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처럼 피어날 우리의 계절은

박래군
2021-04-09

봄꽃들이 앞 다투어 피어나는 계절입니다. 메마른 가지마다 꽃들이 피어나고 어느새 연둣빛의 이파리들이 피어납니다. 곧 산과 들은 녹색으로 물들겠지요. 지난 4월 6일, 마석 모란공원에 갔습니다. 백기완 선생님 새긴돌(묘비) 세우는 날 행사를 가졌습니다. 그날 마석 모란공원에도 벚꽃이며, 모란, 개나리, 진달래가 서로 어우러져 활짝 피었습니다. 그런 날에 무덤가에 피어난 꽃들인데도 반갑고 고맙더군요. 덕분에 선생님 배웅하는 길이 쓸쓸하지는 않았습니다.


봄은 꽃이 피어나고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이니, 뭔가 새로운 기운이 샘솟아야 할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매년 맞는 봄은 늘 우울하기만 합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겪고 난 뒤로 4월은 늘 우울함이 깊은 계절이 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7주기도 깊어진 우울감 속에서 맞이하게 되네요. 올해는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마침 열린 서울, 부산 시장 보궐선거 결과도 그렇습니다. 선거가 치러지게 된 원인도 망각한 민주당의 오만과 위선에 분노한 표심이 한 보수정당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제대로 된 정책 대결이 있었던가요? 문제의 발단이었던 젠더 정책을 놓고 성평등한 서울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토론했어야 할 텐데 그런 것은 하나도 없었지요. 이러다가는 부동산 광풍만 불 것만 같아서 걱정입니다. 여러 가지 짚어야 할 문제들이 많지만, 지난해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의석을 차지한 거대 정당이 대선 전초전이라고 하는 보궐선거에서 무기력하게 패한 가장 큰 원인은 겸손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봄꽃의 치열한 몸부림처럼


주말마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으로 나가면 매주 달라지는 나무들과 자연의 색을 관찰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파리 하나 없던 나무에 어느새 꽃눈이 보이고, 잎눈이 보이고, 그게 어느새 자라서 꽃잎이 되고, 이파리가 되어 온 산천을 뒤덮습니다. 누구 하나만 피어나는 게 아니라 너도 나도 서로 피어서 온 강변을 물들이는 때에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사람이 자연에게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봄에 피어나는 봄꽃들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혹독한 겨울 동안 나무는 생존만 하는 게 아니라 꽃을 피우기 위한 준비를 했던 거지요. 그런 치열한 준비 끝에 마침내 계절이 바뀌어 조건이 맞으면 꽃을 밀어 올립니다. 꽃은 절로 피어나는 게 아니라 생명을 이어가려는 몸부림의 표현인 것 같습니다.


어떤 한 가지 현상이나 사실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도와 노력이 집중되어야만 합니다. 지금의 인권운동도 수많은 좌절과 그 절망을 넘기 위한 몸부림이 집중되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권력과의 싸움은 매번 새로운 싸움으로 전환됩니다. 한 가지 목표를 이루었다 싶으면 그동안 가려져 있던 문제를 만나고, 새로운 사안과 상황을 접하면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지금은 정치 권력과의 싸움도 중요하지만 가부장 권력과의 싸움도 중요합니다. 나아가 기후위기를 초래한 탄소 권력과의 싸움도 중요해졌습니다. 새로운 질서가 오기 전의 혼돈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지금이 대전환기라고 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기를 거치면서 인류는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에 맞는 인권운동의 방향은 어디로 잡아야 할까요? 인권운동의 지속가능한 조건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안고 시작한 인권재단 사람, “인권의 가치가 구석구석 스며드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비전으로 갖고 있는 인권재단 사람이 이런 대전환의 시기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갑자기 다가온 이별 앞에서


그런 고민의 일환으로 뉴스레터를 개편하게 되었습니다. 재단의 주축을 이루는 기성세대만이 아니라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와도 더 많이 소통하는 재단이 되고자 하는 고민 속에서 단행하는 개편입니다. 그에 따라서 제가 매달 써왔던 <사람살이>는 오늘로 마지막입니다. 부담스러운 글 하나 덜어내면 시원할 것 같았는데 갑자기 다가온 이별이 못내 아쉽군요. 지금까지 <사람살이>에 실린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정기적으로는 아니지만 관련 사안들이 있을 때 글을 쓰게 되니 다시 종종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봄꽃들처럼 우리에게도 언젠가 제대로 꽃 피울 계절이 오겠지요. 언제나 재단의 후원인 분들이 있어서 든든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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