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의 주거권을 상상하며

김민수
2020-12-22


장소의 개념으로서 주거


성소수자의 주거권을 옹호하고 주거 안정을 논하기 위해서는 주거가 우리의 삶에서 가지는 의미를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즉, 주거가 가지는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등의 의미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주거가 인간 삶에 미치는 다양한 긍정/부정의 효과들을 질문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래서 ‘성소수자 주거권 네트워크’는 세미나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주제로 ‘장소’의 의미를 탐색하는 것에 할애했다. 

 첫 세미나와 두 번째 세미나는 2020년 5월 28일(목), 6월 4일(목) 오후 7시에 ‘성공회 용산나눔의집’에서 김민수 전 도시연대 연구원의 강의로 진행되었으며, 약 15명의 사람들이 강의를 듣기 위해 참석을 했다. 김민수 연구원은 장소의 개념부터 장소가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방식과 여기에 영향을 주는 권력과 행위 등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이를 통해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취약층에게 주거와 주거권이 갖는 의미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차원을 가로지르며 짚어갔다.


낙원동을 통해서 본 게이 장소의 의미


 3회차 세미나는 2020년 6월 11일(목) 오후 7시 성공회 용산나눔의집에서 김대현 ‘친구사이’ 소식지 팀장과 함께 진행을 했다. 김대현 팀장은 ‘유흥업소를 다시 사유하기 – 성소수자가 머문 장소의 역사적 성격’이라는 제목으로 낙원동 게이 남성 장소들의 역사를 살피고, 이 장소들이 게이 남성들에게 어떤 의미와 기능으로 작용했는지, 그리고 게이 남성들이 이 장소들을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했는지를 논했다.  

 낙원동에 자리 잡은 게이 클럽과 커뮤니티는 과거 ‘종삼’으로 알려진 성매매집결지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종삼’은 해방 이후 1968년까지 현재 종로3가에서 종로5가까지 이어진 대규모 성매매집결지였다. 이곳은 성매매라는 비규범적 성격으로 인해 일종의 게토 혹은 리미널리티(liminality: 사회의 질서와 규범이 흐릿해지는 경계)라는 공간적 성격을 공유했다. 따라서 이곳에서 게이 남성들의 관계는 비정상과 위반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고, 자연스레 많은 게이 남성들이 이곳에서 자신들의 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낙원동에 새겨진 게이 장소의 역사를 맥락화하고, 이 장소가 성소수자들의 안전과 인권에 기여한 측면을 공론화해야 한다. 그리고 게이 남성들이 만들어 온 낙원동의 역사와 현재에 대한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 즉, 성소수자들의 ‘도시에 대한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 1, 2회차 세미나의 내용처럼 주거의 장소(집)가 개인의 정체성과 생존을 보호하고 기존 사회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공백의 공간으로 기능한다면 낙원동 게이 커뮤니티는 이들에게 집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성소수자들의 주거권은 지역에 대한 권리로 확대된다. 주거권의 요구는 지역에서 평등하게 살 수 있는 도시에 대한 권리의 요구로 나아갈 때 좀 더 변혁적인 힘을 갖게 된다. 



성소수자가 지역에서 잘 살기위한 조건


4회차 세미나는 2020년 6월 18일(목)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모든날 기획자’ 우야를 모시고 진행을 했다. 우야님은 정부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는 1인생활자에 주목한다. 특히 1인생활자이자, 여성이자, 퀴어이자, 비혼인 사람들에 주목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4인 정상가족 모델을 모범으로 생각하고 이들을 통해서 재생산되는 세대 간 노동력에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비혼이고 1인생활자이고 여성인 사람들은 정상가족을 이루기 전 임시적인 존재로 표상되고, 여기에 퀴어라는 정체성이 더해지면 존재의 표상마저 사라진다. 

 발표자 우야님은 바람직한 공동체라면 1인생활자들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사회는 정상가족으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1인생활자들로 구성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즉, 사회가 좀 더 평등하고 차별 없이 구성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불안정적인 존재로 표상하는 다양한 1인생활자들의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 우야님은 자신이 그동안 진행해온 ‘1인 생활보장 평가지표’의 내용을 소개하며 이것이 갖는 의미들을 함께 공유했다.

 1, 2회차 세미나에서 알 수 있듯이 주거는 곧 생존과 정체성의 보호를 의미한다. 즉 주거는 항상 안전과 상관관계를 가지며, 우리 삶의 조건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사회에서 소수자로 분류되는 1인 생활자들에게 안정적인 거처와 안전은 가장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사회에서 존재 자체가 비가시화되고 자리에서 벗어난 것으로 인식되어 불안전하고 불안정한 삶의 경로를 그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1인 생활자들의 고립되지 않는 삶, 그리고 동네에서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이들의 삶을 보장 받기 위해서는 주거권의 요구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소수자들의 주거권 요구는 이성애적 4인 가구 중심의 사회에서 지워진 그들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투쟁이자 환대를 만들어가는 싸움이다.


성소수자의 주거권을 상상하자


마지막 5회차 세미나는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자캐오 신부와 함께 워크숍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2020 년 6월 25일(목) 오후 7시 용산나눔의집에서 진행된 마지막 세미나는 그동안 참여한 시민들이 원탁에 둘러 앉아 각자 생각하는 주거와 지역, 그리고 성소수자의 주거권 등에 대해서 논하는 자리였다. 

 주거하면 떠오르는 다양한 키워드들과 문장, 예를 들면 가족, 따뜻함, 담장, 소유 등 많은 단어 들이 워크숍 자리에서 오고갔다. 그렇지만 공통적으로 나온 키워드는 ‘관계’였다. 주거는 관계(사회적 관계와 위치, 그리고 맥락 등)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구성된다는 것을 4회에 걸친 세미나를 통해서 시민들이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성소수자의 주거권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관계들이 엮여져야 하는지를 논하는 자리가 이어졌고, 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들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주거는 단순히 안정적인 거처의 의미로만 해석될 수 없다. 주거는 노동력의 재생산 장소라는 의미에서 생존과 안전의 의미를 가지고 있고, 정체성 형성의 필수적 요소인 사회화 공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사회적 관계의 결점으로써 기존의 문화적, 정치적 규범들이 관통하는 장소이자 이를 전복하는 실천들이 엮이는 장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성소수자들의 주거권을 말할 때, 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살 권리, 차이의 공간을 만들 권리 등을 요구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주거권의 요구는 당연히 ‘차별금지법’, ‘가족구성권’ 등 이성애적 중심 사회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제도적 실천을 함께 요구해야 한다. 주거는 항상 정치적인 문제다.


글 | 김민수 전(前) 도시연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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