성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쟁점토론회>는 한국사회에 주요하게 등장한 사안을 반차별의 관점에서 해석·검토하고 차별금지법 입법 과정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쟁점들을 사회적으로 의제화한 중요한 자리였습니다. 한국사회가 더 평등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차별금지법을 지지해온 이들이 폭넓게 만나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연속 쟁점토론회>는 모두 유튜브로 중계되었으며, 6차례의 행사에 누적하여 수 백명의 참여자들이 실시간으로 함께 했습니다. 실시간으로 참여하지 못한 사람도 이후에 토론회 내용을 다시 찾아볼 수 있도록 영상과 자료를 남겼으며, 문자통역, 수어통역이 함께 하여 장벽 없는 토론회를 만들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대면 행사를 열지 못하는 아쉬움이 무색하게 다양한 시민들이 온라인을 통해 연속 쟁점토론회에 접속하고 차별금지법을 요구하는 개인의 언어를 함께 벼리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연속 쟁점토론회>는 또한 다양한 반차별 운동들이 함께 만나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과 함께 병행되어야 할 사회적 과제 및 운동의 과제를 확인하고, 반차별 운동 사이의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의 인권시민사회는 차별금지법이 우리 사회의 과제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해왔지만, 각자의 운동과 차별금지법이 어떻게 만나는지 설명하는 구체적인 언어를 만드는 일은 늘 현안에 밀려 이후 과제로만 남아있었습니다. 이번 연속 쟁점토론회는 다양한 분야의 발제, 토론자가 모여 구체적인 반차별 이슈와 차별금지법의 연결지점을 함께 검토함으로써, 서로의 운동이 차별금지법 제정과 연결되는 지점을 찾고 고민을 심화하며 반차별 운동의 연대를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와 시간이 되었습니다. 토론회를 통해 공동의 언어를 쌓은 경험이 현재 한국사회의 성차별 문제,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 공격, 능력주의 담론, 학력차별 등 중요한 반차별 이슈에서 차별금지법이 어떤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배경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또한 토론회를 계기로 고민을 새롭게 나눈 단위들이 이후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국민동의청원 “10만행동”에 중요하게 결합하는 등 반차별 운동 사이의 조직적 연대가 강화되고 차별금지법의 지지세력이 단단하게 넓어지는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 이번 사업이 우리사회에 어떤 의미로 남았으면 하는지 말씀해 주세요.

 

한국사회에서 진행되어온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은 법 제정 이후까지 이어지는 운동입니다.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일상에서의 차별 경험을 어떻게 드러내고 들을 수 있을지, 한국사회 내 차별의 구조를 바꾸기 위한 국가의 책임을 어떻게 함께 요구해나갈지, <쟁점토론회>를 통해 여러 반차별 운동, 다양한 시민들과 함께 확인한 평등과 연대의 공통지반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힘으로 이어지고 법 제정 이후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반차별 운동으로 계속되기를 기대합니다.

 

○ 활동에 대한 소감 / 사업 이후의 활동 방향 / 우리 사회의 과제 등을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차별금지법 연속 쟁점토론회> 이후 6월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10만 국민동의청원’이 성사되었고, 8~9월에는 전국 16개 지역에서 차별금지/평등법의 필요성과 내용을 살피는 ‘전국순회 시민공청회’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2021년 차별금지법이 ‘당위적인 법’을 넘어 ‘나와 구체적으로 연결된 법’으로서 대중적인 힘을 갖게 되는데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2021년 하반기 차별금지/평등법 연내 제정 쟁취를 위한 활동을 계속하며, ‘제도화의 의미를 실현하면서도 제도화에 갇히지 않는 평등’을 요구하는 사회적 힘으로 차별금지법을 만들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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