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온]"나는 배달 노동자입니다 " 배달라이더 구술 기록사

구교현
2020-12-23

‘플랫폼노동’은 현재 노동인권 문제의 가장 뜨거운 이슈입니다. 기술발전과 노동시장의 빠른 변화 속에서 플랫폼노동자는 기업의 횡포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극단적인 불안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플랫폼노동자들은 오로지 플랫폼을 통해서만 일거리를 받을 수 있는 상태, 즉 플랫폼에 완전히 종속된 채로 일하고 있으나 법적으로 사업자 신분이라 노동법상 권리(최저임금, 4대보험, 휴게시간, 연차, 퇴직금 등)로부터 완전히 배제되어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한 ‘혁신적’ 노동통제도 문제입니다. 노동자들은 어떤 알고리즘을 통해 자신에게 일감이 배정되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기업은 일감배정의 우선순위를 임의로 조작하면서 노동자를 통제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성을 가진 사람들이 중층화되어 있어 누구에게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모호한 것도 문제입니다.


우리사회에서 플랫폼노동문제는 단편적인 사건이나 실태조사 수준으로 다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우리는 구술기록을 통해 ‘혁신’에 대한 대중의 깊은 믿음에 의문을 던지고, 기존의 노동법으로 포괄하지 못하는 복잡한 현실을 드러낼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두 달간 기록사업의 방향과 인터뷰이 선정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플랫폼노동과 배달노동의 현황에 대해 기존 자료들을 살피고 기록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를 논의했습니다. 우리는 배달노동에서 핵심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안 (노동자성 문제, 사고와 산재보험 문제, 플랫폼사의 무책임성 등)과 그동안 조명되지 않은 이슈 (청소년라이더가 겪는 갑질피해, AI알고리즘의 문제, 여성라이더가 겪는 현실 등)를 기록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업의 취지에 공감하는 라이더,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라이더, 배달의 두 형태인 직영과 가맹에서 일하는 라이더, 삶의 궤적이 다양한 라이더 등을 섭외한다는 기준을 정했습니다.


인터뷰이가 확정된 이후 작가들은 각 인터뷰이를 2~3차례 만나며 기록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사실 이 과정은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먼저 코로나로 대면접촉이 쉽지 않은 상황도 있었고, 배달라이더 입장에선 콜이 많이 나오는 상황이라 근무로 인해 시간을 내기 어렵기도 했습니다. 어떤 경우엔 피드백을 받기 위해 인터뷰이에게 연락했더니 라이더가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사고는 라이더들에게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작업 일정이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업계의 특성을 파악해야 하는 부분에선 내용 확인을 위해 여러 차례 검토를 거치기도 했습니다.


오마이뉴스 메인에 배치된 기사 사진이다. 기사에는 "쾅, 오토바이 사고에도 배달 음식 먼저 챙긴 10대 건우"라고 적혀있따.

  오마이뉴스 메인에 배치된 기사


첫 초고가 나온 이후 오마이뉴스에 연재 기고를 제안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제안을 흔쾌히 수용했고, 기사를 메인에 배치하는 것으로 내부에서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연재는 10월 ~ 12월 초까지 두 달에 걸쳐 진행됐고, 인터뷰이 1명당 기사는 2~3편으로 나눠 게재됐습니다. 기사는 총 13편으로, 각 기사는 최대 15,000회까지 조회수가 나왓고, SNS를 타고 많은 시민들에게 전파됐습니다.


기사들 중 인상적인 제목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쾅" 오토바이 사고에도 배달 음식 먼저 챙긴 10대 건우> <33살 꽃게잡이 배를 탔다, 같이 탔던 선원이 죽었다> <"배민이 AI 쓰면 뭐하나, 욕은 라이더가 다 먹는다"> <"늘 버스에 치이는 꿈을 꿔요"> <한때 전국에 4명... 여성 라이더는 차별에 시달린다> <라이더 2명 중 1명 "사고 경험"... 산재 처리는 2.6%> <건당 배달료, 9년간 겨우 200원 올라... "이러니 빨리 달릴 수밖에">


라이더들은 작가들에게 이런 얘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달노동현장에서 겪은 차별과 부당함을 말하겠다” “플랫폼사의 일방적인 근무시간 제한으로 생계를 위해 수 백만원을 투자해 일하던 나는 깊은 우울증에 빠졌다. 고통받던 내 손을 잡아 준 곳은 노동조합이었다”, “배달1위 기업 배민이 처음부터 라이더들을 어떻게 대하고 노동조건은 또 얼마나 수없이 바꿔왔는지 그 역사를 말하겠다” “라이더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노동자의 고충, 다쳐본 사람으로서 산재보험이 왜 중요한지를 말하겠다”


오마이뉴스 시리즈 ‘나는 배달노동자다’ 보러가기


사업의 진행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온라인 기사에 대한 댓글 반응이었습니다. ‘편리함이 누군가의 생명에 위험을 주는 건 안된다, 한사람 한사람 배달보다는 직접 사먹거나 너무 급박하게 빠른 배달을 광고하는 업체도 문제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교통신호나 잘 지켜라, 배달하는게 무슨 자랑이라고 이러냐’는 반응도 여전했습니다. 물론 험하게 운전하는 배달라이더들이 여전히 많고, 배달노동에 대한 혐오의식이 반영된 탓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 사업은 노동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이런 반응이 확인된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플랫폼노동의 확산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다수의 노동이 플랫폼노동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더욱 깊이 있게, 인권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야 할 때 입니다. 우리는 이번 사업을 통해 배달노동에 대한 최초의 구술기록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또 다른 기획을 통해 플랫폼노동, 배달라이더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최종적으로는 한 권의 책을 출판하는 것을 목표로 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작업은 플랫폼노동의 인권침해를 구체화하고,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알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을 통한 노동 통제의 실체 등을 드러내는 과정이 될 것이며, 비정규직 – 특수고용 - 플랫폼으로 이어져 온 노동의 불안정화 역사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인권재단사람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글 | 구교현 (플랫폼노동자 구술기록 사업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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