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코로나19에 묻힌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발언대

치이즈
2020-12-14


올 한 해, 코로나19 때문에 세상이 뒤바뀐 듯, 일상에 많은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례가 없던 ‘등교 연기 결정’에 온라인 수업과 맞벌이 부모들의 고충이 온 뉴스를 덮었는데요, 천재지변이 와도, 몸이 아파 죽을 것 같아도 학생들은 등교를 해야 한다던 원칙이 깨졌을까요? 학기가 시작되어도 청소년들은 학교에 가지 않게 되자 자유를 얻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학교를 가든, 가지 않든 온라인 수업 형태와 달라진 학사 일정에 대해 학생들은 여전히 일체 결정 권한이 없었습니다.


“학교를 가는 건 우린데, 등교 결정을 왜 교육부 장관이 내리나요?”

“왜 교사와 학부모의 의견만 수렴하고, 청소년들의 의견은 듣지 않나요?”


5월, 교육부 장관이 등교 개학 일정을 발표하자 트위터에서는 순식간에 #등교_개학_반대 해시태그가 퍼졌습니다. 학생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말하기 창구는 SNS 뿐이었고, 이후에도 학생들의 의견을 들으려는 시도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 학생들이 겪은 인권 침해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500여명의 청소년들이 응답했습니다. 설문조사에 남겨준 사례들을 더 생생하게 듣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11월 3일 학생저항의 날을 맞아 온라인 발언대를 개최했습니다!! 참여자분들을 직접 섭외해 사전에 발언을 열심히 준비했어요.

        

 △ 2020 학생의날 맞이 행사 포스터


온라인 말하기대회 당일날, 준비팀은 행사 2시간 전부터 미리 공간에 모였습니다~ 낯선 생중계 장비들이 준비되고, 리허설도 진행했는데요! 화면은 끊기지 않고 잘 나오는지, 목소리는 선명하게 들리는지, 자막은 적절한 타이밍에 나오는지 체크했습니다. 모니터에 비춰진 내 모습을 보는 건 늘 당황스러운 것 같아요! ㅎㅎ;;



오늘의 사회를 맡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의 한울님! 화면 밖의 상황은 이러했답니다~



천안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 분이 발언해주셨어요.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3부터 시작된 등교의 대책으로 교육부는 코로나 시국 특별 '학교장 허가 교외체험학습’ 45일 허용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현재 진학 중인 학교는 학교장의 반대로 인해 현장체험학습 사용이 금지되었고, 얼마 전 학부모의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급히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1000명이 넘는 학생이 공포에 떨어야 했지만 그로부터 2주가 지나 현재 셧다운이 끝난 내일,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학생들이 등교를 위해 다시 기숙사로 모입니다. 수험생이라면 이런 공포 따위는 이겨낼 수 있는 것인가요?”


교육부는 학교 내에서 코로나 확진을 방지하기 위해 45일간 교외체험학습을 쓸 수 있게 했지만, 그마저 학교장의 허락이 내려지지 않으면 학생들은 학교를 나와야만 했습니다.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권리가 학교장의 허가에 달려있다는 사실은 학생들을 무력하게, 공포에 떨게 만듭니다. 코로나 감염이 발생해 학교를 닫은 후에도, 학생들은 어떤 방역을 거쳤는지 알지 못한 채 다시 학교에 나와 합니다. 직접 그 상황을 마주해야 했던 학생들의 생생한 증언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냅니다.



이 날 직접 발언대에 오시지 못한 참여자분들은 실시간 영상으로 참여했습니다. 부산에서 중학교에 다니고 계신 학생 분은 온라인 수업에서 있었던 인권 침해에 대해 발언해주셨어요.


“학교는 비대면 수업에서조차 코로나19 방역을 핑계로 학생들의 기본권을 억압하고, 학생들을 통제와 관리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수업 도중 저희 학교 일부 교사는 모자를 쓰고 있는 학생을 향해서 “모자 벗어라”라고 소리를 지르고 했고, 카메라로 신체의 일부만 공개하거나 카메라를 끄는 학생들에게 결과 처리를 하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교사 본인이 판단하기에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학생들을 퇴장시키고 수업시간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통제가 필요한 것은 학생들이 아니라, 교실 안에서 자신의 권력을 제재없이 휘두르는 교사들이 아닐까요? 비대면 수업에서조차 학생들은 복장 검사를 받아야 했고, 똑같은 시간 동안 똑같은 자리에 앉아 있을 것을 강요받았습니다. 학생들이 유연하고, 좀 더 편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온라인 수업의 장점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경직된 수업 문화를 고수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태도가 온라인 수업에서도 이어졌다고 할 수 있네요.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일움님은 코로나 시대에도 학생들은 ‘아프면 안 되는 몸’이라고 발언해주셨어요.


“아픈 몸을 적극적으로 예상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코로나 시대에서도 청소년은 그저 아프면 안 되는 몸이 됩니다. 입시까지 정해진 일정을 이어가기 위해 절대 감기 비슷한 증상이 발현되어서는 안 되는 몸이 되고, 수업에 빠지면 놓치는 것들이 너무 많기에 의심 증상이 발현되어도 ‘증상 없음’을 체크하고 등교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두통, 열을 호소하는 친구들을 자주 봅니다. 시험기간이라 스트레스를 받은 건지 코로나 증상인지를 구분해 낼 수 없는데, 수업을 놓칠 수는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의심 증상이 발현되어도 ‘증상 없음’이라고 속이고 학교에 가야하는 청소년의 처지는 어떤가요? 코로나 시대 이전에도 학생들은 아파도 학교를 결석하지 못했습니다. 입시에 성공하기 위한 교육 과정은 ‘아프지 않은’ 몸을 기준으로 짜였기 때문입니다. 일움님은 학교를 가지 않는 기간 동안 사교육을 듣는 학생들을 보며 경쟁에 뒤쳐질까 불안에 휩싸였다고 발언해주셨습니다. 이처럼 학교는 학생들에게 몸이 없는 교육을 견뎌내길 강요합니다. 학교는 학생의 아플 권리도, 건강할 권리도 보장하지 않은 채로 아득바득 입시 준비만을 이어나갑니다.


이 외에도 참여자들의 발언 전문은 아수나로 사이트(asunaro.or.kr) 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코로나19 시대, 어디에서도 듣기 어려웠던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이상 2020 학생의날 맞이, “코로나19에 묻힌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발언대 후기였습니다!!



글 | 치이즈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