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인센티브’가 차별이 되지 않으려면

최홍조 (시민건강연구소)
2021-08-09


백신 인센티브, 효과는 있을까?


2021년 5월, 미국의 일부 주에서 ‘백신로또’를 내걸었다. 오하이오주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접종자에게 추첨을 통해 11억 원의 당첨금을 주기로 했다. 언론은 백신로또 덕분에 접종률 감소 폭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 연구는 소위 ‘백신로또’의 효과를 검증했다(논문 바로가기). 4월부터 백신 접종률이 가파르게 감소하다가 백신로또 정책 발표 이후에는 감소 폭이 완만해졌다. 즉, 너무 빠른 접종률 감소를 막는 데 백신로또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는 착시현상이었다. 백신로또 정책이 없는 미국의 다른 지역 접종률도 오하이오주와 비슷한 정도로 감소 폭이 완만해진 것이다. 연구자들은 백신로또가 접종률을 개선한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비슷한 시기 미국 식약청은 화이자-바이오텍 백신의 접종 연령 하한선을 12세까지 낮춘다고 발표했다. 접종률이 개선된 이유가 백신로또 때문이 아니라, 접종 대상 인구를 확대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2021년 5월 26일,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도 백신 인센티브를 발표했다. 백신 접종 완료자는 사적 모임 인원 제한에서 제외하거나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완화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5일 후인 5월 31일, 백신 접종 동의율이 전월 대비 7.8% 오른 것이 백신 인센티브의 효과인 것처럼 우회적으로 홍보했다(중수본 보도자료 바로가기). 정말 그런 것일까? 앞선 미국 오하이오주 사례처럼 착시 현상인 것은 아닐까? 


공교롭게도 한국의 백신 인센티브 발표 다음 날인 5월 27일부터 65세 이상 접종이 시작되었다. 6월 1일부터는 얀센 백신 예약이 시작되었고, 30세 미만 화이자-바이오텍 백신 접종 소식도 전해졌다. 더 중요한 사실도 있다. 백신 인센티브 발표에 앞선 5월 10일부터 65세 이상, 5월 13일부터는 60세 이상의 접종 예약이 시작되었다. 접종 예약이 가능한 인구수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한국도 오하이오주 사례와 마찬가지로 접종 예약률이 늘어난 것일 수 있다. 백신 인센티브의 ‘효과’는 이처럼 결론 나지 않고 여전히 논쟁적이다.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백신 인센티브


4차 대유행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 정부의 백신 인센티브 적용은 상당 부분 유보되었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지고 있다. 하지만, 언제고 다시 비슷한 주장은 등장할 것이다. 백신 인센티브가 접종률을 올릴 것이라는 불확실한, 혹은 근거 없는 희망 말이다. 그렇다면 백신 인센티브를 바라보는 시선이 ‘효과’의 유무에만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 인권의 관점에서 백신 인센티브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를 고민해보자.

 

백신 인센티브는 백신 접종을 조건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출발선에서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혜택에서 제외한다. 인권 관점의 첫 번째 쟁점은 이곳에서 출발한다. 백신 접종을 아직 기다려야 하는 사람들,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할 형편의 사람들,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 혹은 백신 접종을 받았지만 이를 증명할 수 없는 사람들 모두 백신 인센티브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한다. 차별이 일부에게는 반복적인 PCR 검사 요구로 이어진다. 요양기관에 일하는 노동자들의 지속적 노동을 위해, 무료급식을 먹기 위해, 일부 집단감염 계층에 대한 채용과 노동의 조건으로서 PCR 음성 증명이 필요하다. 백신 접종을 받았다면 피해갈 수 있는 검사이니, 이도 차별의 연속이다. 


백신 접종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백신 접종 증명서의 전산화와 그에 뒤따르는 개인 정보의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더 나아가 백신 접종이 ‘감염 위험 없음’을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되는지도 논란이다. 현존하는 백신이 매우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감염을 100% 예방하지는 못한다. 임상시험과 많은 관찰연구에서 제시하는 예방 효과 80%, 90%라는 설명이 백신 접종의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잘 나타낸다. 


구호로써 ‘모두에게 공평한 백신 접종’은 현실이 아니다. 백신 접종 대상이었던 홈리스의 접종률은 턱없이 낮았다. 발달장애인 등 일부 취약계층에 대한 하반기 접종 대책이 발표되었지만, 이는 상반기 접종이 불평등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미등록 이주민은 보건소에서 임시번호발급을 통해 접종을 예약할 수 있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보건소가 허다하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은 정보 접근성도 취약하고,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 보다 자극적인 부작용 정보를 더 쉽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 모든 상황은 백신 접종의 불평등한 현실을 반영한다.

 

방역 조치 완화의 조건


백신 인센티브가 접종률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믿음’ 말고 객관적 근거는 부족하다. 백신 인센티브가 아니라면, 방역 조치 완화는 불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방역 조치 완화의 조건은 지역별 확진 환자 수의 비율이다. 확진 환자 수가 줄어들면 백신 접종 여부와 무관하게 방역 조치 완화가 이루어진다. 인권 측면의 논란과 과학적 불확실성을 알면서도 백신 인센티브를 논의할 것이 아니라, 확진 환자 수를 줄이기 위한 방역에 더 집중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은 지난 일 년 반 동안 지속한 ‘개인에게 책임 묻는 방역’(관련 기사 바로가기)이 아니라, ‘접종이 가능할 권리’, ‘방역 조치 준수가 가능할 권리’를 사회가 보장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외국의 한 학자는 백신 인센티브에 대한 윤리적 논쟁을 줄이기 위한 원칙을 제시했는데, 그 첫 번째 원칙이 백신 접종의 형평성 달성이다(관련 연구 바로가기). 이 첫 번째 원칙이 실현되기 전에 백신 접종을 조건으로 제시하는 모든 혜택에 대한 논의는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부정하려는 시도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방역 조치 완화는 확진 환자 수의 감소에 뒤따르는 정책이어야 한다. 백신 인센티브는 이를 대신할 만큼의 윤리적 정당성도 과학적 근거도 부족하다.


글 | 최홍조 (시민건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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