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을 확인하는 순간들

박래군
2020-09-23

이 글을 두 달 동안 건너뛰었습니다. 그동안 50일이 넘는 긴 장마가 있었습니다. 태풍도 휩쓸고 갔고,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건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일로 괴로운 상황을 맞기도 했습니다. 지난 두 달 동안 가장 열심히 한 일은 자전거 타는 일이었습니다. 화가 나고 속이 시끄러울 때는 몸을 움직이는 가장 단순한 운동을 하는 게 스트레스에 효과가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장마가 휩쓰는 중에도 주말마다 자전거를 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페달을 밟는 게 유난히 힘들었습니다. 자전거를 세워 놓고 보니 앞바퀴의 바람이 빠져 있었습니다. 바람이 너무 빠지면 뒷바퀴의 미는 힘을 잡아먹습니다. 반대로 바람이 과하게 들어가도 탄력이 높아져 사고의 위험이 높습니다. 자전거는 뒷바퀴를 돌리는 동력으로 앞으로 나아갑니다. 앞바퀴는 스스로 앞으로 가지 못합니다. 뒷바퀴의 힘이 전달되어야만 합니다. 앞바퀴는 스스로 나아가지는 못하지만, 앞바퀴에 달린 핸들을 통해 진행 방향을 잘 잡아주어야만 합니다. 조금만 잘못 각도를 틀어버리면 자전거는 쓰러집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여러 번 작은 사고들을 당했는데, 그럴 때마다 뒷바퀴보다는 앞바퀴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람이 많거나 적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핸들을 제대로 조작하지 못한 탓이기도 합니다.


앞은 뒤를 탓할 수 없습니다

 

몸체로 이어진 하나의 몸이라야 자전거는 움직이게 됩니다. 페달을 밟는 동력이 앞바퀴까지 움직이게 하는 데는 몸체가 있어서 가능합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과 뒤가 서로 연결해서 의지하는 것, 그건 사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입니다.  앞바퀴와 뒷바퀴가 연결되지 못한 분열된 사회에서 앞으로 나아감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추석이 코앞입니다. 이번 추석에는 부모님 뵈러 가는 일도 꺼려집니다. 연로하신 어머님께 코로나라도 옮기게 될까 걱정입니다. 여러 날 고민했지만 아직도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걱정과 고민하시는 분들 많이 계시죠? 코로나가 참 많은 걸 변화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코로나 이후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확실히 좋아진 게 있습니다. 장마가 끝난 뒤부터 성큼 다가온 가을의 하늘은 티 없이 높고 맑기만 합니다. 시원한 쪽빛입니다. 이럴 때는 저의 후진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어도 온통 시원한 쪽빛으로 채워집니다. 사람이 조금만 활동을 줄이면 자연은 금세 좋아집니다. 문제는 자연이 언제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점에 있을 겁니다. 지난여름의 유례없는 장마가 기후위기의 징후로 읽히고 있는 것을 수긍하면서도 우리는 아직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화석연료를 퇴출해야 하는 정부가 하는 그린뉴딜도 말로만 그린이 붙었지, 실제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자연을 무한 착취하는 우리의 경제와 삶의 방식들에 대해서 이제는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고쳐야 할 텐데 말입니다.


연결을 확인하는 순간들


추석을 맞아서 특별히 알리지 않았는데도 추석 선물 나눔 캠페인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상황으로 어려워진 인권단체와 활동가들을 지원하자고 여러 번 모금 캠페인을 했는데 그때마다 후원인 여러분이 마음을 모아주셨습니다. 봄에도 여름에도 후원을 부탁했는데 추석 선물 나눔을 또 하자고 하면 부담을 드릴 것 같아서 주저하고 있을 때, 왜 추석이 가까웠는데 선물 나눔 캠페인 하지 않냐고 오히려 닦달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어김없이 그런 분들은 자신이 내어줄 수 있는 만큼 충분히 마음을 보내주셨습니다. 자신들도 코로나로 인해서 다른 해보다 훨씬 어려울 텐데도 인권활동가의 어려움을 십분 헤아려 주시니 다른 해보다 더욱더 고맙지요.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서로 응원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임을 확인하는 순간들입니다. 이런 마음에 보답하는 일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우리 재단이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의 조건’을 만드는 일에 더욱 골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답답한 코로나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쪽빛 가을 하늘도 보면서 우리가 답답한 마음 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추석 지나고 코로나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는다면, 후원인 여러분과 만나는 기회도 만들고 싶습니다. 가을 하늘에 둥실 떠오를 보름달을 보면서 고마운 분들의 건강을 기원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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