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음 많이 나누는 추석

인권재단사람
2016-08-29

추석이 다가 온다니 갑자기 1년 전의 일이 떠오릅니다그때 저는 서울구치소 독방에 있었습니다추석이라고 구치소에서 특식으로 닭개장이 나왔던 것 같고요점심에는 송편 대신에 가래떡 하나씩 나왔던 것 같아요그런 기억은 희미한데아침 차례 상 차리고 제를 올렸던 건 기억이 선명합니다추석을 앞두고 그곳에서 제수를 준비하는데 밥과 국은 지을 수 없으니 배식되는 것으로 하고그리고 과일도 좀 사고닭과 돼지고기는 샀는데 생선은 없으니 생략했지요.


추석날 아침 배식을 받아서는 벽 앞 종이 책상 위에 음식들을 차렸습니다그리고 혼자 절을 올렸습니다그 전 해 겨울에 돌아가신 아버님과 한참 전에 먼저 간 동생과 304명의 세월호에서 죽어간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한 배 한 배 한 배 절을 올리고 뒤로 물러나 눈을 감고 앉았습니다그때 죽어간 그 사람들이 내게로 온다는 느낌이 확 오더군요무척이나 특이한 경험이었는데이런 제사 하나에 사람들이 위로를 받았나 싶던 적이 있습니다.


감옥의 추석은 어느 때보다 쓸쓸합니다어머님께도 마음 아프게 해드려서 죄송했고남편 없이 아빠 없이 시골집에 내려갈 식구들이 눈에 밟혀서 마음 아팠고요광화문에서 안산에서 팽목항에서 눈물지을 세월호 참사 가족들이 생각나서 힘들었지요집에 가지 못하고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추석 명절은 가장 외롭고 힘든 때일 겁니다그렇게 갇혀 있을 때는 편지 한 장이 많은 위로가 되고편지 한 장으로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합니다그러고 보니 감옥에 나와서는 편지 한 장 누군가에 보내본 적이 없습니다이번 추석에는 세월호 참사 1주기 투쟁 등으로 감옥에 갇힌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편지 한 장 써야겠습니다독방에 갇혀서 벌써 9개월째아무리 단단한 사람이라도 추석에는 외롭기 마련이니까요.

 

200명의 인권활동가들에게 선물을


이번 추석에도 인권활동가들과 추석 선물 나눔 캠페인을 진행합니다박봉에 시달리는 활동가들이 집에 갈 때 손에 작은 선물 꾸러미 하나 들고 갈 수 있게 하고 싶어서입니다사실 선물 꾸러미 하나가 뭐 중요하겠습니까없어도 그만있어도 그만인 건데사람 마음이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지난해에 제가 감옥에 가 있을 때 처음으로 재단에서 인권활동가 추석 선물 나누기 캠페인을 했습니다. 42곳의 인권단체에서 활동하는 176명의 활동가에게 선물을 나눠주었다고 했지요그 일로 감옥 안에서도 많은 인사를 받았습니다고맙다고나는 한 게 없는데도 그곳에서 인사를 받으니 덩달아서 기분이 좋더군요우리 재단이 좋은 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올해는 200명의 활동가들에게 선물을 나누고 싶습니다그래서 소셜 펀치에서 모금도 하고직접 선물을 주실 분들에게 선물을 받기도 하고 있습니다벌써 많은 곳에서 선물이 답지하고 있고소셜 펀치에도 많은 돈이 모이고 있습니다한 번은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전화기 너머로 머뭇거리는 목소리가 전해왔습니다.

제가요너무 적어서 말씀드리기도 뭣한데요계좌번호 알려주시면…

성함을 알려주시면 고맙겠는데요.”

아녜요너무 적은 액수예요.”

3만원이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라고 하고서야 자신의 이름을 말씀하시더군요이런 분들이 있어서이런 마음들이 모여서 세상이 조금은 인간다워지는 것 같더군요.


이번 캠페인은 일과 활동에 피로를 달고 사는 인권활동가들에게 당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작은 선물 하나로 확인시켜 주는 일이죠자신의 활동이 눈에 보이는 성과로 남지 않는 매일의 일상을 살아가는 활동가들에게는 그런 메시지가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그걸 지난해 우리는 확인했던 거고지금도 우리는 확인하고 있는 거지요.


이번 추석에 활동가들에게 선물을 부치고차에 선물을 싣고 배달을 가는 일이 그려집니다캠페인에 참여한 분들의 마음을 담아서 선물을 전해주고요그들의 환한 웃음을 받아서 캠페인에 함께 한 분들에게 전해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인권활동가들이 환하게 웃는 그런 모습으로 세상은 조금은 더 환해지고이번 추석이 조금은 더 따뜻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마음 나누는 일이 더욱 소중한 때


그런데도 여전히 마음이 쉽게 밝아지지는 않을 거지요어쩔 수 없이 아파서 우는 사람들이 이번 추석에도 있을 테니까요당장 광화문에서안산에서 합동 차례를 지낼 세월호 가족들과 마음을 함께 해주면 좋겠어요그전에 유가족들의 단식농성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가져 봅니다그리고 병상에 누워 있는 백남기 선생도 기억해야죠거리에서공장 앞에서 농성 중인 사람들도요선물 하나 살 돈이 없어서차비도 없어서 고향을 못 찾아가는 사람들도 기억하고요감옥에 갇힌 사람들도 기억하고요어차피 가난한 우리우리가 가진 것나눌 것도 작지만마음은 무한대로 나눌 수 있지 않나요그런 마음들 나누는 추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은 갈수록 험해지고 각박해집니다세상은 많이 흉흉해지고 있고혐오범죄도 늘어만 갑니다왜 가난한 사람들끼리 서로 보듬어주지는 못할망정 서로 싸워야 하나요같이 손잡으면 조금은 짐이 가벼워지고힘이 날 텐데 말입니다이번 추석에는 함께 사는 세상을 그리면서 마음이라도 함께 나누는 의미를 생각하며 둥근 보름달을 같이 바라보고 싶습니다.


저는 지난해 추석을 생각하며 아내와 딸과 손잡고 미안한 마음 갖고서 고향을 다녀올 겁니다작년보다는 그래도 덜 쓸쓸한 추석을 보낼 것 같습니다모두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 바랍니다.

 

강강술래 캠페인 참여하기:https://socialfunch.org/oneplus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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