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못보는가, 안보는가, 코로나 속 가난한 사람들

정성철
2020-11-30


매년 10월 17일은 노점상, 철거민, 홈리스, 쪽방주민, 장애인, 임차상인, 노동자 등이 모여 유엔이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을 ‘빈곤 철폐의 날’로 명명하며, 빈곤과 불평등은 자본주의의 구조적 결과물로 구호와 원조가 아닌 빈곤을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투쟁을 통해 해결되어야 할 상태임을 여러 행사와 투쟁을 통해 알리고 있습니다. 특히나 올해는 불평등에 또아리를 튼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빈곤과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지는 가운데 정부의 미흡하고 무책임하며 차별적이기까지 한 대응과 대책을 비판하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재난 상황에서 드러나지만 한편으로 가려지는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를 알리고 방역과 공존 가능한 생존을 요구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올해 1017 빈곤철폐의 날은 <코로나 시대, 방역과 공존 가능한 생존을 요구하다! 재난의 불평등을 끝장내자!>는 기조 아래, ①튼튼한 사회보장은 방역의 기초체력이다!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복지를 확대하라! ②기업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살려라! 사람에게 직접 전달하는 공적지원 확대하라! ③해고금지! 퇴거금지! 철거금지! 방역과 공존 가능한 주거, 일자리 대책 마련하라! ④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방역과 공존을 요구한다! 빈곤과 차별을 철폐하라! 내용의 네 가지 투쟁과제를 걸고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1017 빈곤철폐의 날은 일상에서 빈곤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함께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행동하는 날로서, 매년 퍼레이드와 집회를 중심으로 진행해왔습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바이러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집합금지명령에 따라 퍼레이드와 집회를 진행할 수 없어, 기자회견과 <싸우는 사람들의 안부를 묻다> 기획연재 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무연고사망자 합동 추모제의 경우 1년에 한 번 추모의 집이 열려 동료를 추모할 수 있는 유일한 날과 시간이기에 예년과 같이 현장에서 추모제를 진행했습니다.

                                     무연고 사망자 추모제를 진행하는 모습. 스님들이 앞에서 무연고 사망자 극락왕생 발원 기도를 드리고 있다. 그 옆에 플랜카드에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 국가가 보장하라. 빈곤으로 인한 고림사 국가가 대책을 마련하라'라고 적혀있다.△  2020년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 위령제


10월 14일(수)요일 파주에 있는 서울시립 무연고사망자 추모의 집 앞에서 “2020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 위령제”를 진행했습니다. 추모의 집 안에는 서울시에 주소를 두고 무연고로 사망한 사람들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지지체별로 공영장례 제도도입이 확대되고, 사망자의 생전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해 장례주관자를 지정할 수 있도록 제도의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료들에 대한 부고 문제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으며, 일부 지자체의 경우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에 대해서 무연고 장례 절차를 생략하는 사례가 발생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조례로 되어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별 실시 수준과 절차 등이 상이하여 법 개정의 문제도 남아있습니다. 합동 추모제에는 홈리스행동, 동자동사랑방, 돈의동주민협동회, 그리고 나눔과 나눔을 통해 오신 무연고 사망자의 지인 분들이 함께했습니다.


                                       주민 한명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추모발언 중이다.△ 2020년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 위령제 추모발언


