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난민의 날 1] 부당한 질문에 맞서는 힘

야릉, 여옥, 지애

 0.4%만 살 수 있는 사회 


넷플릭스에 나오는 영화 줄거리가 아닙니다. 세계 난민의 날을 앞두고, 한국의 난민 인정률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까 합니다. 


인간이 생존하는데 특정한 이유가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특히나 살아왔던 터전에서 강제로 쫓겨나거나 생존을 위해 탈출해야만 하는 일이 생겼을 때, 다른 터전을 찾고 다시 삶을 꾸리기 위해 애쓰는 건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일이죠. 난민들이 본국을 떠나온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좀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찾아 나선 점만은 같습니다.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디서든 경제생활도 해야 하고 머물 곳도 찾아야 하며 자녀가 있다면 양육도 해야 하죠.


그런데 우리는 난민들이 본국의 경계를 넘어 이 땅에 왔을 때, 이곳에 살아도 되는 사람인지, 돈을 벌어도 되는지 아주 복잡한 심사를 거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난민신청자들은 자신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정을 긴 시간에 걸쳐 증명해야만 하고요. 물론 모든 난민신청자를 기준 없이 수용할 수는 없으니 일정한 심사는 합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연도별 난민인정률

한국의 연도별 난민인정률 (단위: %, 출처: 난민인권센터 행정정보공개청구 결과, 작성: 고은지) 


그러나 2019년 한국에서 심사를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단 42명. 전체 난민심사 종료자 9,286명 가운데 0.4%에 불과합니다. 유럽연합 평균치 23.1%에는 비교할 수도 없이 낮은 수준이죠. 왜 한국에서는 단 0.4%만이 보호받을 자격을 얻는 것일까요? 한국에는 소위 '가짜' 난민이 유난히 많아서일까요? 


한국의 연도별 난민인정률을 보면, 이것은 난민신청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난민심사 기준과 난민을 보호하려는 의지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강한 의심이 들게 됩니다. 난민신청자가 늘어나서 보호 받는 난민의 수도 늘어나는 것이 전세계적인 추세인데, 유독 한국에서는 난민으로 보호받는 사람이 과거보다 더 줄어들다 못해 이제 바닥으로 수렴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래에서 몇가지 문제를 짚어봅니다.👇



난민 보호 정책이 아닌 "난민 거부 정책"

한국은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제정 국가이자 국제사회에 난민 보호 책임을 약속한 '난민협약' 당사국이지만, 난민인권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사실상 난민거부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난민신청자들에게 고액의 체류비와 소송비를 물게해서 자진 출국을 유도하고, 예멘에서 난민들이 왔을 때 일부의 난민 혐오 정서에 기대어 난민법을 더 엄격하게 개정하려 했던 시도가 그것이죠.  



난민 '심사'는 정말 심사일까

한국에 도착한 난민들에게는 시작부터 불리한 조건이 많습니다. 우선 본국에서 얼마나 보호받지 못하며 얼마나 심각한 박해를 받고 있는지 그 진정성을 각종 증빙서류로 입증해야 합니다. 난민 신청이나 재신청 절차가 제대로 안내되지 않기도 하고, 난민 신청서를 한국어로 작성하라고 요구 받기도 합니다. 진술의 내용이 불리하게 조작되기도 하고, 심지어 심사관의 종교적 편견이 개입되기도 한답니다. 이렇다면 난민 심사는 정말 '심사'가 아니라 누구도 넘지 못하는 허들은 아닐까요?


2019년, 법무부 난민면접 조작사건 피해자 증언대회

법무부 난민면접 조작사건 피해자 증언대회 (2019)



당신은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까?


(성소수자 난민을 향해) "숨기면 되는데 왜 박해받았다고 주장하냐”

(트랜스젠더 여성에게) “남자랑 키스는 해봤냐”

(병역거부자에게) “집에 강도가 들어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난민이 겪는 고통을 누구의 고통과 비교할 수 없지만, 잠시 난민이 아닌 다른 이유로 '심사'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생각해 봅니다. 예를 들어 트랜스젠더가 법적인 성별정정을 요청할 때는 성별의 진정성을,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양심의 진정성을 검증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판사의 편견과 자의적인 기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시대, 당신도 어느 순간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질문 받을 때가 있지는 않나요? 만약 그 질문의 기준이 인권이 아닌 차별과 배제에 기반한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신은 그 질문에 답하려고 애쓰기보다, 부당한 질문에 맞서는 힘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난민을 포함해 이땅에 살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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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글  |  야릉, 여옥, 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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