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도리를 보여준 광화문의 밤

인권재단사람
2016-05-03

416일 밤광화문에는 비가 많이도 내렸습니다기상청 예보로는 시간당 2~30미리가 내린다고 했는데 예보대로였습니다정부 기관 중에 기상청과 우체국만이 제대로 가동되는 듯합니다시간이 지날수록 빗줄기는 거세졌습니다비옷을 걸쳤음에도 온몸이 축축해졌습니다그런 자리에 12천명도 넘어 보이는 시민들이 운집해서는 떠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참사 2주기 추모문화제이 행사를 앞두고 주최 측인 416연대 기획팀은 고민에 빠졌습니다비가 많이 온다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나와 줄까시청으로 옮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의자를 깔아야 하나의자를 깔면 그렇잖아도 비좁은데…이런 고민들을 하다가 광화문광장에서 의자 깔지 않고 그냥 하되 일회용 비옷 등을 많이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5천 명 정도면 그래도 대충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날씨도 안 좋다고 하니까요.

 

함께 맞는 비의 정신


그런데 모든 게 예상에 어긋났습니다시민들이 낮 시간부터 광화문 분향소로 몰렸습니다분향을 위한 대기 줄이 이순신 장군 상을 지나서 광화문역까지 몇 바퀴를 돌면서도 이어졌습니다.


대략 한 시간에 1천명 이상이 분향을 했습니다이날만 13천 명이 분향을 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오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급하게 무대를 옮기는 방법을 알아보려고 했지만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국민안전처에서 광화문 광장 북단광장을 사용신청을 해놓고는 여기를 쓰지 않았지요우리의 행사를 방해하기 위한 사용신청이었습니다). 행사 시작 전에 벌써부터 입추의 여지가 없이 시민들이 몰렸습니다그리고 두 시간을 꼬박 그 자리를 시민들은 떠나지 않았습니다인근 찻집이나 식당도 자리가 모두 차버렸습니다.


비를 맞더라도 옷이 젖더라도 그 자리를 지키는 게 인간의 도리라는 듯 거세게 퍼붓는 비속에서 완강하게 자리를 지켰습니다고 신영복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함께 맞는 비의 정신이 그날 광화문에서 모두의 마음이 모아져서 구현되었습니다너무도 감동스러운 밤이었습니다.


총선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그런데 저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합니다세월호 참사가 잊히면 안 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고참사의 진실을 덮으려고만 하고진실 규명을 각종 치졸한 방법으로 방해할 뿐만 아니라 유가족에게조차 모욕을 서슴지 않는 정부와 정치권의 행태종편을 비롯한 언론들의 보도태도 등에 분노하고 있었고그런 것을 표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언론에서 나오는 여론조사는 모두 틀렸고시사평론가니 전문가들이 하는 예측도 모두 틀렸습니다과거 선거의 문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총선 결과를 보고 모두 경악했습니다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이 어떻게 하든 무조건 따르고 복종하는 노예이길 거부하고자신의 판단과 뜻이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정부와 여당도1야당도 모두 심판 받았습니다.


그날 밤에 광화문 광장에 모였던 시민들은 자신들이 이룬 성과를 함께 확인하고 싶었고그걸 그동안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미안했고정부나 정치권 등이 보이는 것과는 달리 그 자리를 지키는 게 인간적인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요서로가 같은 마음이었구나서로가 잊지 않았구나그런 분위기기운 같은 걸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노란 리본을 단다는 것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작업은 더디기만 합니다특별조사위원회가 2번의 청문회를 통해서 그동안 정부가 주장해왔던 게 거의 전부 거짓이었음을 밝혀냈습니다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소유주일 가능성국정원 양우회와 관련 있을 가능성은 더욱 짙어졌습니다세월호 인양작업도 진행중입니다단원고 기억교실 문제는 최종 합의를 앞두고 있지만 최종 결말을 못 보고 있습니다답답한 상황이 지속되지만 유가족들은 포기하지 않았고시민들도 잊지 않고 공감의 연대를 넘어 실천의 연대로 2년 동안 초기의 약속잊지 않겠다가만히 있지 않고 행동하겠다 등-을 지켜냈습니다.


아마도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세월호의 인양과 진상규명 작업 등을 집요하게 방해하면서 올해 세월호 사건의 종결을 선언하고 싶어 할 겁니다기억을 지우려는 세력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등 모두를 장악하고 있습니다그들의 힘은 비할 바 없이 강력합니다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모두 이런 세력들을 압도하는 힘이 있을 때에 가능합니다우리에게는 힘이 부족하지만 총선으로 일구어낸 정지지형의 변화는 우리에게 불리하지만은 않습니다. 19대 국회 때와 같이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는 국회가 있다는 건 다른 조건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확인한 사실너무도 지옥 같은 현실을 목격한 우리는 세월호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그런 세상은 쉽게는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또 다른 세월호 참사가 이 세상을 덮치고 누군가는 그 참사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는 불안하기만 한 부조리한 세상을 용납해서도 안 됩니다.


그래서 제안 드립니다아주 작은 실천 하나는 꼭 했으면 합니다유니코드 문자로도 등록된 노란 리본을 옷이나 가방에 달아주십시오배지가 있다면 가슴에 달아주시고팔찌가 좋으시면 팔에 해주시고요노란 리본은 광화문에 가면 언제고 구하실 수 있습니다가신 김에 분향소에 들러서 304명의 영정 앞에 흰 국화 한 송이 놓아주시고요너무도 작기만 한 이런 행동이 유가족이나 피해자들에게 잊히지 않았다는 위로를 주고우리 서로를 격려합니다노란리본이 전 사회에 물결칠 때 우리가 바라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도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길도 열릴 것입니다.


공감의 연대실천의 연대를 넘어서는 의지의 연대는 노란리본을 다는 일로부터 가능합니다재단 후원인 여러분들이 이런 작은 실천에 함께 주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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