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온]여성 성소수자 마음치유 프로젝트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은희
2020-12-22

우리 사회의 많은 여성 성소수자들은 다양한 차별과 편견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간의 노력과 분투 덕분에 예전보다는 상당히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지만, 일상 곳곳에 스며있는 혐오적인 시선들에는 여전히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여성이자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으로 인해 이중의 억압을 받으며 사회와 주변으로부터 점차 고립되어 적절한 도움과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상황인데요.

이에 한국레즈비언상담소에서는 올해 인권재단사람의 지원을 통해 여성 성소수자 마음치유 프로젝트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를 진행하여 지지자원이 부족한 여성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지지망을 만들고 자신의 성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낼 수 있도록 돕고자 했습니다. 


기획팀 꾸리기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프로젝트는 1부 ‘서로의 지지자 되기’와 2부 ‘커밍아웃 워크숍’으로 나누어 총 10회에 걸쳐 진행하였습니다. 워크숍을 시작하기에 앞서 자원활동가를 모집하여 기획팀을 꾸리고, 자료 수집과 토론, 시연을 통해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역량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에 대해 논의하며, 실제 프로그램 진행에 필요한 워크시트 및 자료를 제작하는 등 참여자들의 첫 번째 지지자로서 맞이할 준비를 하나씩 해나갔는데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생기기도 하고, 애초 계획했던 회의 일정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던 지라 스태프들 모두가 피곤하고 지칠 법도 한데 끝까지 열정적으로 함께 해주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가장 큰 힘이 되었답니다.


1부 ‘서로의 지지자 되기’


올여름 진행된 1부 ‘서로의 지지자 되기’는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자기 자신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곁의 사람들에게 좋은 지지자가 되기 위한 연습을 해보는 프로그램들로 구성했습니다. 약 10명의 참여자가 프로그램에 함께 해주었고요.

1회차에는 각자가 원하는 키워드 3가지를 선정하여 자신을 소개하고, ‘성정체성에 대한 바로알기’ 질문을 통해 사회적 편견과 차별적 시선에 대한 각자의 고민과 경험담을 공유하며 서로에 대해 천천히 알아가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낯선 사람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인지라 어색하고 긴장된 부분도 있었지만, 서로에 대한 반가움과 앞으로 진행될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나누며 산뜻한 출발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2회차에는 ‘가치성장카드’를 활용하여 각자가 필요한 지지자에 대해, 자신은 타인에게 어떠한 지지자가 되어줄 수 있는지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또한, 아이컨택 교감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수용해보는 연습을 해보기도 하고, 자신의 관계망에 대해 탐색하고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야 했던지라 시간이 좀 더 충분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3회차에는 명상 전문강사를 초빙하여 기본적인 명상의 원리와 간단한 명상법에 대해 익힌 후, 현재 자신의 감정과 정서 상태를 차분히 되돌아보며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더불어 여성 성소수자로서의 삶에 대한 각자의 고민들을 나누며 각자의 일상 속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돌볼 수 있는 간단한 피드백도 받아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4회차에는 비폭력대화 전문강사를 초빙하여 기본적인 비폭력대화 방법에 대해 배우고 연습해보는 과정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욕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표현해볼 수 있었습니다. 보다 실습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어 여성 성소수자로서 겪게 되는 갈등 상황에 대한 실제적인 대처법을 배우며 비폭력대화에 대한 이해를 더욱 넓혀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5회차에는 타로 전문강사를 초빙하여 마더피스 타로를 활용해 자신의 감정을 바라보고 각자가 필요한 지지자원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앞선 활동들과 중복된 내용이기는 했지만, 타로라는 새로운 매개를 통해 서로에게 좀 더 다가가 내적으로 친밀해질 기회가 되어주었습니다.

6회차에는 자신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지지적 관계망이 이루어진 미래의 어떤 하루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상해보고 ‘미래의 하루 일기’를 작성해보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끝으로, 그동안 참여했던 프로그램을 통해 달라진 점이나 느낀 점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고, 앞으로 서로의 지지적 관계를 응원하며 참여자들 간에도 사후모임을 통해 지속적인 만남을 기약해보며 1부 프로그램이 마무리되었습니다.


2부 ‘커밍아웃 워크숍’


2부 ‘커밍아웃 워크숍’이란 커밍아웃이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자신이 커밍아웃을 하고 싶은지,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하고 싶은지 깊이 있게 탐색하고 연습해보는 프로그램입니다. 올가을 진행하여, 약 10명의 참여자가 프로그램에 함께 해주었습니다. 

1회차에는 1부와 마찬가지로 키워드로 자기소개를 하며 각자가 프로그램에 참여한 계기나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에 대해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직은 낯설고 어색한 얼굴들인지라 입을 떼기 쉽지 않았지만, 이후 ‘나의 퀴어 라이프’ 소개나 ‘감정 리스트 체크’, ‘커밍아웃 좌표 그리기’ 등 본격적인 조별 활동이 진행되고부터는 어디에서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고민들을 나누느라 한동안 장내가 떠들썩하기도 했습니다.

2회차에는 몸풀기 Q&A 활동지를 통해 자신도 미처 몰랐던 내면화된 호모포비아에 대한 사례를 공유하고 각자의 경험담을 나눠보는 활동을 했습니다. 이후 움직임 워크숍 전문강사를 초빙하여 신체적인 활동을 통해 포비아의 편견으로부터 위축되고 긴장된 마음을 이완시키고, 몸 안에 저장된 두려움의 감각을 깨우며 좀더 자유롭게 커밍아웃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3회차에는 커밍아웃 경험이 많은 게스트 두 분(김규진, 하바라)을 초청하여 각자의 커밍아웃 경험담과 전략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토크쇼를 진행했습니다. 1. 자기소개, 2. 커밍아웃(아웃팅, 오픈리-벽장, 직장, 가족, 커밍아웃 팁), 3. 결혼, 공동체 이야기 4. 질의응답, 위와 같이 총 4파트로 나누어 현실적이고도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4회차에는 역할극 전문강사를 초빙하여 자기 자신, 커밍아웃 대상, 커밍아웃 도우미 등 3가지 역할을 번갈아 가며 체험해보는 즉흥 역할극을 통해 커밍아웃 경험치를 늘리고 실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마음의 준비와 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번외로 1차 때 체크한 ‘커밍아웃 질문지’를 다시 한번 체크한 후 달라진 점이 있는지 확인해본 후, 그동안 참여했던 프로그램에 대한 소감을 나누며 마지막 수료식을 진행하였습니다. 

약 9개월에 걸친 대장정이 모두 마무리되었는데요. 한 번의 워크숍만으로 아주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막연한 두려움을 깨고 커밍아웃에 대한 자신감과 용기가 조금이라도 생겼다면, 그래서 자신을 좀더 긍정하고 사랑할 계기가 되었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여성 성소수자들이 차별과 편견에서 벗어나 마음껏 작당할 수 있는 든든한 안전기지가 되어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이 활동을 가능하게 만들어주신 인권재단사람의 지원과 스태프들의 노고, 참여자들의 열정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글 | 은희 (한국레즈비언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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