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온]제2회 한국반빈곤영화제 후기

정성철
2020-12-14


제2회 한국반빈곤영화제(KSPFF)가 2016년 10월 이어 2020년 10월 4년 만에 개최되었습니다. 반빈곤영화제는 빈곤을 하나의 소재로만 사용하며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을 가리는 기존 영화를 포함한 미디어들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기획되었습니다. 빈곤을 왜곡되거나 단면만을 비춰 가난한 사람들을 정형화하는 영화가 아니라 당사자의 눈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둘러싼 빈곤과 불평등과 싸우는 현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을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영화제는 10월23일(금)부터 10월25일(일) 3일 동안 홍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청년문화공간JU 5층 니콜라오홀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고, 10월24일(토)부터 10월29일(목)까지 언더그라운드를 제외한 영화들이 온라인에서 상영되었습니다.


                              제2회 한국반빈곤영화제 포스터에는 영화제의 일시 (2020년10월23일금요일부터 10월25일 일요일까지)와 장소(청년문화공간 JU 동교동) 등 이 적혀있고 후원,주최,주관,웹사이트 등의 정보도 적혀있다. 포스터를 가로 질러 "누가 집값을 올리는가"라는 문구가 가장 크게 적혀있다.

                              △ 제2회 한국반빈곤영화제 포스터


제2회 반빈곤영화제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조치 속에서 연대의 모색을 이야기 하는 <코로나 미발토크 : ‘비’대면이 ‘말’하지 않는 일들> 기획포럼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레고, 옥바라지선교센터 종건, 연분홍치마 빼갈 활동가가 참여하여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을 이유로 비대면 방식이 일상적 규칙으로 자리잡아가는 시대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사라지는 사람들, 코로나 시대의 투쟁 방식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이후 첫 번째 영화로 현장카메라 지원작 임재원 감독의 <머물 수밖에, 떠날 수밖에>가 상영되었습니다. 영화는 2011년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조치에 맞서 투쟁한 당시로부터 10년이라는 시간의 기록을 담고 있었습니다. 영화 상영 뒤 당시 노숙인 강제퇴거 반대 투쟁에 함께 했던 인권운동사랑방 미류 활동가의 진행으로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당시로부터 10년이 지났으나, 특히나 코로나 시대를 맞아 홈리스에 대한 강제퇴거가 발생하고 있는 현재의 서울역을 중심으로 한 차별과 폭력에 대한 이야기, 누군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잔인한 사회를 어떻게 함께 바꾸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들을 나눴습니다.


무대 중간에서 수어통역사가 통역중이고, 임재원 감독과 미류 활동가가 앉아서 관객과의 대화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 영화 <머물 수밖에, 떠날 수밖에> 관객과의 대화


이어서 제2회 반빈곤영화제 개막식이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활동가의 사회로 시작되었습니다. 홈리스행동 홈리스야학 로즈마리님의 대표 축사를 시작으로 각 빈민단체대표들과 국회의원의 영상 축사가 이어졌고, 2019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부분 후보에 올랐던 황푸하 가수와 강제퇴거현장 안상호 가수가 축하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가수 황푸화씨가 기타를 들고 무대에서 공연중이다.△ 개막식 축하공연 모습


개막식 이후 2018년 5월 한국에 방문한적 있는 UN주거권특별보고관 “레이라니 파르하”가 세계를 돌며 마주한 젠트리피케이션과 주거불평등 문제로부터 ‘누가 왜 도시에서 쫓겨나고 있는지’를 담은 영화이자 제2회 반빈곤영화제의 개막작인 <PUSH: 누가 집값을 올리는가> 상영을 끝으로 영화제의 첫째 날을 마쳤습니다.


반빈곤영화제 둘째 날은 주거와 관련된 빈곤을 주제로 한 최병권 감독의 <복덕방> 진성문 감독의 <안부> 김정은 감독의 <야간근무> 세 편의 영화를 묶어 상영하는 첫 번째 단편섹션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 싼허인력시장의 농민공들의 이야기를 담은 주웨이 감독의 <싼허에는 사람이 있다>를 상영한 뒤 플랫폼C 홍명교 활동가 진행으로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조문영 교수와 함께하는 무비토크가 진행되었습니다.


영화 <싼허에는 사람이 있다> 포스터를 배경으로 무대 중앙에 홍명교, 조문영씨가 앉아서 토크 중이다.

