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인권버스> 시리즈1
농업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되찾는 여정

글 | 송정윤 (콘텐츠팀)

사진 | 김경희, 양여옥 (배분지원팀) 

2022 찾아가는 인권버스
2022 찾아가는 인권버스

<찾아가는 인권버스 > 시리즈1

농업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되찾는 여정

글 | 송정윤 (콘텐츠팀)

사진 | 김경희, 양여옥 (배분지원팀)

  • 문제 :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이주노동자들. 그중에서도 외딴 농장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은 농장에 딸린 비닐하우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합니다. 열악한 환경은 건강을 더욱 악화시킬 뿐 아니라 이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 해결방법 : 인권활동가들이 농촌의 이주노동자를 찾아가 기초의약품을 나누고 병원 진료를 돕습니다. 부당한 고용주와 관련 부처에 항의 방문을 하고, 임금체불 문제를 함께 해결하며, 노동법을 교육합니다.

  • 결과 : 이주노동자들은 당장 아플 때 진통제라도 먹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상담과 교육을 통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확인하고, 싸울 용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캄보디아 여성인 속헹씨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한국에 왔습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에게는 돈 많이 벌어서 가족들을 먹여 살리려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가 한국에 올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이 주선한 고용 계약, 바로 '고용허가제'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주노동자가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는지는 관심 밖이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상황은 악화되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집이 아니라 농장에 딸린 비닐하우스에 살았고, 임금을 떼이기도 했으며, 하루아침에 일터가 바뀌기도 했습니다. 건강한 편이었던 속헹씨는 한국에서 일한 5년 동안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간 질환이 악화되었고, 결국 한겨울에 비닐하우스에서 자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한국 법은 제대로 되어 있으니까 한국에 와서 일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가슴아픈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어떤 노동자는 생명을 잃었습니다.하지만 고용주는 우리를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 짠나, 고(故) 속헹씨의 동료

당장 필요한 것부터 제공하기

고(故) 속헹씨
고(故) 속헹씨

속헹씨는 매달 10만 원이 넘는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었지만 치료는커녕 검진조차 받으러 가지 못했습니다. 이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인권단체 '지구인의 정류장'에서 일하는 김이찬 활동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 이유입니다. 

"한국에서 4~5년 일한 분들에게 아는 한국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물어보면 "사장님, 사장님 동생, 시장 아줌마, 그리고 상담을 하는 저."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농촌지역의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사회적으로 감금상태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 김이찬, 지구인의정류장 활동가

김이찬 활동가는 속헹씨의 동료를 수소문해 그의 죽음에 얽힌 증언을 들었습니다. 그는 11년 동안 농업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 법률 상담, 반성폭력 교육 등의 활동을 해왔습니다.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상담이 늘어나자, 캄보디아어도 배웠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답답하고 억울한 현실에 대해서 항변하고 용기를 가지고 싸울 수 있게 하려면 직접 다가가는 수밖에 없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인권버스'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 김이찬, 지구인의정류장 활동가

지구인의 정류장은 '인권버스'에 의약품 키트를 싣고 포천, 이천, 밀양 등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찾아갑니다. 의약품 키트에는 방수밴드, 진통제, 화상연고, 마스크 등과 이주노동자들이 당장 필요로 하는 의약품이 들어 있습니다. 통역 활동가는 검진이 필요한 이들과 병원에 동행하기도 합니다.  

용기를 가지고 싸울 수 있도록 돕기

<찾아가는 인권버스>의 특징은 이주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활동가들이 의료지원 뿐만 아니라 노동법에 관한 상담을 진행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농업 이주노동자는 고용허가제 때문에 하루 12시간씩 한 달에 29일을 일해도 최저임금도 안되는 160만 원을 받습니다. 고용허가제는 깻잎 따기, 상추 따기와 같은 고된 노동을 값싼 인건비로 대신하기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 이주노동자는 고용주의 허락을 받아야만 병원에 갈 수 있고, 고용주 눈 밖에 나면 한 순간에 '불법체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고용주의 횡포에 저항하면서도 안전과 건강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주노동자가 적절한 임금과 생활 환경을 보장받지 못하면, 이러한 투쟁을 견디기 어려울 것입니다.


<찾아가는 인권버스>는 의약품 건네기를 시작으로 이주노동자의 자력화와 권리의식 높이기를 목표로 합니다. 당장의 의료 위기를 해결하면서, 고용주에게 적절한 거처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정부로부터 고용허가제 아닌 노동허가제를 쟁취하는 것. 이 목표로 나아가는 여정에 있습니다.

변화, 그리고 다음 여정

속헹씨의 죽음 이후, 고용노동부는 기숙사 제공 지침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60여 개의 단체가 모인 대책위원회는 속헹씨의 가족을 대신해 500여 일 만에 산업재해 승인도 받아냈습니다.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시민사회의 역량은 임시숙소, 통역지원, 의료지원, 법률지원 등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과거에 비하면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활동가들은 여전히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단체는 여전히 사람과 돈이 부족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요? 만약 우리의 자원이 조금 더 늘어난다면 어떨까요? 


"인간으로 존중하라", "살만한 집을 제공하라."는 요구는 사실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 이상을 할 수 있고, 해야 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이 노동권을 보장받고, 삶에 대한 결정권을 되찾을 때까지 우리의 여정은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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