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이주민의 목소리를 들어라!

우삼열
2021-04-26


3월 21일은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이다. UN은 인종차별을 반인류적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1965년 최초의 국제인권협약으로 “인종차별철폐협약”을 채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8년 이 협약에 가입하고 그 다음해에 국회 비준을 함으로써 정식 협약 당사국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2년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인종차별을 범죄로 규정하도록 법률을 제정할 것을 우리 정부에 권고했으며, 행위의 정도에 비례하여 처벌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권고가 UN으로부터 나왔으나, 우리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검은옷을 입은 이주민이 핸드폰을 보며 무대 중앙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년 3월 21일을 맞이하며 이주인권 단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야외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조건을 극복하고 실내행사와 온라인 생중계 방식의 진행을 통해 인종차별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임을 알렸다. 행사 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방송 시스템을 지원받아 인터넷 생중계를 할 수 있었고, 각 분야의 이주민들이 직접 참석하여 자신의 목소리로 당당하게 인종차별의 문제를 알렸다. 또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시급하며, 국회와 정치권의 각성과 책임있는 법률 제정을 촉구하였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의 문제점과 민간인 학살이 계속되고 있는 비참한 현실을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알리는 시간을 가졌으며, 동시에 이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인종차별의 현실을 폭로하였다. 

무대위 공연을 관객석의 참여자가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본 행사인 토론회에서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활동을 소개하고 법률 제정 운동의 지난한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참석자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논의가 진행되었다. 정혜실 공동대표는 차별 철폐가 결코 실현불가능한 일이 아니며 모두의 의지를 모아 연대해 나갈 때 분명히 이루어질 것임을 강조했다. 또한 이현서 변호사는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제시하며 차별의 폭력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진단했고, 이주민 당사자와 시민사회의 연대를 통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필요함을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지혜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차별과 혐오가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차별에 대한 대응이 더욱 절실함을 강조했다. ‘예롱’ 작가(고예성)는 우리사회의 성장에 걸맞는 시민의식이 아쉽다는 점을 지적하였고, 많은 이들이 자신의 행위가 차별과 혐오에 해당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규범이 마련되어야 하며, 미디어와 인터넷, 방송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원옥금 대표는 ‘불법체류’라는 용어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며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반드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대위 토론회 좌석에 5명이 앉아있고 발제자 중 한명이 발언중이다


이번 토론회 말미에 행사 참가자 일동 명의로 선언문을 낭독하였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이 선언문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주민들이 생활하고 있으며,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사회적 폭력이 더욱 심화될 것임을 경고하였다. 그리고 국회가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며, 이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증명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에서 이주민들과 인권단체들은 강한 의지와 연대의 정신으로 기념대회와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인권재단 사람>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은 사업 추진의 중요한 동기부여가 되었고, 활동가들이 열정을 다해 실무 진행을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앞으로도 차별 철폐를 위한 다양한 협력과 활동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행사에 참여하신 모든 이주민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2021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 및 토론회 생중계 영상  https://youtu.be/l0gdGjporVE

행사자료집  http://mtu.or.kr/bbs/board.php?bo_table=4003&wr_id=1 


우삼열(아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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