추모발언 중 동자동 주민은 동료가 보고 싶을 때 마다 추모의 집을 찾기 위해 오토바이를 구입했다고 발언 했습니다. 하지만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은 일 년에 딱 하루, 추모 위령제 날에만 잠깐 열리기 때문에 닫힌 문 앞에 조화를 놓아두고 돌아감을 반복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일 열린 추모의 집 안에서 작년 무연고 사망한 동료의 유골함을 발견한 주민들이 오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삶의 존엄한 마지막과 동료, 지인을 추모할 권리는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먼 이야기입니다. 추모제에 참석한 동료, 지인들은 최소한 다른 추모 공간과 같이 찾고 싶은 때에 방문하여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1017 빈곤철폐의날 방역과 공존 가능한 생존을 요구한다'는 현수막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서 약 20명의 사람들이 기자회견을 진행중이다.△  1017 빈곤철폐의 날, 가난한 사람들의 코로나19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10월 16일(금)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안 보이는가? 못 보는가?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 1017 빈곤철폐의 날, 가난한 사람들의 코로나19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종식의 시기를 알 수 없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더 확산되는 빈곤과 불평등에 대해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일시적인 대책만 반복하는 한편, 가장 빠르고 날카롭게 위기를 직면하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안정을 위한 대책은커녕 차별적인 조치를 가하는 정부를 비판하며 열두 가지의 요구안을 발표했습니다.


요구안 보러가기


'못보는가, 안보는가, 코로나 속 가난한 사람들을'이라는 문구가 투명한 비닐 위에 적혀있고, 비닐 뒤로는 기자회견에 참여한 다양한 사람들이 보인다.△ 1017 빈곤철폐의 날, 가난한 사람들의 코로나19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퍼포먼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실시되고 있는 마스크 착용과 2M 또는 1M 거리두기 일상의 방역지침은 부엌과 화장실을 개별 사용할 수 없는 거리와 쪽방, 고시원 등 비적정 거처와 요양병원,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집합금지 명령을 통해 집회신청을 반려하는 한편 빈곤과 불평등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에 대한 강제집행은 공공의 이름으로 허용되고 있습니다. 집에 있으라면서 철거민들을 집에서 쫓아내는 폭력이 계속 되고, 코로나 방역을 핑계로 서울역 홈리스들이 앉아서 쉬던 의자를 폐쇄하고 짐을 쓰레기 처분하고, 노점마차를 집달해가는 폭력이 강행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코로나 시대에 싸우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적인 조치와 폭력. 가난한 사람들, 싸우는 사람들이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를 알려내기 위한 <싸우는 사람들의 안부를 묻다> 기획연재가 10월 20일 비마이너에 첫 발행 되었습니다. 글은 총 9편으로, <싸우는 사람들의 안부를 묻다> 기획 취지를 담은 서문으로 시작하여 미아3구역 철거민, 노량진수산시장 구시장 상인,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는 임차상인,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서부노련, 동자동 쪽방, 거리 홈리스, LG트윈타워 청소 노동자, 장애인이 마주하고 있는 코로나 시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글은 주 두 편씩 연재되어 현재 마지막 글 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기획연재] 코로나시대, 싸우는 사람들의 안부를 묻다


① 코로나19시대, 싸우는 사람들의 안부를 묻다_ 서문

② 자본의 욕망에 집을 빼앗긴 사람들, 미아3구역 철거민 홍현우

③ 자본의 욕망에 일터를 빼앗긴,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

④ 빚내서 가게 차리고 월세 내지만 결국 쫓겨나는 삶의 굴레, 임차상인

⑤  거리의 장사꾼들, 노점상인

⑥ 코로나19 거점병원이 된 공공병원, 갈 곳 잃은 쪽방 주민들

⑦  방역 이유로 더 가혹해진 퇴거, 갈 곳 잃은 거리홈리스



올해 1017 빈곤철폐의 날이 끝났습니다. 퍼레이드와 집회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방식의 기획을 고민하고 실행하였으나, 채울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에 계속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뭉쳐야 사는 사람들, 흩어지면 가려지고 쫓겨나고 내몰리는 사람들에게 흩어지라는 새로운 규칙이 강제되는 현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삶의 위기, 빈곤과 불평등이 더 다양해지고 심화되는 사회. 1017 이후에도 나와 서로가 마주하고 있는 빈곤과 불평등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끝장내기 위해 함께 목소리 내고 행동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글 |  정성철  (빈곤철폐를위한사회연대)


#코로나19 #빈곤과불평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