△ 영화 <싼허에는 사람이 있다> 무비토크


그리고 캐나다 세입자 운동을 다룬 <파크데일> 영화에 이어, 영화제 개막작 제목과 같은 <누가 집값을 올리는가> 주거권 포럼이 진행되었습니다. 포럼은 “내 집에 갇힌 사회”의 저자 김명수 작가의 한국의 주거문제 강연에 이어 주거권을 중심으로 한 투쟁의 이야기를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민달팽이유니온 최지희, 홈리스행동 이동현 활동가와 함께 나누었습니다. 영화제 둘째 날의 마지막은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개최를 위한 경기장 등 개발을 이유로 퇴거 위기에 처하고 맞선 브라질 선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제이슨 오하라 감독의 <예외상태> 상영으로 마쳤습니다.


반빈곤영화제 마지막 날은 부산 지하철을 중심으로 그곳에서 벌어지는 노동의 모습을 담은 김정근 감독의 <언더그라운드>를 상영하며 시작했습니다. 이후 한국 최초의 국민참여재판을 모티브로 한 홍승완 감독의 <배심원들> 영화 상영,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활동가의 사회로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상업영화관 등 다양한 공간에서 상영된 이력이 있는 영화 <배심원들> 이었으나 반빈곤영화제에서만 이야기될 수 있는 부양의무자기준 등 빈곤의 문제를 함께 풀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 졌습니다.


이어서 진행된 두 번째 단편섹션에서는 개발을 중심으로 한 도시의 변화를 영화로 기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리슨투더시티의 <도시목격자>와 민주화 운동으로 투옥된 김근태와 그를 옥바라지 했던 이재근 사이에서 오간 편지를 콜트콜텍 노동자, 궁중족발 사장과 연대인, 스타케미칼 노동자의 목소리로 다시 읽는 <끝나지 않은 편지>, 개발욕망으로 점철된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에 의해 쫓겨날 위기에 맞서 싸우고 있는 노량진수산시장상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김은석 감독의 <어떤 미래유산> 세편의 영화를 상연한 뒤, 리슨투더시티 박은선 활동가, 노량진수산시장 시민대책위 강연화 부지역장, 강제퇴거를 비롯한 투쟁 현장을 기록하는 김은석 감독이 참여한 관객과의 대화가 한빛미디어센터 성상민 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영화 감독 6명이 무대에 앉아있다.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중이다.

△ 영화 <단편섹션2> 관객과의 대화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도시가 개발되어 좋아지고 나아짐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도시를 꾸리고 역사를 채워온 사람들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함께 고민을 나누고, 현재 투쟁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더불어 강연화 부지역장은 ‘언론은 믿지 않는다. 평생을 일구어 온 우리들의 공간을 지켜 달라는 요구를 “떼쓰기”로 호도한다. 언론이 원하는건 더 자극적으로 ”치고, 패고, 싸우는“ 장면일 뿐이다.’ 발언하며, 현 시대 언론을 비롯한 미디어의 부정의한 모습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제2회 반빈곤영화제의 폐막식에서는 노들장애인야학 한명희 활동가의 사회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의 축사와 2016년 제1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를 수상한 권나무 가수의 축하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이후 폐막작으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불거진 대구지역의 2월과 3월에 벌어진 일들을 소개하는 장호경 감독의 <감염병의 무게>가 상영되었습니다. 영화 상영 이후 감독과의 대화에서 물리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를 중심으로 통제되는 감염병 대확산의 위기 아래, 고립되어서는 일상을 영위할 수 없는 장애인과 노인들의 일상의 새로운 방역대책의 필요성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일 간의 오프라인 영화제 이후에는 오프라인 영화제에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와 포럼 등을 편집하여 온라인 영화제와 함께 볼 수 있게 유튜브에 업로드 하는 작업들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제2회 반빈곤영화제는 3월부터 함께 영화를 선정하고 영화와 연결되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고민하고 만들어낸 기획단과 3일 동안 진행된 오프라인 영화제에서 함께 진행을 맡아 준 자원 활동가들의 연대와 수고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다른 집회나 행사보다 많은 예산이 필요한 영화제를 준비하고 실행할 수 있게 지원해준 인권재단사람이 없었다면 영화제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두명의 스탭이 카메라로 촬영중이다.


여러 사람과 단체들의 도움으로 빈곤과 불평등, 특히나 이번 영화제에서는 코로나 상황에서 심화되는 한 편, 또 가려지는 빈곤과 불평등, 다양한 주거권의 이야기를 함께 고민하고 알려낼 수 있었습니다. 영화제는 온/오프라인 모두 종료 되었지만, 영화제에서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연결하여 빈곤과 불평등을 끝장내기 위한 다양한 방식의 싸움 역시 계속될 예정입니다.


영화제에서 나눈 이야기 보러가기



약 20명의 반빈곤영화제 스탭이 모여 앉아 있는 단체사진이다.△ 제2회 한국반빈곤영화제 스탭 단체사진



글 | 장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