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참정권의 문턱을 넘어

송정윤

#1 군사정권의 도구에서 차별 막는 연대로

- 장애차별 철폐의 날, 누가, 언제, 왜?



ⓒshutterstock 1109440931


지난 50년 동안 이 날의 이름은 몇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우선 1970년, 세계적으로 장애인 당사자 운동이 급격히 성장하던 때에 국내에서도 장애인 단체가 '재활의 날'로 정해 기념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1981년 유엔이 정한 ‘세계 장애인의 해’에,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장애자의 날’로 지정됩니다. 하지만 그 목적은 장애인 인권 개선을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군사쿠데타로 만든 정부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복지국가’ 흉내내기 같은 것이었죠.


1989년, 이 날의 이름은 '장애인의 날'로 바뀌고 공식적인 정부기념일이 되었지만, 현실은 여전했습니다. 높은 어르신들이 연단에 올라와 '올해의 장애극복상' 같은 것을 수여하거나 허울뿐인 정책을 홍보하는 날이었다는 점에서 말이죠. 이런 장애인의 날은 사실 '장애인들에게 생색내려는 정치인들의 날'이자 '장애인 울화통 터지는 날'이지 않았을까요?


2008 장애차별  철폐의 날 포스터


그래서 2002년부터 장애인의 날을 ‘장애차별철폐의 날’로 기념하기 위한 공동투쟁단이 구성됩니다.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을 동원해 정부를 홍보하고 동정을 배푸는 날이 아니라,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사회 구성원들이 ‘연대’하는 날인 거죠. 21대 국회를 눈 앞에 둔 2020년 장애차별 철폐의 날에 우리는 어떤 연대를 상상할 수 있을까요? 며칠 전 치러진 선거 현장에서 짚어 보겠습니다.



#2  장애인은 어떻게 투표했을까요?

- 참정권에도 문턱이 있어요😠



선거 공보물을 읽을 수 없는데

👉 투표권이 있는 모든 사람이 받아야 하는 선거 공보물. 하지만 글과 숫자를 읽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 유권자에게도 도움이 되었을까요? 한편 시각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점자’ 공보물은 분량이 많다는 이유로 내용이 중간에 끊기고,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있는 후보자 정보는 이미지 형태여서 텍스트를 읽어주는 프로그램도 무용지물이라고 합니다.



투표소에 가도 투표할 수 없는데

👉 문제는 사전투표 기간에 두드려졌습니다. 서울시 사전투표소의 21%는 장애인 접근성이 낮았고, 수어통역사가 배치된 곳은 424곳 중 25곳뿐이었습니다. 발달장애인은 투표보조인과 동행할 수 없었고,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비닐 장갑 착용으로 인해 시각장애인들이 점자투표 도구를 쓸 수 없는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투표용지를 개선하지 않는데

👉 어느 때보다 길고 길었던 투표용지. 정당 이름과 번호만 무수히 나열된 투표용지는 발달장애인들의 투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왔듯이, 정당 로고와 후보자 사진이 포함된 그림 투표용지가 제공되었다면 장애인 뿐만 아니라 누구든 더 쉽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을 겁니다.  




#3 투표는 배려가 아닌 권리

- 읽어볼 만한 글 


"보통선거 원칙을 실현하는 '정당한 편의제공'이 국가의 의무라는 의미는 이와 같은 조치들이 배려나 시혜, 혹은 '할 수 있다면 하는' 부가적인 편의제공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를 통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권리, 그동안 민주주의라는 정치 과정에 참여할 권리에서 배제되었던 장애인들이 동등한 권리라는 이름으로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편의이다." 

👉 몽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의 을 읽어보세요. 

  


"선거는 삶에서 외따로 떨어진 섬이 아니라 삶의 연장선에 있는 하나의 이벤트다. 발달장애인이 기표용지에 도장을 찍는 행위 하나에 그들 삶 전체에 대한 고민이 호출되는 이유다."    

👉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기획·글 | 야릉


#코로나19 #장애 #인권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