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코로나19와 스무번째 홈리스추모제

박사라
2021-01-20

2020년 동짓날에도 홈리스추모제는 어김없이 진행되었습니다. 벌써 스무번째입니다. 2002년부터 매년 진행된 홈리

스추모제는 비적정 거처에서 삶을 마감한 당사자를 추모하며, 이러한 죽음을 방치하는 사회의 문제를 고발하며 홈

리스 권리보장을 위해 당사자들과 함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요구를 모아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속에서 홈리스의 인권과 복지는 더욱 후퇴되었습니다. 마스크 한 장에

기대 24시간 감염위험 속에 노출되어 살고 있는 거리홈리스는 여전히 존재하고, 모두 멈추고 집에 있어야 하는 시

기 발빠르게 개발을 준비하는 양동쪽방 상황으로 주민의 불안감이 지속되었습니다. 게다가 서울시에서는 느닷없이

노숙인 일자리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가, 혼쭐이 나서 다시 철회하기도 하였습니다. 


먹는 문제는 더욱 심각했습니다. 대부분 무료급식이 중단되고, 줄어든 상태에서 서울시에서조차 전자식 회원증을 발급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코로나 이전부터 합법적 급식소가 아닌지라 부실한 급식을 이어왔는데 여기에 더해 회원증으로 인해 밥 한끼조차 먹지 못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된 공공병원이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이 됨에 따라 홈리스 의료공백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코로나19라는 팬데믹보다 더한 홈리스 인권의 민낯을 드러내고, 이를 개선하기 위

한 구체적인 활동을 전개하였습니다. 또한 홈리스추모주간을 선포하여, 홈리스 사망자 추모를 위한 활동과 주거팀,

추모팀, 인권팀, 문화제 팀을 꾸려 홈리스의 당면 문제를 해결, 열악한 복지지원의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에 따른 ’노숙인 등‘ 의료 공백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관련 보도자료 : https://bit.ly/3g1RU6E)


△ 홈리스 기억의 계단 모습


12/14~12/21 동안 서울역 광장 계단에 <홈리스 기억의 계단>을 설치, <라맴버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이는 홈리스 추모를 위한 것으로서 2020년 홈리스 사망자들의 영정(저마다의 삶의 이야기가 있음을 상징하는 책과 장미)을 모셨으며, 추모 글귀를 받는 활동을 했습니다.


△ 온라인 토론회 모습


12월17일에는 서울시복지재단에서 진행한 <조세행정의 관점에서 본 명의범죄의 현황과 개선과제> 온라인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명의범죄에서 홈리스 당사자는 대부분 피해자이며, 각종 행정적·사법적 구제수단이 존재하지만 형식적 요건과 실질적 판단기준은 여전히 불평등하므로 이를 개선해야 함을 논의했습니다. 


2020 홈리스추모제 ‘동료를 위한 동료의 추모’ (온라인 중계)


홈리스추모주간의 마지막 날인 12월 21일 동짓날, 2020 홈리스추모문화제 사전마당 사업이 서울역에서 그리고 추

모문화제는 참여연대에서 각 현장으로 온라인 중계가 진행되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상황에서 홈리스의

안전을 담보하고 추모할 수 있는 기획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사전마당은 기존 홈리스 당사자가 참여하는 방식(법

률상담, 사진관, 놀이마당 등)을 제외하고 홈리스기억의 계단 외 홈리스인권10대뉴스와 같은 글과 코로나19 홈리스

생존과 공존이라는 주제로 만든 모형물을 전시하는 형태로 진행하였습니다.


물론 매년 해오던 홈리스추모제였기 때문에 참여활동과 팥죽나눔은 없었지만, 홈리스 분들도 때가 때이니만큼 코로

나에 맞춘 추모제 형식을 이해하시고 전시물을 보시며 자리를 지켜주셨습니다.


△  홈리스추모문화제 사전마당 전시물 모습. (관련 보도자료 :https://bit.ly/3asECiN)


팥죽 대신, 동지(冬至)나기 선물꾸러미


이제까지 동짓날이면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 위해 따뜻한 팥죽 한그릇을 나누고 추모제를 진행하였

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벗는 것도, 여럿이 취식을 하는 것도 감염 우려가 되어 할 수 없

었습니다. 그래서 방식을 바꾸어 팥죽 대신 팥찹쌀떡으로, 필요한 마스크와 핫팩과 간단한 간식을 담은 선물꾸러미

를 준비해 주로 만나지 않았던 지역의 거리홈리스를 만나 전해드렸습니다. 동시에 홈리스추모제를 알리고, 새해 소

망과 추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작은 선물에 고마워하시고 동시에 홈리스 상태를 벗어나고픈 소박한 바

람과 거리에서 알게 된 이름모를 동료들의 죽음에 안타까워하는 심정을 나눌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렇

게 만난 분들의 이야기는 영상으로 담아 추모제 당일 실시간으로 상영하였습니다.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홈리스추모제


예년처럼 현장에서 진행되는 추모문화제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온라인 추모제로 진행했습니다. 동시에 미디어매

체를 활용하기 어려운 조건에 놓인 홈리스가 추모제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서울역과 용산역 그리고 동자동 새꿈공원

에서 자유롭게 오가며 보실 수 있도록 실시간 중계를 준비하고, 헌화하실 수 있도록 작은 분향소를 마련했습니다.

이제까지와 다르게 일방적으로 보여지는 추모제 형식이라 동료에 대한 추모하는 마음과 그 내용이 잘 전달될 수 있

도록 하는데 신경을 썼습니다.


 이를 위해 문자와 수어통역을 두어 보다 다방면적으로 추모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공연들이 이어졌습니다. 이어 용산역 텐트촌 주민과 거리홈리스, 양동과 동

자동 쪽방 주민이 전하는 동료를 위한 추모발언과 서울 각지에 흩어져있는 거리홈리스들이 전하는 떠나간 이들을

추모하는 말과 소망을 한마디들이 영상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친구들이여 좋은 데 가서 영영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나도 이렇게 돌아다니니까 힘든게 사실이고, 거리에서 아무도 모르게 죽는게 너무 불쌍하지만.. 부디 좋은 나라로 가서 살기를 바라네. (홈리스1)

우선 숙식이 해결되면 좋겠고 일자리 구할 때까지 생활할 수 있는 돈이 있었으면 좀 좋겠지요. (홈리스2)

노숙인이라고 사람들이 깔보고 얕보고 하는 그런 것 좀 안했으면 좋겠어요. (홈리스3)

좀 인간답게 차별 안받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고. (홈리스4)


비록 온라인이지만 각 현장 추모제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소통하여 참여하는 마음을 모으고 싶었으나 여건상 할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아쉬움은 다음 홈리스추모제를 준비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다소 낯선 느낌은 있었지만 홈

리스당사자들도 온라인으로 참여한 시민들도 코로나 시기 더 힘들었던 홈리스의 죽음을 추모하며, 다시는 이런 죽

음들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통했을 것입니다. 부디 스물한번째 홈리스추모제는 따뜻한 팥죽 한 그릇을

먹으며, 노래와 추모의 이야기를 마음껏 나눌 수 있는 추모제이길 바래봅니다.



>> 홈리스추모제 영상 보러가기


글 | 박사라 (홈리스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