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UP]이주노동자의 건강을 지킨다는 건

김이찬
2020-12-28

  상근활동가 2명 이하의 작은 단체인 지구인의 정류장은 2012년부터 2018년 까지 이주노동자(특히 농업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노동 상담과 제도적 권리구제 활동, 인권침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집단적 목소리의 형성지원(‘고장난 노동부의 계산기’ 캠페인,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캠페인, 이주노동자 ‘투투버스’ 활동), 여·남 노동자 쉼터운영, 자조적 커뮤니티의 형성 및 활동지원(크메르노동권협회)을 해오고 있었다. 즉, 주로 ‘노동권, 주거권, 여성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집중하고, ‘건강권’에 대한 적극적 대응은 거의 못하였다.  


  우리단체는 매년 200 ~ 300여명의 새로운 이주노동자들과 대면 관계를 맺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과도한 노동시간과 기초정보의 부족, 인근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부족 등으로 의료지원을 받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 중 50% 이상의 농업노동자들은 아예 건강보험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2019년 7월 20일, 건강보험공단은 갑자기 직장건강보험이 없는 모든 외국인에 대한 ‘지역건강보험 강제가입’ 조치를 시행했으나 부과된 건강보험료는 유사한 생활조건의 한국인 가입자의 금액보다 2~3 배의 금액을 부과했다). 그래서 많은 노동자들이 질병이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의 전문의에게 진찰이나 진단 없이, 그저 이마에 파스를 붙이거나 고향에서 보내온 약 등 민간요법으로 당장의 증세만 완화시키며 견디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해 우리 단체도 이렇다 할 공공적 대안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지원을 요청한 노동자들 중 아주 특별한 중증질환이 확인된 경우에만 급히 수소문하여 인근 의료기관의 지원을 부분적으로 받는 방식으로 대응하던 차에 작년부터 인권재단 사람에서 지원하는 이주노동자 건강지원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고, 올해도 지속해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인권재단사람>의 이주노동자 건강지원 사업은(잠재적으로, 혹은 실제로) 질병에 시달리는 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사회의 의료시스템과 건강권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실질적 도움을 주는데 큰 힘이 되었다. 

  본 사업 1년차인 작년에는 희망자에 한해 종합건강검진을 실시했었으나 올해는 치과검진을 받고 싶다는 노동자들이 많아 14명의 희망자가 4월부터 11월까지 구강검진 및 진료에 참여하였다. 이를 통해 자신의 구강상태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게 되었고, 그 중 추가진료 및 치료, 응급조치가 필요했던 노동자들이 적절한 조치를 받았으며, 그와 별도로 여성병원 진료 및 치료에 47명이 참가하였다. 

 

△ 치과진료를 받는 모습


  위 진료 및 치료에 참여한 121명의 노동자들은 상세한 진료과정을 통해 의료상식을 자연스레 습득하고, 교육을 통해 자신의 몸 상태와 노동, 주거 환경, 한국의 의료시스템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갖게 되었으며, 이후 건강문제 관련 대응 방식에 대한 판단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올해는 신종 코로나19의 상황이 심각하여 사업 운영에 많은 차질이 빚어졌는데, 기업과 농장의 사용자가 감염의 위험을 이유로 노동자들의 외출을 강제로 제한하여 사업 참여자가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이 사업에 우리단체는 1명의 다른 역할을 가진 상임활동가(김이찬)와 1명의 다른 역할을 가진 상근활동가(정은주), 본 사업 자원활동가(박영주, 우춘희)가 참여하였다. 여러 차례의 만남으로 진료와 교육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안산지역 노동자들의 아니라 경기 남부, 경남 밀양 등지의 농촌지역에서 건강에 우려를 느끼던 노동자들이 신종 코로나19의 상황 속에서도 어렵게 휴가를 받아 2~4시간의 긴 여행을 통해 찾아온 것이었다. 병원에 처음 와 본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이에 따라 활동가들의 좀 더 섬세한 안내가 필요했다. ‘사전 안내/길 안내/접수/진료 과정/향후조치에 대한 통역과 설명’ 이 중요했으며, 이 과정에서 현지 활동을 1년 여간 해온 우춘희 자원활동가의 통역이 큰 힘이 되었다.           

  

  평소 ‘두통, 근육통, 인후통, 복통, 치통, 구토, 불면, 가려움, 무기력’ 등으로 병원진료를 요청했던 많은 노동자들이, 특별히 추가 치료를 요하는 질병으로 진단되지 않고, ‘과도한 노동, 일시적 긴장, 정신적 긴장, 영양부족, 일시적 혈압변화’ 등 일상에서 스스로 관리가능하다는 답을 얻었을 때, 안도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진료과정에서 참여자의 열악한 주거환경, 위험한 작업환경, 과도한 노동시간 등이 질병을 유발할 수 있음을 추정할 수 있으나 이는 ‘의료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는 현행 정부정책의 문제이기 때문에 개별노동자는 단순히 ‘위험을 긴급회피’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해법이 없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주노동자 도입제도에 관한 ‘제도개선’,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 및 주거환경’에 관한 조치의 신설 없이, 이주노동자의 건강권이 보장되기는 힘들겠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글 | 김이찬 대표(지구인의 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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