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 달력'이 말하는 집

박래군
2020-11-26

연말이 다가오니까 새해 달력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1년을 같이 했던 달력을 이제 떼어내고 새 달력으로 바꾸어야 하는 계절이지요.


이번에 우리 재단에서는 아주 특별한 달력을 만들었습니다. 달마다 각각의 주제가 있지만 열두 달을 관통하는 주제는 ‘집’입니다. 12장의 달력을 나란히 모아 놓으면 가로 180㎝, 세로 180㎝가 됩니다. 약 한 평이 되는 면적을 이루는 거지요. 겨우 한 평의 방은 2월에 그려진 고시원의 평면도에 나타납니다. 고시원 방 하나가 1.28평이라고 합니다.


감옥의 독방이 떠올랐습니다. 80년대에 살았던 독방은 0.75평에서 1평도 안 되는 방이었습니다. 겨우 몸 하나 누이면 꽉 찼습니다. 2015년에 갔던 서울구치소의 독방은 약 1.5평이었습니다. 거기서 화장실 면적을 제외하면 대충 고시원의 방 하나 면적 정도 될 것 같습니다. 두 명이 누우면 옴짝달싹할 수도 없는 정도지요. 감옥의 독방 같은 고시원의 방을 월 20만 원, 30만 원의 세를 주고 산다는 말에 기겁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집은 무엇일까요?


“당연하다는 듯 돌봄 노동을 떠맡는 여성에게 집이 안식처가 될 수 있을까요?"


3월의 달력은 이렇게 묻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답하실 건가요? 코로나 이후로 집에서 지낼 때가 많아졌습니다. 그와 함께 가정폭력, 아동학대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럴 때 집은 반인권의 공간입니다.


8월에는 인간들에 의해서 파괴된 숲, 9월에는 코로나19로 봉쇄된 도시에 나타난 코요테가 그려져 있습니다. 인간에 의해 서식지를 빼앗겼던 동물들이 텅 빈 도시에 다시 출현하며 코로나19의 역설을 보여줍니다.


집이 없는 사람들도 있지요. 보따리 하나 들고 이곳저곳 추운 밤거리에 쫓겨 다니면서 겨우 잠자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겨울은 더욱 혹독하겠지요. '한 평 달력'의 12월은 그 보따리를 보여줍니다.  

 

요즘 인권 답사기 2권을 준비하며 우리나라의 재개발 역사를 훑어보고 있습니다. 광주대단지 사건이 있었던 성남 태평동 지역도 방문했고, 서울의 마지막 남은 산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중계동의 백사마을도 방문했습니다. 태평동에 가면 가파른 비탈길에 다닥다닥 지어진 집들이 여전합니다. 백사마을은 8평씩 땅을 구획하여 철거당해서 쫓겨 온 사람들에게 할당했다고 합니다. 지금 서울 또는 수도권의 아파트 단지들은 이런 주거지를 싹 밀어버리고 탐욕의 바벨탑을 세워 올린 거지요.   


집은 탐욕을 위한 투기 대상이 아니라 사람이 몸 누이고, 쉬고, 식구들과 밥도 먹고, 차별 없이 사랑도 키우고, 원기도 충전하는 그런 곳이어야 합니다. 그런 집들이 모여서 사회를 이루어야 하는데, 집이 불안하니 사회가 안전하지 못합니다.


주거권을 생각하며


<한 평 달력>을 만들기까지 문화예술인들과 재단의 활동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6개월 동안 작업을 했습니다. 네모난 상자에 달력을 추려 넣고 발송하는 일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했습니다. 이런 달력은 세상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정기후원 1만 원 이상씩 하거나 일시후원 3만 원을 해주시면 달력 한 부씩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재단을 후원하시면 인권운동이 성장할 수 있게 됩니다. 인간의 주거권을 다양하게 생각해보고, 더불어 자연과 공생하는 길로도 생각이 이어지는 달력 하나 걸어두면 어떨까요? (한평 달력 보기)


올겨울은 가난한 사람들,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혹독할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연결이 필요합니다. 온라인 후원의 밤이 아래의 영상을 끝으로 마무리됩니다. 코로나19 앞에서 많이 헤매고 당황했던 사무처 활동가들의 이야기, 그리고 기부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이렇게라도 연결을 확인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추운 겨울, 몸도 마음도 건강하시길. 건강하게 살아서 우리의 꿈을 내년에도 얘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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