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춘래불사춘

인권재단사람
2016-03-03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입춘 무렵이면 이 말을 안 쓴 해가 없던 것 같습니다날씨가 쌀쌀해서 이런 말을 쓰기도 했지만 저의 경우는 정치상황과 관련되어 이런 말을 많이 썼습니다언제나 우리가 바라는 봄은 오게 될까요?


그런데 입춘은 한자로 立春으로 씁니다아직 공부가 짧아서 왜 들입()라를 안 쓰고 설립()자를 쓰는지 그게 궁금하기만 합니다계절의 순환에 따라서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고봄은 다시 여름에게 자리를 물려주고여름의 끝에 가을에 들어서고가을이 끝나는 길목에 겨울이 들어서는 것인데 말입니다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봄도여름도가을도겨울도 저절로 순환하고 바뀌는 게 아니라 인간의 노력에 의해서 그런 계절도 올 수 있다는 말처럼 느껴집니다봄은 우리의 노력 없이는 오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하게 되었지요.


올해도 입춘이 지났지만 겨울의 매서운 바람은 잦아들 줄 모릅니다겨울 한파에 몸에 달라붙은 독감도 나갈 줄 모르고요독감은 매년 갈수록 지독해지는데몸의 면역력은 더욱 떨어져만 갑니다그러고 보니 우리 사회의 면역력도 더욱 떨어져만 가는 중입니다정치가 망가뜨린 우리 사회는 지옥도 그 자체입니다.

 

立春이라고 쓰는 이유


아니라고요저는 세월호 참사 이후 너무도 끔찍한 지옥도를 보고 있습니다사람은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사람은 공감과 협력을 이루면서 살아야 하는 존재입니다너무도 당연한 이 존재성을 부인당하고 살고 있는 것이지요서로 관계를 맺고 공감하고 협력해야 할 사람끼리 죽기 살기로 경쟁하면서 밥줄이 끊기지 않으려고위에서 시키는 대로 살아가도록 강요받는 과정에서 관계가 모두 단절된 살벌한 상황에 내던져지게 됩니다위에서 시키는 경쟁을 거부하고그 잘못된 명령과 복종의 관계를 단절해야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음에도 개인들이 그러기에는 너무도 힘이 듭니다그래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겨우겨우 경쟁에서 살아남아도 결국은 언젠가 용도 폐기되는 상황을 맞습니다그런 사람들은 끝내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벼랑에서 뛰어내리게 됩니다이게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내는 지옥도입니다.


헬조선이라는 말로, ‘흙수저라는 말로 표현되는 이 지옥도에서 세월호의 승객들이 죽어갔습니다헬조선의 국가는 소수 기득권 세력들의 이익만을 위한 국가이고약자들에게는 한없이 잔인한 국가라는 점을 너무도 분명하게 확인했습니다생명을 죽일 수 있는 안전규제는 모두 사라져 버렸고너무도 위험한 배가 안개 속에서 출항할 때 탁상 위의 살인자들의 금고에는 돈이 가득 찼습니다그리고 눈을 돌려 우리 사회를 보니 사실은 온 사회가 모두 언제 침몰할지모르는 세월호였습니다우리 모두는 세월호 승객이었습니다배를 버리든지아니면 이 배를 안전하게 개조해야만 했지만 아직 우리는 위험하기만 한 세월호를 어쩌지 못하고 있습니다.

 

테러방지법이 아닌 국정원강화법


이 글을 쓰는 시간에 국회에서는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야당 의원들의 눈물겨운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필리버스터그리고 다시 소집될 임시국회에서 후딱 표결 처리될 수도 있는 테러방지법우리는 이 정부에 들어와서 막장 정치 드라마를 보고 있습니다북처럼 왕조국가로 변해가는 대한민국에서 민주공화국의 정치는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독선과 억압만이 판치고여왕은 호통만 칩니다안보도 경제도 사회도 모두 불안하기만 한데 매일매일 옷 갈아입기에 골몰하고 있는 여왕국민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일부 지지층의 환호에만 반응하는 여왕이 지배하는 나라에서는 진정한 봄은 오기 어렵습니다면역력 약해진 국민은 이제 저항할 기력도 없는 듯합니다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소수 기득권 세력들의 좌충우돌을 관심 없는 듯 방관하고 있습니다그런 속에서 다시 정치는 병들어가고정치의 주체인 국민은 시민권을 차차 하나하나 잃어만 갑니다테러방지법은 그나마 남아 있는 국민들의 시민권마저 빼앗아서 노예로 삼겠다는 법입니다.


악마는 늘 그럴 듯한 포장을 하고 나타납니다법안 이름으로만 보면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법처럼 보이지만실상은 국정원의 권한을 강화하여 국민의 사생활을 철저하게 감시하겠다는 것이고영장없이 국정원장의 판단만으로 감청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에 다름이 아닙니다끔찍한 테러를 당했던 스웨덴에서 국민들은 정치권이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려고 하자 이를 반대하고 나서서 저지했습니다그것은 국가공권력에 무제한의 사생활 침해를 용인하는 법이 가져올 폐해를 너무도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그래서 지금의 이 법안 이름 자체를 국정원 강화법으로 바꿔서 말해야 합니다우리는 국정원이 댓글을 달면서 선거에 개입했던 것탈북자들을 조작해서 간첩으로 둔갑시켰던 것심지어는 북풍을 유인하는 공작까지 일삼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북한에 대한 정보활동은 가장 뒤쳐져 있고 국민들을 억압하는 일에만 신속하게 움직이는 이런 국정원에 다시금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겠다는 건유신 시절의 중앙정보부를 용인하겠다는 점에 다름 아닙니다.

 

기억·심판·약속의 총선을


춘래불사춘올해의 봄은 더욱 끔찍한 봄이 될지 모릅니다우리가 겪어왔던 어느 봄보다 더욱 혹독한 계절을 맞아야 할지 모릅니다총선에서 집권여당이 압승하는 일이 있게 되면 이 나라는 꽁꽁 얼어붙은 동토를 벗어나기 힘듭니다독재여왕이 다스리는 겨울공화국에서 벗어나 조금은 봄다운 계절을 만드는 일은 이 정부가 했던 일을 기억하고, ‘심판하고그리고 민주공화국의 주인으로 살겠다고 약속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부디 국정원 강화법 입법이 무산되기를 바랍니다봄바람이 동토를 녹이는 그런 봄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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