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의 ‘집’ 사진은 왜 거리로 나왔을까요?

오정민
2021-05-04

우리는 하루 고되게 일을 하고 난 후에는 휴식의 공간을 찾게 됩니다.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편하게 널부러져 있을 수 있는 그런 곳 말이죠. 이런 편안한 쉼의 공간이 집이기를 우리 모두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4월28일 서울 상암SBS프리즘 타워 앞 거리에서 본 이주노동자 기숙사 사진전시회의 집 사진은 쉼과는 너무 멀어 보였어요. 사진전시회의 제목 “Korean Dream 사람사는 숙소? : 이주노동자도 인간다운 숙소에서 살고 싶습니다”는 결코 과장된 제목이 아니었습니다.


“방은 어디 있나요?” 

비닐하우스 숙소 안 사진입니다. 불퉁불퉁한 나무 판자 위에 장판이 깔린 것이 바닥에 있고, 농산품을 포장하는 상자 뿐만 아니라 대형선풍기 등이 쌓여 있어 창고처럼 보이는 사진입니다.

>> 비닐하우스 안에 만들어진 이주노동자의 숙소. 방이라고 할 수 있을 공간을 찾을 수 없다.  (제공: 익명의 제보자)


전시된 사진을 두 장 같이 볼게요. 우선, 비닐하우스 숙소 안의 모습입니다. 이번 전시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이 사진을 보았다면 ‘기숙사’, ‘집’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농촌의 임시 저장용 창고인 ‘농막’이라 말해도 저는 의심하지 않고 믿었을 겁니다. 하루 10시간 이상 한 달에 28일, 29일씩 일하는데 이런 곳에서 자고 생활한다면 몸이 아플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화재 위험에 상시 노출된 숙소”

여러 개의 전선이 거미줄처럼 얽혀져 비닐하우스 안 벽면에 걸려저 있는 걸 찍은 사진입니다.

>> 화재 위험에 상시 노출된 숙소의 사진. (제공: 지구인의정류장)


비닐하우스, 천막 등으로 대충 만들어진 숙소가 안전할리가 없습니다. 사진처럼 인화성이 강한 전깃줄이 마구잡이로 걸려 있어 화재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지난 3월18일에 광주광역시에서 이주노동자 18명이 묶던 가건물 숙소에 커다란 불이 나서 모두 타버린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농촌 이주노동자의 70%가 비닐하우스 같은 숙소에 살고 있다고 하니, 정말 많은 이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죠.


착잡한 마음에 사진을 보다 보면 '이주노동자들이 어떻게 이런 숙소에서 살게 되었을까?'라는 고민이 들기도 합니다. 고용주가 이주노동자들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숙소를 제공해야 하고, 그 숙소는 마땅히 갖춰져야 할 것들이 있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규정대로 숙소가 만들어져 있는지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습니다. 인권활동가들은 이주노동자들이 고용주의 허락이 없으면 직장을 옮길 수 없게 만들어진 ‘고용허가제’도 주요 요인이라고 오랫 동안 지적해왔습니다. 고용주의 말에 ‘복종’할 수밖에 없는 일방적인 관계가 만들어져 있어 숙소 개선 요구도, 더나은 직장으로 옮기 것도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시회는 이런 상황을 더 많이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진행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진전시회에서는 이 사진들을 포함하여 20여 개의 사진을 더 볼 수 있습니다. 한 장 한 장 앞에 오래 머물게 되는 사진들입니다. 4월14일부터 시작된 사진전시회는 5월 12일(수) 동대문DDP서편 광장, 5월 26일(수)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오전 11~14시까지 진행하고 마무리 되는데요, 근처에서 약속이 있거나 지나갈 일이 있다면 한 번 들러보시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맞지 않아 아쉬워하는 분들에게는 온라인 사진전을 추천합니다. 


인권버스는 농촌 지역 이주노동자와 함께 잘못을 바로 잡습니다.

트레일러 차 위에 있는 스크린 화면에서 다큐영화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가 상영되고 있고, 그 화면을 두 명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트레일러에는 '이주노동자도 인간다운 숙소에서 살고 싶습니다' '이주노동자 기숙사 사진전'이란 현수막이 붙어 있습니다.  >> 사진전시회와 함께 다큐영화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가 함께 상영되고 있습니다.


거리 사진전 한 편에서는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다큐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다큐영화는 농촌 이주노동자의 숙소 모습 뿐만 아니라 국내 이주노동자들이 어째서 이렇게 참혹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담아내고 있는데요. 이 영화에서는 농촌 지역의 이주노동자와 동행하며 임금을 체불한 사용주에 함께 맞서온 지구인의정류장 김이찬 대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다큐영화를 보면 인권버스가 어떤 활동을 하게 될지도 조금은 짐작해볼 수도 있으실 겁니다. (다큐영화는 여기서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인권버스’가 하는 활동 중에는 농촌 지역의 숙소 환경을 확인하는 활동도 있습니다. 열악한 숙소가 확인되면 그 자리에서 사업주에게 문제도 제기하고, 관련 정부 부서를 찾아도 갑니다. 이런 과정에서 활동가들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무엇이 잘못되었고, 이 잘못을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는지 안내도 합니다. 이때 설명을 들은 이주노동자들이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바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설명을 듣고 지구인의정류장 연락처를 메모해두었다 며칠이 지나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찾아가는 인권버스’ 캠페인은 농촌 지역에 고립된 이주노동자들을 찾아가 함께 ‘이게 사람 사는 집이야? 이주노동자도 사람이다!’라고 외치는 활동을 지원합니다. 노동법률 상담, 기초 의약품 키트를 전달하는 활동을 지원합니다. 지금 캠페인에 후원으로 참여주세요.


>> 인권버스 후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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