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혼자-함께 이어지는 우리의 목소리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활동가 일동
2021-01-11


2020년에도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은 찾아왔습니다. 트랜스젠더 혐오범죄로 살해당한 트랜스여성 리타 헤스터를 기리기 위해 시작된 이 날. 그 후로 매년 11월 20일이면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행사가 전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또한 매년 11월 20일이면 이 날을 기억하기 위해 2016년부터 TDOR(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 촛불문화제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유례 없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이전과 같은 형식의 행사는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날을 위한 오프라인 공간은 꼭 마련해야 한다는 활동가들의 의지가 있었기에, 이번에는 참여 인원을 제한하는 전시 형식으로 TDOR 촛불문화제 <혼자-함께 이어지는 우리의 목소리>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 2020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맞이 행사 포스터 


다행히도 마침 행사가 진행되는 11월 19일부터 22일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낮춰졌습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진행하는 형식의 행사였기에, 행여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될까 마음을 졸이기도 하고, 방역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도 몇 번이나 우왕좌왕했고요.


북촌 근처의 한 공간을 빌리고, 휴대용 태블릿을 대여해서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발언과 연대 단체에서 보내주신 응원의 메세지, 그리고 멋진 공연 영상들을 태블릿에 담았습니다. 올해의 컨셉은 ‘꽃밭 속의 추모’였습니다. 비록 추모의 날이지만, 마냥 슬프고 좌절에만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연대를 통해 삶에 대한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그런 편안한 공간이 되기를 바랬습니다. 그렇게 행사장 내부를 트랜스젠더를 상징하는 깃발의 색깔인 분홍, 하늘, 흰색의 꽃으로 장식했고, 행사장을 들러주신 분들이 트랜스젠더 당사자와 지지자를 위한 응원의 메세지를 남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 2020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촛불문화제 일부 모습


“이러한 공간을 준비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한 참가자분이 해 주신 말씀이 가슴에 남습니다. 가까운 사람들도 쉽사리 만나기 힘든 요즈음,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지지를 얻어갈 수 있는 공간은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음을 느꼈습니다.

 

이번 행사는 활동가들의 노력으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에 함께하고자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신 익명의 트랜스젠더 당사자 분들,

연대의 마음을 담아 영상으로 지지 발언에 함께해주신 여러 단체들,

멋진 공연 영상을 보내주신 공연자분들,

TDOR 촛불문화제 현장에 찾아와 우리의 연결되는 목소리들을 들어주셨던 방문자분들,

마음으로 또 후원으로 지지와 연대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이 함께해주셔서

저희는 어려운 시기에도 무사히 행사를 잘 치를 수 있었습니다.


△   트랜스젠더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세지


코로나 시대,

지금은 혼자 떨어져 있더라도

우리의 목소리는, 우리의 존재는 서로 이어져 있다는걸 항상 기억하며

동시에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안녕을 기원해봅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촛불문화제를 찾아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글 |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활동가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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